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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4. 2018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를 읽고

2017년 7월 25일

퇴근길에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가계정으로 글만 하나 올리셨다고 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진실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놀랍도록 자주 반복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국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다. 얼마 전에 나온 록산 게이의 책 '나쁜 페미니스트'에도 비슷한 경험 이야기가 있다. 열두 살의 그녀가 좋아했던 남자아이가 육체적인 접근을 계속 시도했고, 그녀는 두려워하면서도 조금씩 허락했다. 그는 그런 록산 게이를 자기 맘대로 해도 되는 성적인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친구들과 있는 곳으로 불러 윤간을 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록산 게이는 창녀이며 그와 그의 친구들을 다 상대했다고 소문을 냈다. 록산 게이는 그 다음 책 Hunger에서야 그 다음 이야기를 적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렇게 당하고 나서도 록산 게이는 그녀에게 또 육체적 접근을 시도하는 그 가해자에게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를 그렇게 철저하게 박살 낸 그만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완벽하게 없애버린 그만이 다시 돌려놓을 수 있을 거라 믿었을까.     


보내주신 글, 읽기 힘들었다. 간접으로 접하는 이에게도 처참한 기록이지만 말했듯이 상당히 자주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탁현민은 (실제든 아니든) 나쁜 남자라면 했을 만한 행동으로 쉽게 말을 했을 것이다.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아이를 성관계를 할 수 있는 상대로 보는 남자아이. 그녀가 남자와 한 번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면 이제는 '걸레'가 되었으니 회유와 협박 등등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관계를 가져도 된다 믿는 또래 아이들. 그리고 그것을 영웅담처럼 자랑하고 다니는데 정작 피해자는 그 말을 꺼내지도 못한다. 밝히는 순간 그들과 똑같은 짐승들이 더 몰려올 것을 알아서기도 하고, 그 어린 나이에도 피해자를 향한 시선이 곱지 않을 것도 알아서다. 그리고 실제로, 피해자 록산 게이는 40이 넘어서야 책 출판을 통해서 부모님에게 말할 수 있었다. 반면 탁현민은 별생각 없이 토론에서 자기가 그 가해자(였던 것처럼? 가해자로?) 말할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따지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피해자를 꽃뱀으로 의심하는 사람은 많다. 그가 특이 케이스도 아니다. 우리 모두 레드 준표 강간 모의 글도 잘 알지 않나.     




탁현민 씨. 읽어보세요. 실제 피해자들은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당신같이 '쿨한 남자가 그냥 무용담처럼 할 만한 얘기' 따위로 소비하는 이들에게 어떤 고통당하는지. 성 소수자라는 폭로 하나로 완전히 매장 가능한 사회인데 당신 같은 사람은 책도 내고 교수도 하고 대통령 측근으로 온갖 실드 다 받고 청와대 2급 행정관으로 버티더라고요. 그나마 지난 몇 년 페미니즘 열풍 아니었으면 싫은 소리 듣지도 않았겠죠. 페미들이 엄청 푸닥거려서 어쩔 수 없이 나온다 하더라도 잘 먹고 잘살겠죠? 그러고 보니 참 편하게 살아오셨다 그쵸. 피해자들은 안 그런데 말이에요. 최근 인터뷰 보니 대강 뭉뚱그려서 사과하는 것도 분하고 서러워하시던데, 피해자들은 어떨 것 같나요.     

그래서. 오늘도 청와대에서 버티고 있으시면서 마음 편한가요? 떳떳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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