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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5. 2018

김광석과 커트 코베인,
서혜순과 코트니 러브

2017년 9월 26일 

가수 김광석 씨에 대한 글을 봤다. 나야 누군지 모르지만 한국에선 유명한 가수였다고 하고, 그의 자살/타살 논란을 보면서 떠오르는 케이스가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편이라 너바나에 대해서도 잘 몰랐다. 그저 유명했던 밴드의 리더가 자살했고, 그 부인은 개싸이코 또라이였으며, 그래서 그 부인이 커트 코베인을 죽였다는 음모론이 있다는 것 정도. 김광석 씨 기사 때문에 찾아보니까 오히려 코베인이 부인 코트니 러브를 만났을 때엔 코트니가 더 유명한 가수였다고 하는데 전혀 몰랐다. 나름대로 지금도 잘 알려진 밴드의 싱어송라이터 및 보컬이었다. 난 그저 '잘난 남편 덕으로 공짜로 홍보 받는 여자' 정도로 생각했었다. 이렇게 여혐이 위험합니다. 여러분. 뭘 몰라도 주위에서 걔 ㅆㄴ이라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되는 패턴이 참.     


어쨌든. 코베인이 죽은 지 20년이 넘었는데 그동안 쉴 새 없이 의혹이 있었다는 것도 비슷하다. 최근에 타살 음모론 다큐도 나왔고 그 외에도 의혹성 기사가 쉴 새 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그가 자살했을 무렵에 너바나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였고, 설마 그런 살인사건에 시애틀 경찰이 대강대강 수사했을 리는 없고, 그 후로도 그렇게 음모론이 많이 나왔는데 그걸 다 막을 정도로 코트니 러브가 치밀한 범행을 저지를 사람이냐 하면... 흠. 글쎄. 하지만 확실한건, 이 여자는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비호감이라는 것. 막말하고, 약쟁이고, 들쑥날쑥하고 등등.     


그리고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라는 식의 가설도 참 위험하다. 혹시 최근에 자살한 체스터 베닝턴을 아시는가? (린킨 파크 멤버였음) 자살 후 그의 부인이 "우리에게 그의 우울증은 이랬다"라는 제목의 페북 포스팅을 올렸다[1]. 죽기 36시간 전에 아이들과 웃고 즐기는 비디오다. 그는 여섯 아이의 아버지였고, 혼자 소외되어 살면서 자살 암시를 줄줄 흘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런 이런 사람이 자살할 거다라는 식으로 넘겨짚는 이들 중에 정신과 의사나 검증된 상담사는 별로 없다.     


코트니 러브나 서해순 씨나 비슷한 점은, 최소한 겉으로 보기에 그들은 완벽한 살인을 계획하고 유명인의 살인을 자살로 몰고 나갈 만한 기획력이나 상황 장악력, 현실 파악능력 등은 전무해보이며 엄청나게 비호감이라는 점이다. 그렇지만 사람은 보통 내가 호감 가는 사람은 좋은 사람일 거라 믿고,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사악한 사람으로 보는 성향이 강하다. JTBC 인터뷰에서 혼자 나와(...도대체 뭔 생각을 한 거지??) 별 헛소리 다 하고 더 욕먹는 모양인데, 그런 상확 파악 전무한 사람이 치밀한 완벽 살인을 하고 검찰과 경찰을 다 매수하기는 무리라고 보기보다는 "와 저 여자 진짜 비호감이다 미쳤나 봐 정말 싫어 분명히 남편 죽였을 거야"로 흐르기 마련이다. (호감 가는 외모인데 반응이 좀 비정상적으로 이상할 때는 반전 효과 때문에 더 강력하게 비호감이 되고, 그러므로 살인 같은 엄청난 범죄도 저질렀을 것이라 심증이 굳어지는 케이스도 꽤 있다 - 아만다 녹스라던가;;)   

  

코트니 러브가 진짜 커트 코베인을 죽였을지도 모르고, 서해순 씨가 김광석 씨를 죽였을 수도 있다. 난 실제 증거를 본 적은 없고 본다 해도 살인사건이나 우울증 등에 전문성 없는 우리는 '내 느낌에 유/무죄' 정도로 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느낌은 '내가 호감이 가는가'에 크게 달려있다. 뭐 사실 직장 면접도 비슷하다고 하니까 - 얼마나 구직자가 면접을 잘 봤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얼마나 면접관이 그 면접을 즐기고, 구직자에게 얼마나 호감을 느끼느냐에 달렸다고.     


여기서 또 나오는 명언. 사람들은 팩트는 잊을지 몰라도 받았던 느낌은 잊지 않는다. People forget what you did, but never how you made them feel (Maya Angelou). 의살/교살은 정말 판단하기 쉽다는데 [2] 무명인도 아니고 잘 알려진 사람의 사건에서 경찰과 검찰과 그 외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덮고 쉬쉬했을 가능성은 낮지만 그건 '어쨌든 내가 보기에 비호감이니까'에 견주지 못한다.     


이 사건 관련 제일 말이 된다 생각했던 글:

http://www.newsis.com/view/?id=NISX20170925_0000104220 


개인 의견으로는, 서해순 씨 같은 사람은 다른 사람들이 "딸도 죽었어??" 이런 소리 할까봐 그냥 거짓말하고 넘어갈 정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것도 내 느낌이다 쿨럭.     




[1] 죽기 36시간 전의 비디오

https://www.facebook.com/BuzzFeedNews/videos/1640099712677707/


[2] 박훈 님의 글

https://www.facebook.com/permalink.php?story_fbid=374981409582778&id=100012127662611     



- 네 지금 새벽 여섯 시에요. ㅠ0ㅠ 네 시 반부터 깨서 너바나 기사 뒤지고 있었어요. 아놔 시차 어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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