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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4. 2018

사회가 성폭행 피해자를 대하는 자세

2017년 8월 30일


당신은 집에 가는 길에 고등학생 일진에게 걸려 심하게 얻어맞고 피투성이 됐었다고 합시다. 주위 사람들은 당신이 지나가면 수군거리면서 쿡쿡 웃습니다.     


"생긴 게 좀 때리고 싶게 생기긴 했어."

"평소에도 좀 양아치처럼 하고 다니지 않냐?"

"얼마나 만만해 보였으면 고딩한테 맞냐."

"고등학생들 요즘 얼마나 무서운데 주제 파악 못 하고 꼰대질 좀 했겠지. 조심 좀 하고 다니지."

"아니, 지나가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그중에 딱 걸린 거 아냐. 뭔가 이유가 있겠지." 

    

고딩들을 경찰에 폭행죄로 고소했더니 당신에겐 별명이 하나 더 붙었습니다. "처맞뱀". 얻어맞고 합의 대가로 돈 뜯어낸다고요. 어린 애들 화 돋워서 한두 대 맞고 돈 뜯어내는 사람으로 유명해집니다.     

그 이후로 고딩들은 처벌받고 좀 일상으로 돌아갈라는데..     


"쟤 그 때 그러고도 어제 보니까 예능 보고 처웃고 있더라. 역시 처맞뱀."

"쟤 외식도 하고 친구들하고 어울리고 그러던데? 맞아서 심리적 충격 어쩌고 하더니."

"그렇게 처맞았으면 운동 좀 하고 체력 좀 기르지 덩치 꼬라지 봐라."     

사회는 가해자보다 피해자인 여자를 뫄뫄녀 어쩌고 하면서 사건의 주인공으로 몰고 가고, 당한 것 자체를 수치스러워해야 한다 강요하고, 완벽하게 불쌍한 피해자가 아니면 비난하고, 뭘 잘못해서 당했는지를 끝없이 분석하며, 그 이후로도 불쌍한 모습을 계속 보이지 않으면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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