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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5. 2018

여자가 당하는 성추행, 성폭행의 가장 잔인한 점

2017년 10월 14일

여자가 당하는 성추행, 성폭행의 가장 잔인한 점은 그 여성에게서 가장 빛나는 부분을 짓뭉개버린다는 것이다.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이었다면 니가 그렇게 받아줘서 당한 거고, 터프한 성격이면 뭐 그 정도 가지고 징징거리냐 그냥 넘어가라 할 것이다. 순한 사람이라면 역시 물렁해서 당한 거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그런 상황이 될 거 왜 몰랐냐는 소리 듣는다. 정이 많은 사람이면 질질 흘리고 다녔다, 여지를 줬다, 들이댔다는 소리 들을 것이다. 야한 농담도 잘 하고 잘 노는 성격이라면 뭐 알 거 다 알면서 갑자기 도덕군자인 척하냐 할 것이다...  

   

당신의 성격이 어떻든 간에, 그것은 당신에 대한 성폭력을 정당화하는데 쓰인다. 그리고 피해자는 그 후로도 자신을 의심하며 살게 된다. 내가 너무 멍청해서 당했는가? 내가 너무 나대서 당했는가? 내가 너무 친절해서 쉬워 보였는가? 나는 사실 실력 능력 없는 사람인데 그저 성적인 매력 때문에 선택당한 것일까?     


그냥 참고 넘어가면 다 알고 즐긴 것이 된다. 그로 이득을 봤다고도 할 것이다. 친구에게 말해봐야 별 도움 되지 않는다. 주위 사람에게 말하면 당장 불이익을 받거나 문제 일으키는 신입으로 찍힌다. 경찰에 가봐야 별수 없는 거 우리는 다 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도 이득 볼 거 다 봤으면서 시간 지난 후에 웬 꽃뱀놀이' 소리 듣는다. 당한 건 내 잘못이 아닌데, 손해는 오롯이 피해자 몫이다. 어색함도, 따돌림도, 가해자의 보복도, 다른 그룹으로 옮기기 힘듦도, 다 피해자 몫이다.       


그냥 성추행이 아니다. 그저 한 번 만졌는데 뭘 그리 난리냐고 할 일이 아니다. 한 여자의 인격을 짓밟아버리고, 어떤 선택도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자기혐오와 분노의 미로에 밀어 넣는 일이다.     

하비 웨인스타인의 방에서 안전하게 나오는 일은 없다. 무슨 일이 일어났든지 그녀는 자기 의심과 자기혐오에 시달리게 된다. 그러나 그들은 말할 것이다. "니가 이뻐서 그래" "칭찬해줘도 지랄이야" "어딜 가나 비슷해" "뭘 또 그런 거 가지고 문제 만들고 그래 너만 피곤해지게""네가 좋아서 그냥 작업 걸어본 걸 가지고 뭘"     

닥쳐 십새들아.     


(New Yorker 글에서 부분 번역/재구성하였습니다)     


https://www.newyorker.com/culture/jia-tolentino/how-men-like-harvey-weinstein-implicate-their-victims-in-their-ac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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