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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02. 2018

비첸차의 비밀

2017년 9월 5일

저번 주말에 아일랜드 여행 갔다 왔다. 우리 집 오페어 두 분도 같이 갔다. 한 분은 이태리 출신이시다. 베로나라는, 셰익스피어가 이름만 따오고 배경조사 드럽게 안 한, 로미오와 줄리엣 스토리의 배경인 그 도시다. 그리스 여행할 때도 느꼈지만 이 분은 교회나 오래된 유럽식 건물엔 영 좀 뚱하다. 비유럽인에게는 어머어머 탄성을 연발하게 되는 신에 "우리 동네 같은데"란 시크한 멘트 날려주시는 분이다.     


오늘 책 읽다 보니 이게 얼마나 엄청난 말이었는지를 깨닫게 됨.     

지금 구글 이미지 검색에서 Palladian architecture를 검색해보시기를 바란다. 어디선가 되게 엄청 자주 본 듯한 건물 모습이 쭈루룩 나올 것이다. 이태리의 비첸차라는 동네에 가면 정말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건물이 줄줄이 늘어져 있다는데, 그건 바로 그 스타일을 창조한 팔라디언이란 건축가가 16세기에 거기서 활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 스타일을 서구 전체가 복붙했다. 예를 들면 루브르. 예를 들면 백악관. 예를 들면 버킹엄 궁전. 뉴욕 도서관. 그 외 셀 수 없는 은행, 경찰서, 법원, 교회, 박물관, 학교, 병원, 귀족 가정집까지 카피했거든. 바르바라노 궁전과 피오베네 빌라는 뉴욕 증권소, 영국은행, 베를린 의사당 건물의 원조라고.     

이 건축가의 이야기도 상당히 특이하다. 1524년에 열여섯 살의 나이로 어찌어찌 대단한 귀족 아저씨의 눈에 띄어서, 원래 석공 출신이었는데 어쩌다가 수학 과외도 받고, 로마에 건축 유학도 가고 하면서 '팔라디오'란 이름까지 얻은 건축가가 되었다. 그리고 비첸차에 여러 가지 건물을 지었다. 그냥 그렇게 끝날 수도 있었으나 다행히 건축에 대한 책을 남겼고, 사후 20년 정도에 이태리를 여행하던 이니고 존스라는 이에게 발견되어 영국에 퍼지기 시작. 이건 영국에서는 조지안 스타일 혹은 그 외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고 미국에서는 어차피 독립했으니 영국왕 조지랑 별로 친하지도 않으니까 콜로니얼 스타일이라고 개명. 이름이야 어쨌든 스타일은 진짜 복붙 수준이다. 이태리의 빌라 카프라와 토마스 제퍼슨이 지은 몬티첼로를 비교해보기 추천.     


어쨌든. 다시 우리 집 얘기로 돌아와서. 이태리 오페어 분이 베로나 출신인데, 비첸차 옆 동네임 ㅋㅋㅋㅋ 차로 한 시간 거리 ㅋㅋㅋㅋ "이거 우리 동네 분위기인데" <-- 엄청나게 뼈있는 얘기였음 ㅠ.ㅠ     

어쨌든. 읽고 있는 책은 전에도 읽었지만 다 잊어버려서 다시 읽고 있는, At Home. Bill Bryson. 난 이 아저씨 여행기하고는 영 잘 안 맞는데 다른 책은 다 재미있게 읽었다. (나처럼 잡다한 얘기 좋아하는 분들에게 ㅡ.ㅜ) 일독 추천한다.     


아이고 고만 읽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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