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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5. 2018

남자에게 어떤 환상을 가지지 말까요란 질문이 있어서

2017년 10월 6일

음. 이거 무슨 말을 해도 욕먹을 각인데 어쨌든 가보겠습니다.

     

완벽한 남자는 없다는 거 아시죠. 사실 나에게 완벽한 남자도 없을걸요. "나한테 완벽하다고 내가 자기합리화 완료한 남자"는 많습니다. 요즘 세상에는 언뜻 보기에 선택이 엄청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저렇게 많은 남자 중에 나를 그대로 완벽하게 사랑해줄 사람 한 명쯤은 있을 것 같잖아요.     

글쎄요. 지나가는 보통 남자 1명 보시면, 이 남자를 존재 그대로 완벽한 사랑을 퍼부어줄 여자가 떠오르시나요. 사람들 거기서 거기일 확률이 높아서 뭐. 콩깍지를 써야 하는 거죠.     


그 많은 환상 중에서도 제일 큰 환상이라면, 날 사랑하면 날 이해할 거라는 환상. 아뇨. 호감이랑 이해는 같을 수가 없습니다. 나를 이해 못 해도 좋아할 수 있어요. 좋아한다고 해서 갑자기 독심술 초능력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요. 평생 같이 살아온 가족도 아니고 이 인간 도대체 뭐지?? 할 때 많은데, 호감 느낀 지 얼마 안 된, 몇십 년을 타인으로 살아온 사람이 내 마음을 어케 아나요. 

사랑한다면 이 정도 해줄 거라는 환상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에게 뭐 해주고 싶은 건 맞는데, 그 배려와 행동도 사람마다 패턴이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24시간 붙어 있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수다 떨고 싶어 하고, 어떤 사람은 섹스하고 싶어 하고, 뭐 그렇죠. 그게 잘 맞는 것만 해도 참 축복입니다.     


이해하지 못해도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 역시 오해일 수 있습니다. 왜 내 남자는 힘들어도 말을 안 하냐 이런 불평하시는 분들 자주 봤는데요, 대화하면서 풀고 타인에게 의지하면서 좀 편해지고 이거 개인 성향, 선호입니다. 간단한 말도 다 지적질로 보고 발칵 하는 사람 꽤 흔한데요. 설명하자면, 친구들과 외모 한탄하고 있는데 카톡방에 내 쌩얼과 적나라한 뱃살을 일부러 계속 올리면서 "맞아 니가 좀 그렇지?" 하는 친구 느낌? 능력 부족으로 느껴지는 부분, 자괴감 느끼는 부분에 대해서 나에게 얘기하면서 풀어라는 강요를 받는 이들 느낌이 이렇습니다. 그래 나 찌질해서, 못나서 뺑이치고 있는데 그걸 꼭 세세히 소상하게 너한테 털어놔야겠냐.. 정도?

     

시어머니와 편하게 대화하기 힘들죠. 그런데 정말 솔직히는, 여친이나 부인이 그 정도로 대하기 힘든 남자도 많습니다. 한 마디 한 마디 조심해야 하고, 상대방이 자존심 스크래치 내도 속으로만 부글부글하고 대놓고 말 못 하고, 엉뚱한 데다 화풀이하고 뭐 그런 거요. 가장 가까운 사이인데 그런 걸 왜 말 못 하냐 하면, 그냥 그런 사람들 많더라고요. 

많은 남자에게 여자는 절대로 대하기 쉬운 존재가 아닙니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 해도요. 섣불리 '말 해봐 들어줄게'라는 미끼 덥석 물고 말했다가 '너 그런 생각 하고 있었어? 충공깽!!' 이런 벼락 맞은 경험 많을 거예요. 상당히 많은 남자들이 여친/부인을 '모시고' 산다고 생각하고, 실제로 많이 맞추려고 합니다. 충분한 대화와 이해로 자연스럽고 편한 관계.. 이거 그렇게 보편적이지 않았습니다. 그런 남자 입장에서는 시어머니가 불편하다는 말이 선뜻 이해 안 될 수 있습니다. 나도 너한테 이렇게 매일 맞춰주고 눈치 보는데, 우리 엄마 얼마나 자주 본다고 좀 맞춰주는 거 그거 못해? 원래 사는 게 다 그래. 다 맞춰주고 사는 거지 <- 이런 말 나옵니다.

     

음. 그러니까 결론. 남자에 대한 환상 중에 제일 흔한 것 - 나에게 완벽한 남자가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환상. 날 사랑하는 남자는 날 이해할 거라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을 즐거이 함께할 거라는 환상. 그리고 힘든 일 있으면 서로 털어놓고 서운한 점도 그때 그때 대화로 풀면 될 거라는 환상 (그런 대화 많이 괴로워합니다 쿨럭). 실제로는, 적당히 맞는 사람과 서로 맞춰가는 거고, 힘든 일 있어도 그걸 구구절절 늘어놓는 건 '내가 이렇게 못났소' 같아서 거부감 느끼는 사람 꽤 있고, 서운한 점을 말하고 푸는 게 아니라 '넌 이러니까 못난 남자인 거야 두 시간 연장 스페셜 디렉터스 컷'으로 듣는 사람 많다는 거?     


+ 그리고 좋은 남자 만나면 섹스도 완벽할 거라는 환상도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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