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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5. 2018

돈벌이로 집안일을 나누자는 남자를 피해야 하는 이유

2017년 10월 5일

"돈 덜 버는 사람이 집안일 더 하면 되잖아"란 남자를 피해야 하는 이유     


아래에 "이런 말 하는 남자 거르자"고 했는데 그 중 의문을 표시한 분이 계셔서 설명 답니다.     


대학 동창 두 사람이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월세는 반띵하고 있고 둘 다 회사원입니다. 이 중에서 누가 더 집안일을 해야 합니까? 

쌍둥이 두 형제가 서울에서 자취하면서 직장을 다니고 있습니다. 한 명은 연봉 2천을 받고 다른 한 명은 연봉 3천을 받습니다. 비슷한 근무시간입니다. 이 중에서 누가 더 집안일을 해야 합니까? 

동기생 둘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한 명은 연봉 2천인데 근무시간이 엄청나게 길고 다른 한 명은 연봉 4천이지만 근무시간이 짧습니다. 이 중에서 누가 더 집안일을 해야 합니까?     


이런 케이스에서는 답이 확실하죠. 자기 빨래, 자기 설거지 등 할 일은 알아서 하고 공동 구역은 최대한 서로 배려하면서 치우고 살기. 만약 한 명이 요리를 정말 좋아하고 다른 한 명은 요리는 싫지만 청소를 잘 한다면 뭐 분업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앞가림은 각자. 남에게 폐 안 끼치기'가 기본입니다.     


자, 동창 두 사람 예로 돌아갑시다. 한 명이 실직했습니다. 그동안 집세를 좀 더 깎아주기로 하고, 그 대신 집안일을 이제 좀 더 할 수 있어서 요리를 더 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은 이제 집에 들어오자마자 양말을 아무 데나 벗어 던지나요? 밥 먹다가 물 떠오라고 시키나요? 셔츠 다려놓으라고 하나요?    

 

쌍둥이 형제 중 한 명이 공무원 시험 준비에 돌입합니다. 다른 형제가 월세를 다 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험 준비 형제는 청소를 조금 더 합니다. 그렇다고 직장 다니는 사람이 화장실을 더럽게 쓰고 니가 치워라 하나요?     


"돈 덜 버는 사람이 집안일 더 하면 되잖아"에는 그런 배경이 있습니다. "여자가 집안일 더 해야지"는 좀 성차별스럽죠. 그러니까 나름대로 합리화한다는 것이 "돈 덜 버는 사람이..."입니다. 네, 그럴 수 있어요. 월세 반띵하고 살던 사이에도 조금 사정 어려운 사람이 덜 내는 동안 집안일 더 맡을 수 있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몇몇 남편-아내의 관계처럼, 혹은 어머니에게 민폐 끼치는 자식들처럼 막 굴지는 않습니다. 밥을 차려주고 먹어라 먹어라 해야 불러야 오는 것, 옷 벗어서 아무 데나 던지거나, 자기 양말이 세탁되어서 자기 옷장 안에 들어가 있는 걸 기대하는 거나, 치우는 사람 고려 안 하는 것, 당연히 내 시중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하는 그런 행동은, 동등한 관계에 있는 사람과 동거할 때는 하지 않을 행동이란 겁니다.     




만약 누나와 동생이 살고 있다면 누가 밥걱정을 하나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가 합니다. 어머니는 누나에게 아마도 말하겠죠. 동생 밥 챙기라고. 

만약 오빠와 동생이 살고 있다면 어머니는 누구에게 밥 챙기라고 하나요? 아마도 여동생. 

만약 형제 둘이 살고 있다면 누가 밥걱정을 하나요? 어머니. 아마도 반찬 해서 나르시겠죠. 

만약 집안의 어른이 아프다면 누가 간병을 하나요? 제일 만만한 여자가. 

만약 큰일이 있어서 누군가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면 누가 하나요? 제일 만만한 여자가. 

어떤 혼성 모임에서 밥을 해서 먹어야 한다면? 여자들이.     


남자와 여자가 살고 있으면 보통은 여자가 집안일 더 하게 됩니다. 이것을 합리화 하는 말이 예전에는 "여자가..." 였고, 요즘에는 "돈 덜 버는 사람이..." 입니다 . 그렇다면 여자가 돈을 더 잘 벌면 남자가 당연히 집안일 더 해야 하는데 절대 그렇진 않거든요. 그냥 제일 만만한 여자 갈아 넣기에 익숙해져 있는 시스템에서 갖다 붙이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 말을 하는 사람은 보통 가사노동에 대해 1도 생각 안 해봤고, 자기 앞가림 제대로 할 줄 모를 가능성도 높습니다. 아니면 "사정 봐가면서 적당히 나눠서 하지" 정도로 말했을 겁니다. 

주위에서 "남자가 돈을 더 버니까 집안일 덜 하는 게 당연하다"소리를 듣고 오 그럴듯하다 해서 그것만 주워섬기는 게 너무 뻔해서, "너는 여자니까 어차피 돈 많이 못 벌 거고, 그니까 내 수발들어라"란 게 너무 뻔하니 거르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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