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성폭행 피해자를 대하는 자세

2017년 8월 30일

by yangpa


당신은 집에 가는 길에 고등학생 일진에게 걸려 심하게 얻어맞고 피투성이 됐었다고 합시다. 주위 사람들은 당신이 지나가면 수군거리면서 쿡쿡 웃습니다.


"생긴 게 좀 때리고 싶게 생기긴 했어."

"평소에도 좀 양아치처럼 하고 다니지 않냐?"

"얼마나 만만해 보였으면 고딩한테 맞냐."

"고등학생들 요즘 얼마나 무서운데 주제 파악 못 하고 꼰대질 좀 했겠지. 조심 좀 하고 다니지."

"아니,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 딱 걸린 거 아냐. 뭔가 이유가 있겠지."

고딩들을 경찰에 폭행죄로 고소했더니 당신에겐 별명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처맞뱀". 얻어맞고 합의 대가로 돈 뜯어낸다고요. 어린 애들 화 돋워서 한두 대 맞고 돈 뜯어내는 사람으로 유명해집니다.

그 이후로 고딩들은 처벌받고 좀 일상으로 돌아갈라는데..


"쟤 그 때 그러고도 어제 보니까 예능 보고 처웃고 있더라. 역시 처맞뱀."

"쟤 외식도 하고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그러던데? 맞아서 심리적 충격 어쩌고 하더니."

"그렇게 처맞았으면 운동 좀 하고 체력 좀 기르지 덩치 꼬라지 봐라."

사회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인 여자를 뫄뫄녀 어쩌고 하면서 사건의 주인공으로 몰고 가고, 당한 것 자체를 수치스러워해야 한다 강요하고, 완벽하게 불쌍한 피해자가 아니면 비난하고, 뭘 잘못해서 당했는지를 끝없이 분석하며, 그 이후로도 불쌍한 모습을 계속 보이지 않으면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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