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angpa May 24. 2018

포르노에서 배운, 섹스에 대한 9가지 거짓말 (19금)

2017년 9월 2일 

나도 어렸을 땐 딱히 포르노가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점점 나이가 들면서, 주위의 연애 방식과 섹스 방식이 얼마나 포르노와 일회성 섹스에 영향을 받는지 봐가면서 반대쪽으로 돌아서는 중이다.     


다른 이들이 관계하는 것을 보면서 흥분을 하고 그걸 즐긴다는 게 그렇게 나쁜가 하지만, 많은 젊은 남자들에게 포르노로 체험하는 섹스와 실제 섹스의 비율은 백 대 일도 넘을 거라 본다. 실제 섹스 3분 할 때마다 5시간은 포르노 본다고 보면 백 대 일인데. 헉. 천 대 일도 초과할 듯.     

어쨌든. 여자를 야동으로 배우다 보니 실제 섹스에 영향을 안 미칠 수가 없다. 이 기사 말고도 다른 여러 군데에서 여성들의 문제 제기를 볼 수 있었는데, 얼굴에 사정하기를 원하고, 남자 성기 중심의 관계 외에는 다른 것을 모르고, 가학적인 섹스, 폭력적인 섹스, 관계 중 폭언, 영 불편하거나 아프고 여성에게는 좋지도 않은 체위 선호 등등으로 나타난다. 여성들이 당하는 수많은 성추행이 야동에서는 자극적인 시나리오로 소비되는 것은 너무 흔하다. 학생들이 학교 선생님을, 지하철에서 젊은 여성을, 상사가 새 직원을 성적으로 대하고, 그들의 모든 움직임은 선정적으로 그려지고, 짧은 치마나 좋은 몸매는 다 '남자를 유횩하는' 장치가 된다.     


어쨌든. 원 기사를 보자. 한국과는 조금 다른 부분도 꽤 있다.     


https://www.dailydot.com/via/debunking-sex-myths-learned-porn/


1. "여성에게 해주는 오럴은 몇 초만 하면 된다."     


보통 전희는 10분 이상 정도 하면서 여성이 흥분되도록 한다는 게 정설이지만 포르노에서 십 분 동안 여성에게 오럴해주거나 전희 해주는 거 보여주는 건 지겨우니까 몇 초로 잘라버린다. 이걸 수십 번 수백 번 수천 번 본 남자들은 '닿기만 해도 흥분하는 여자' 패턴에 완벽하게 익숙해진다. 뭐 조금 더 길게 해주면 되지, 해봐야 30초, 1분. 그래도 여성이 별로 즐기지 못하면 그 수천 시간의 포르노에서는 여자들이 다 좋아했는데 얘는 왜 아니지, 라고 반사적으로 느끼게 된다.     


2. "침이 최고의 러브젤이다."     


...아니거든요. 러브젤 사세요. 침 탁 뱉는 게 젤 튜브 눌러서 바르는 것보다 좀 더 시각적 충격이 커서 그런 걸까 침 뱉는 경우 많다는데 제발 좀.     


3. "남자는 섹스할 때 성기에만 신경 쓴다."     


여혐사회에서 여자도 손해지만 남자도 손해일 때 많다는 게 여기 해당. 남자는 그저 성기에만 관심 있고 최대한 많은 여자한테 삽입만 하면 장땡이라는 문화.     


4. "여자는 삽입하면 절정에 이른다."     


......아니야! 아니야!!! 삽입만으로는 절대 절정에 이르지 못하는 여자가 70% 이상이야!! 너만 좋다고!     


5. "섹스할 때 여자에게 천박한 욕을 하면 좋아한다." 

    

글쎄. '이백충!' 이란 욕은? '토끼 주제에!' 이건? 여성에게 퍼붓는 천박한 욕지거리의 1/10만 되돌려줘도 다들 발기부전 올 거 같은데.     


6. "다리를 머리 위까지 끌어올리는 등의 체위가 제일 좋다."  

  

이건 삽입을 가까이서 촬영하기 위해서거든요.     


7. "강하게 삽입하면 모든 여자들이 다 좋아한다."  

   

설명하기도 피곤해지지만 어쨌든. 응. 아니야.     


8. "얼굴에 사정하면 여자들이 좋아한다."     


너한테 하면 좋겠니?     


9. "섹스를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이든 모험적으로 해본다는 것이다."     


이게 한국과 해외 영어권의 제일 큰 차이인 듯하다. 아시아계 남자들이 즐기는 포르노는 '순진한',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를 선호하고 해외 포르노에서는 섹스를 원하면서 덤비는 여성상이 더 많다. 이렇게 보면 순수함을 강조하는 아시아 포르노가 더 변태적인 듯한데, 포르노랑 현실 구분 못 하는 애들로 인한 현실 세계의 요구 사항은 또 미묘하게 달라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수동적인 여성 포르노를 많이 본 이는 비슷한 타입을 원하고, 능동적인 여성의 포르노를 계속 접한 이들은 섹스를 좋아하고 즐기고 무엇이든 해보는 여성을 이상적으로 보게 된다. 이건 어제 올린 미국 대학의 성문화와도 연결되는데, 더 이상 순결해야 한다는 압력은 없지만 섹스를 하지 않으면 재미없는 여자, 쿨하지 못한 여자, 꽉 막히고 보수적이고 답답한 여자로 취급되는 경우도 있어서다.     


결론1. 

포르노의 여성상이 달라진다고 여혐이 없어지진 않습니다. 


결론2. 

사회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볼 때, 특히 젊은 남자들이 성을 주로 포르노로 배우는 것은 비극적이라고 생각.     

자, 이렇게 말하면 "그럼 도대체 어떻게 섹스하라고!!? 보는 것도 안 된다고??" 라고 따질 남자들 많을 거 같은데.     


- 섹스하는 여자들에 대한 비하가 없고 

- 제발 좀 콘돔 좀!!! 피임 좀!!! 해서 임신과 성병에 대한 걱정 없고 

-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관심 좀 가져서 여자도 즐겁게 성관계를 할 수 있도록 하고 -_-     

얼마 전 조사 보니까 여성들의 평균 자위 시간이 3분이란다. 혼자 하면 3분이면 되는 걸, 여자들은 뭘 좋아하는지 말도 못하게 만들어서 즐기지 못하게 한 거임. 여자도 좋다면 왜 안 하겠냐고. 즐기려고 하면 창녀. 그래 하자 하면 저만 좋은 삽입으로 헉헉대다가 '좋았지?' 이러고, 임신 위험 떠넘기고, 헤어지면 디지털 성범죄 저지르고, 몸 품평으로 나체가 되는 것 자체도 부담스럽게 만들고 하는데 뭐 신난다고 룰루랄라 섹스하자 하겠소?

매거진의 이전글 누군들 가난을 스스로 선택할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