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로서 사회생활 할 때 안 맞는 스타일 사전 2

2016년 6월 11일

by yangpa

사실 이전 글에서 말한 쪽파 타입 - 나름 이성적이라 믿는 이들 - 의 진짜 상극은 이 '소금'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내 주위에는 이 두 타입의 커플이 상당히 많다. 소금, Salt of the earth 타입이다. 보통은 남자 쪽파- 여자 소금이 커플인데(여자가 종교적인 경우), 이 커플 타입은 영어권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한국 커플에서는 여자(약간) 쪽파- 남자 소금 타입도 꽤 봤다 (남자가 가부장적인 경우).

어떤 쪽파에게 물어봐도 이건 거의 장담할 수 있다. 쪽파에게 가장 상처를 준 사람, 제일 싫어하는 사람, 제일 재수 없는 사람, 제일 무뇌아라고 생각하는 사람, 제일 답답한 사람을 들으라 하면 그 사람은 소금 타입일 가능성이 높다. 보통 사람들도 소금 타입을 아주 잘 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꼰대'라고 불리며, '꽉 막힌 사람', '수구꼴통' 등등으로도 불린다.

그렇지만 내가 점점 머리 굵어지면서 깨달은 것은,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염분기가 있다는 거다. 소금 타입의 경우는 염분 퍼센티지가 높을 뿐이다.


소금의 기본 타입을 설명하기 전에 약간 곁가지로 새도록 하겠다.

사람의 언어에는 문법이라는 법칙이 있지만 그 법칙만큼이나 예외도 많다. 높임말을 만들려면 '시', 혹은 '요'를 넣는다고 하자. 하다 -> 하시다. 가다-> 가시다. 하지만 먹다-> 드시다, 자다->주무시다 등의 예외가 있다. 보통 자주 쓰는 단어일수록 예외일 확률이 높다. 다른 언어를 배울 때는 법칙을 배워 그걸 그냥 써먹으려는 시도도 한다. 먹다 -> 먹으시다. 그렇지만 언어 레벨이 높아지면서 예외상황을 적용할 줄 알게 된다.

쪽파 타입은 보통 자신이 이성적이며, 논리적이고, 사회 규범을 눈먼 사람처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데, 사실 어떻게 보면 이 타입은 숙어/동사 변형 공부를 제대로 안 해서 아직도 '먹으시다'라는 용법을 쓰는 사람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소금 타입은 사회가 인정하는 옳은 것, 규범, 법칙 흡수가 쪽파 타입보다 몇 배로 뛰어나다.

쪽파와 소금이 박터지게 싸우는 이유라면, 쪽파는 자신의 논리로 당당하며, 소금은 쪽파만큼이나 자신의 믿음에 확신을 하고 덤비기 때문이다.


남녀차이를 보자. 아주 정말 괜찮은 사람인데, '남자는 집안일을 하면 안 된다'라고 굳게 믿는 사람이 있다. 이는 자다-> 주무시다와 같이, 너무 당연해서 설명할 필요도 없는 법칙이다. 여자가 아무리 열 받아서 따져도, 한국어의 예외 규칙은 비논리적이니 오늘부터 모든 국민들은 주무시다 대신에 자시다는 높임말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과 비슷하게 들릴 뿐이다. '헛소리하지 마, 원래 그런 거야.' 로 답할 수 있겠다.

종교적인 사람 중에도 소금 타입이 많다. 이들에게 신이 있느냐고 묻는 쪽파는 그냥 질문을 하는 게 아니라 처맞아 죽을 짓을 하는 것이다. 그것을 의심한다는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건 '왜 사람들 앞에서 옷을 입어야 하느냐? 난 벌거벗고 다니겠다', 혹은 '난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성관계를 맺고 싶다' 정도로, 설명이고 뭐고 필요 없고 닥치게 만들거나 사회에서 격리시키고 싶다는 충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말이다.

사회규범은 말이 되는 것도 있고 안 되는 것도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그 사회를 규정하며 어느 정도의 안정감, 법칙을 제공한다는 데엔 다들 이의가 없다. 불공정한 규범은 바뀌어야 하며, 그런 의미에서 모든 것을 재심사하는 쪽파 타입이나, 사회의 정의를 추구하는 혁명가 타입은 분명히 필요하다. 하지만 사회 규범을 그대로 받아들인다고 해서 꼭 소금 타입이 나쁜 건 아니다.

문제라면, 위에서 말했듯이 소금 타입이나 쪽파 타입이나 다 제가 옳다고 확신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 들고, 웬만해서는 생각이 안 바뀐다는 것(쪽파는 '나를 납득시키면 난 충분히 바뀔 수 있어'라고 생각하므로 자신은 소금과 완전히 다르다고 믿으나, 실제 생활에서 쪽파에게 하나하나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시도는 별로 없다는 것을 가정할 때, '내가 논리적으로 유추해낸 결과'라는 점이 다를 뿐이지, 자신의 의견을 고집부린다는 점에서는 그리 다르지 않다) 등등은 공통점이다.

다른 타입들은 쪽파들의 논리적 접근을 동경할 수도 있겠으나 보통 소금 타입은 쪽파를 경멸하거나, 최소한 귀찮아한다. 괜히 관심받고 싶어서 이것저것 다 걸고넘어지는 똥파리 같은 인간, 혹은 지 혼자 똑똑한 척하는 헛똑똑이, 쿨게이, 혹은 말만 열라 많고 실속은 없는 것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쪽파 타입은 반대로 세상의 모든 죄악은 소금 타입으로부터 시작한다고 한 번쯤은 생각해 봤을 거다. 소금이들만 싹 다 없어지면 이 세상은 얼마나 살기 좋아질까도 생각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주위 커플 중 약 50% 정도가 남자 쪽파-여자 소금의 조합이다. 보통은 엔지니어인 남자, 그리고 조금 보수적인 여자 파트너이다. 이 경우 남자는 의견이 강하지만 여자는 덜하던가, 남자는 자신이 믿는 것은 확실하지만 여자에게 강요하지 않거나이다. 소금이는 A=B 라는 것을 한 번 받아들이면 그것을 의심하지 않으므로, 자신이 선택한 남자는 좀 '특이'하지만 똑똑하고 내가 존중할 만하다, 그리고 의견의 차이는 그리 나쁘지 않다라고 결론을 내리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무신론자 남편 - 종교적인 아내가 좋은 예이다. 남편을 위해 기도를 하며, 안 믿고 죽으면 지옥 갈 것이라고 믿지만 그래도 강요는 하지 않는다. 남편은 아내가 그르다고 믿지만 아내의 믿음을 존중해주는 의미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자신의 파트너 외의 소금/쪽파를 받아들인다는 얘기는 아니다.

나 역시 숱하게 부딪혔고, 경멸하고 또 반대로 경멸당하고, 물어뜯고 싸웠던 이들이 이 소금 타입이다. 아마 나 말고 수많은 개발자들도 소금 상사들과 싸웠으리라 믿는다. "야근해" "왜요?" "해야 하니까". "사장님 말 거스르지마." "왜요?" "그러면 안 되니까." 아아아아악.

지금도 아주 친해지진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이제는 내가 그들보다 우월하다기보다는, 어떻게 보면 내가 그들에 비해서 사회적 학습능력이 떨어진다고도 판단할 수 있다 생각한다(그니까 그들에 비해 사회적 문법에 약하다는 거다. 그냥 그렇다고 학습하질 못해서 하나하나 곱씹어 생각하고, 따져봐야 하는 거지. .그렇지만 역시 친해지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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