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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4. 2018

그들은 몰라서 여혐하는 거 아닙니다

2017년 9월 1일

여자입장에서 보면, 페미니스트까지는 아니라도 여성을 존중하는 남자가 좋겠으나 그게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마초 능력남이 최선의 선택이라는 글을 몇 개 썼었습니다.     


김치녀, 맘충이라는 비하를 하는 남자, 여자는 능력 없으니 월급 덜 받는다고 생각하는 남자, 그래도 집안일은 여자가 해야 한다고 하는 남자, 대리 효도 바라는 남자, 혹은 (제일 흔함!) 자기는 그런 남자가 아니라고 하면서 하는 짓 보면 딱 그런 남자 등등이라면 여자 입장에서 사귈 이유가 없죠. 결혼할 이유는 더 적고요.     

바로 이런 이유로 남자들은 자기가 보기에 좀 괜찮은 여자 앞에서는 그런 티 안 냅니다. 몰라서 여혐하는 거 아니에요. 자기도 무슨 말 하면 싫어하는지, 입 닫아야 할 때가 언젠지 알아요. 여자들도 잘 해주는 남자, 혹은 능력남 선택할 거 압니다.     


그러므로 사회 분위기 테라포밍에 나섭니다. 잘 보이고 싶은 소개팅 여자 앞에서는 그래 맞아 요즘 여혐 심하죠 어쩌고 하더라도 온라인상에서는 김치녀 타도를 외칩니다. 몰카 영상을 봅니다. 여성이 귀해지면 귀해질수록 (여아 낙태 수십만 명 해놓고 지금 와서 이러는 거 웃기지만) 호감 가는 여성 앞에서는 더 잘 보이도록 노력해야 하다 보니 한국처럼 갑질에 민감한 사회에서 자기가 여성의 갑질에 당하고 있다는 피해의식은 더 높아집니다. 그에 대한 보상심리로 만나고 돌아서면 어떻게든 욕합니다. 김치녀. 이쁘지도 않은 게. 요즘 여자들 엄청 편한 거 아냐? 군대군대군대. 맘충.     

그렇게 욕하고 매도하고 비하할수록 여자들은 더욱 더 남자를 사귈 때 조심하게 되고, 요즘 같은 맘충 매도 분위기에서 애도 점점 덜 낳죠. 안 그래도 출산율 떨어지는 나라에서 맘충 어쩌고 하는 거 진짜 아이러니한데, 그만큼 여자들이 통제에서 벗어난다고 느끼는 부분을, 그리고 욕해도 된다고 동의가 있는 이들을 밟는 거죠. 젊은 여자들. 애 낳은 엄마들. 전업주부들.     


나도 남자 조심하기 싫고, 결혼해서 애 퐝퐝 낳고 싶으니 제발 좀 폭력 비하 등등의 여혐 좀 그만합시다, 애 낳고 쉽게 살 수 있게 배려 좀 해줍시다라고 외치면 통할 거 같으나 안 통한단 말이죠.     


완벽하게 통제하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신경질 부리는 거라고밖에 생각 안 됩니다. 여자라면 자고로 조신하게 내 선택을 기다리다가 내가 선택해주면 기뻐하면서 나를 섬기며 예쁜 말만 하고 호호하하 사근사근 섹스 제공해줬으면 좋겠는데 으데 이것들이 감히 남자를 품평질하고, 으데 내가 건드리기 전에 딴 놈이랑 자고, 그러다가 임신했으면 당연히 사회의 손가락질 받고 미혼모로 불행하게 찌그러져 살아야 하는데 으데 깨끗한 처녀인 척 나다니고(그러므로 낙태는 꼭 반대해야 함. 중고품에 좋은 남자인 내가 속을 수 있음), 내가 열심히 벌어다 주면 그저 감사합니다 할 것이지 으데 지가 번다고 나서고, 아 뭐 번다고 나서서 돈 벌어오면 난 좋긴 하지만 지가 좀 번다고 생색내면서 가사 일 시키면 꼴 보기 싫고, 게다가 맞벌이 한다는 이유로 지가 나랑 동급이라고 착각하고, 딴 남자랑 비교하고, 애 좀 낳았다고 대접 받길 원하고, 감히 '이혼' 같은 걸로 협박하려고 나서냐.     

그니까 직장 뺏고 선택권 뺏고 해서 다시 조신하게 간택 기다리며 나를 황공하게 받들던 예전으로 돌아가자!.. 뭐 이런, 그러니까 내가 다시 갑질할 수 있도록 이것들을 줘 패자, 그런 단호한 각오가 느껴집니다. 으으. 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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