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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y 24. 2018

끝의 시작 1. 노동 시장의 변화

 2016년 12월 18일

벌써 거의 3년 전 글. 


1. 노동 시장의 변화. 

2. 번역의 미래

3. 노동의 종말과 기본 소득


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지난 몇 년 동안 경제는 회복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일자리는 줄어들고, 그나마 생기는 일자리는 그리 좋지 않은 일자리가 많다. '괜찮은' 직장은 경쟁률이 엄청나다.

어제 루이샴에 있는 맥도널드에 갔다 왔다. 주문 시스템이 무인 컴퓨터로 바뀌었더라. 영국 슈퍼마켓은 벌써 몇 년 전부터 캐셔가 계산하는 계산대를 줄이고 셀프 체크아웃 계산대를 늘려가고 있다.

이럴 경우, 30명의 캐셔가 일하던 직장은 1명의 매니저, 3명의 고참 캐 쉬어, 그리고 25개의 셀프 기계로 바꿀 수 있다. 예전에는 자기 자리에 앉아서 아이템 스캔만 하던 캐 쉬어는 이제 25개의 기계를 바쁘게 돌아다니면서 '문제 해결'을 주 업무로 삼게 된다. 더 이상의 단순 노동이 아니다. 이 '문제 해결' 역시 기계 이상이 문제라면, 기계 소프트웨어를 좀 더 개선함으로서 3명의 고참 캐셔도 2명으로 줄일 수 있을지 모른다. 저렴한 RFID가 널리 보급되고, 인터넷 쇼핑 및 집 배달이 더 늘어나면 아예 가계 자체도 더 줄어든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다수의 저 기술 직종'이 엄청난 속도로 없어진다는 것이다. 30명에서 27명으로 줄이고 일을 더 시키는 게 아니다. 아예 90%의 자리가 없어지고, 나머지의 직장은 훨씬 더 노하우나 기술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10명의 직원이 주문을 받는 맥도널드 시스템에서, 주문받기를 아예 없애버리고 음식만 갖다 주는 서버 둘로 줄이는 것이다. 사실 이것 역시 간단하게 전산화가 가능하다. 주문하고, 카운터에 가서 기다리면 음식이 트레이에 나오는 시스템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해서 안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인도나 중국같이 노동력이 싼 곳은 기계화가 덜 될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것도 틀리다. 미국에서 한참 아웃소싱 바람이 불더니 이젠 인도에서 철수하기 시작한다. 더 나은 소프트웨어와 자동화가 가능하다면 일부러 먼 나라에 둘 필요가 없고, 고급 인력이 살고 있는 곳에 설립하는 쪽이 더 낫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도와 중국의 뛰어난 엔지니어들이 미국으로 들어가는 추세이지, 아직 노동집약적인 제조업 아니고는 아웃소싱을 더하는 추세는 아니다. 오히려 콜센터나 그 외 서비스 업종은, 경제악화와 일자리 부족으로, 예전보다 더 괜찮은 노동력을 저렴하게 본토에서 고용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은행의 그 수많던 텔러들은 어디로 갔을까. 인터넷 뱅킹이 늘어나면서 창구일이 확 줄었다. 그나마 취업하기 제일 쉬웠던 루트가 닫힌 셈이다. 지금 그 수많은 운수업 종사자들은 어디로 갈까. 무인 자동차가 보편화 된다면, 필요한 자동차 수도 아마 90% 줄 거라고 본다. 지금의 우버처럼, 하지만 무인 자동차로, 어디에서 어디로 갈 것인지를 앱에 넣으면 제일 가까운 차가 와서 데려다준다. 뭐 행동 패턴이야 다들 비슷비슷하니까, 월정액을 내면 출퇴근이 다 해결될 수 있겠다. 어차피 개인용 승용차는 95% 주차되어 있기 때문에, 완전 무인 자동차로 바꿔버리면 그 수많은 주차장도 필요 없을 거고, 지금보다 백배는 더 효율적으로 차를 운용할 수 있을 거다. 음주 운전도 없어지고 차 사고도 최소화된다. 교통 정체도 엄청 줄어들 거다. 택배나 배달도, 지금 시험하고 있다는 시스템으로 인력 필요를 확 줄일 수 있다. 무인 트럭이 도시 곳곳을 돌면서 잠깐 주차하고, 트럭에서 드론 헬리콥터가 작은 아이템을 직접 배달하고 다시 트럭으로 돌아오면 또 다음 배달 지역으로 가서 주차하고 등등. 이러면 가벼운 우편 및 택배 서비스가 자동화되면서 일자리는 더 줄어든다.


구직난이 심해지지만, 반대로 구인난도 심해진다. 기술 없이 구할 수 있는 직업은 점점 없어진다. 그나마 기술직도 숫자가 줄어든다. 동영상에서 나왔듯이, 의사나 변호사처럼 공부하는 데 오래 걸리는 직종도 안전하지 않다. 당장 나도 이번 해에 기계학습 코스 하면서 수천만 개의 엔론 이메일에서 단서 찾아내기 알고리듬 쓰는 방법을 배웠다. 단지 몇 시간의 공부로, 보통은 변호사들/변호사 수습 인원이 밤을 새우면서 몇 주 검열했을 내용을 몇 초만에 분석할 수 있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글쓰기? 최근에 만난 사람 중 한 명은 스토리 만들어내는 AI 회사를 한다. 게임플레이를 할 때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예전에는 작가들을 모아놓고 했다면, 이제는 사람들이 어떤 패턴을 좋아하는지 아는 컴퓨터가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물론 훨씬 더 저렴하다. 그러므로 아주 잘 나가는 자리, 그러니까 TV 시리즈의 고정 작가 정도의 자리는 분명 사람이 차지하고 앉겠지만, 게임의 스토리를 만드는 작가 자리는 확 줄어든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기술직' 자리는 너무나 높은 수준의 기술을 원하므로 사람을 구하기 힘들고 (AI 시스템으로 더 좋은 스토리를 만들어내게 할 수 있는 직업이라든지), '낮은 기술직' 자리는 숫자가 확 줄어들어버린다. 구직난과 구인난이다.


그리고 내 페이지니까 내 얘기로 새자면 -

난 머리가 나쁘지 않다. 정확하게는 표준 편차 3 이상이다. 전체 인구 중 탑 0.2% 이상이었다. 500명 중의 1명. 뭐 세기의 천재 정도는 아니고 그냥 공부 좀 잘 하는 정도다.

하지만 난 문과 성향이다. 그런 성향으로 이과에서 버티고 있다.

머리 좋은데, 힘들다. 주의력 결핍증 있긴 하지만 뭐 사실 살아가는데 아주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니까, 다른 사람들도 어느 정도의 심리적인 문제는 있다고 치고 - 나 진짜 정말 "이거 하고 싶다"고 해서 15년 버텼지만, 그래도 쉽지 않다. 내 적성이 아니다. 공대 박사 하라고 하면 힘들 거다. 나보다 머리 안 좋은 사람들도 공대 박사 잘 끝내는 거 아닌데, 내 적성이 아니란 말이지.

포인트는. 나쁜 머리 아니고, 이쪽 일 정말 하고 싶어 하고, 관련 경력도 10년 넘는데도, 그래도 쉽지 않다. 위에서 말한 '고급 기술력'을 가진 인력이 되는 것이, 그냥 '열심히 공부해라'로 해결이 안 된다는 말이다. 지금 런던도 구인난 엄청나다. 모든 분야에서 엔지니어들, 이공계 인력이 모자란다고 난리다. 학생들에게 이공계를 공부하라고 성화다. 그 쪽으로 적성만 맞는다면, 그리고 평균보다 약간 높은 지능으로 공부만 어느 정도 할 수 있다면, 최소한 10~20년은 취업이며 그 외 먹고 사는 데는 별로 어렵지 않을 거라고 본다.

하지만 그게 힘들다니까!!! 적성 아닌 사람한테는 이공계 공부가 절대로 쉽지 않다니까!! 그냥 의지로 쉽게 해결되는 게 아니고, 이것들이 고생을 안해서... 도 아니다.


동영상에서 말했듯이 끝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동영상 링크 아래에). 빈익빈 부익부가 더 심해질 거라고도 보고, 내가 자란 아프리카는 중국과 인도가 겪은 발전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 거란 슬픈 생각도 든다. 정보와 돈은 너무나도 쉽게 국경을 넘어 흘러가지만, 이민법은 오히려 더 까다로워지면서 고급 기술직이 아닌 이들의 흐름은 아예 차단해 버리고, 그렇지만 우리는 우리의 삶을 더 효율적이고 편하게 만드는 전산화/기계화를 반대할 수가 없을 거라 생각한다. 당장 나부터도, 인터넷 뱅킹이 훨씬 더 좋고, 무인 택시 서비스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생각하고, 말 잘 못 알아듣는 맥도널드 직원보다 그냥 전산 주문 시스템에 더 편했기 때문이다.


참고 동영상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EK2iSPjry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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