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26일
여기에 연봉 2천만 원을 버는 평범한 직장인이 있다. 이 사람은 돈을 더 벌고 싶어 한다. 그를 어떻게 도우면 좋을까?
그가 사는 집을 좀 더 변두리로 옮겨보자.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면 엄청 더 피곤해지면서 돈을 더 벌겠다는 각오가 생기지 않을까? 사대보험을 없애면? 앗뜨거라 좋은 데로 이직해야지 하지 않을까?
영어 공부 지원을 해준다고 광고하고, 실제로 지원받겠다고 오면 너 같은 영알못이 이런 지원 받을 가치가 있는지, 너 말고 더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자존심 뭉개는 질문을 왕창 해보자. 자존심 상해서 더 열심히 영어 공부하지 않을까?
직장 일을 훨씬 더 빡세게 만들고 보스가 마구 갈구면 어떨까? 드럽고 치사하니 돈 더 주는 직장을 찾겠다는 마음이 들지 않을까?
너 같은 것도 인간이냐고 욕하고 무시하는 건 어떨까? 그래야 정신이 확 들어서 돈 벌자는 각오가 생길 텐데.
이런 얘기 들으면 우리 다 빡친다. 안 그래도 힘든데 어떻게든 더 힘들게 만들면 오기가 생기고 열심히 하게 되지 않을까란 개 같은 논리는 어디서 나오는 걸까?
그런데 우리보다 훨씬 가난한 이들에게는 이런 논리를 서슴지 않고 사용한다. 가난한 이들에 대한 지원을 거둬야 정신 차리고 일하지 않을까? 정부지원 받는 걸 쉽게 만들면 돈만 빼가고 안 되지. 넌 왜 그렇게 사는지, 왜 정부가 너 같은 인간에게 돈을 줘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물어봐서 자괴감이 들게 해야지.
그렇다면 알바 자리를 편하게 만들면 더 이상 꿈을 크게 가지지 않으니 힘들어야 한다는 논리는? 공부 열심히 했으면 가난하지 않았을 테니 무시당해도 싸다는 걸 보여주면 과연 오기로 성공할까?
당신은 충분히 무시당하지 않아서, 사는 게 너무 만만하고 쉬워서 연봉을 올리지 못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