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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4. 2018

정말 안 웃긴 사람들이 있습니다

2017년 8월 23일

어떤 작가분이 자기 비하식의 꽁트글을 썼다가 폭격당하는 걸 봤다. 난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고, 무슨 의도로 썼는지도 알겠다. 왜 그렇게 열 받은 사람이 많은지도 당연히 알겠는데 (요약하자면 '난 페미니스트로서 가사 육아하기 끔찍해서 부인 직장 그만두게 했다 으하하') 글 쓰신 본인은 모르시는 거 같더라. 하지만 유머에 다큐로 덤빈다고 느끼실 수 있다고 본다. 이야기의 핀트를 못 잡았다고 보실 수도 있다. 뭐 어쨌든 무차별 차단 신공 날리시고 계심.     

그럼 왜 읽은 사람들은 빡쳤을까. 페미니스트들은 진짜 오버질 정신병자들인가(<-실드 치는 사람들이 하는 말).     

"카페 사장으로서 저는 돈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요즘 젊은이들의 도전정신, 헝그리 정신을 고취하는 데에도 엄청 노력을 쏟습니다. 뭐 제가 능력이 좀 없기도 하지만 아랫사람들도 생각하는 마음으로 매달 월급을 며칠씩 혹은 몇 주씩 늦게 주는데, 좀 통통하게 살찐 애는 두 주 늦게 주니까 밥을 못 먹어서 살이 빠지더라고요! 윈윈 아닙니까!? 그리고 정규직이 될 거다 약속하면 훨씬 더 열심히 일하는 거 알아서 정규직 시켜줄게! 약속은 합니다! 진짜 정규직으로 만들어주면 확 퍼져버리니까 전환은 안 해주고요. 제가 이렇게 젊은이들을 챙깁니다!! 좀 굶고 고생해봐야 청춘이죠!"     


'개념 없는 카페 주인'을 자처한 자기 비하성 포스팅이고, 현재 세태를 비꼬는 얘기이고, '나는 젊은이들 생각하는 흔하지 않은 기성세대'식의 오버질 패러디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갑질에 당해본 사람 입장에서는 전혀 안 웃길 수 있겠지. 특히나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실제 카페 사장이라면. 그리고 실제로 경영난으로 임금 체불 문제와 비정규직 고용만 있었다면 더욱 더더. 아니 내 카페 운영하는 거 힘든 거를 그냥 희화화한 거라고 말해도 카페 알바 해본 사람은 안 빡치겠소?     


경력 단절 문제, 정말 예민하다. 같이 살면서 가사 육아 분담하기 싫어서 돈 덜 버는 니가 해라 떠넘기거나, 직장에서 늦게까지 버티면서 집에 안 가는 사람도 많다. 그런 상황에 시달리는 사람에게 원 포스팅은 정말 안 웃겼을 거라 생각한다.


원글 링크:

https://www.facebook.com/chamworld/posts/102144294422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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