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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Jun 16. 2018

최근에 다시 예전 사이즈로 돌아왔다

2017년 10월 24일

(자뻑인 거 같아 오글거리지만 우선 참고) 영국/미국에서는 내가 나이 40 거의 다 되었고 애도 둘인데 자기 관리 참 잘 하나보다, 몸매 신경쓰는가보다....는 착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역시 아시아 여자들이 그런 여성스런 면이 좋다고 말한 빻은 놈도 있었다. 

그런 나는 며칠 전에 한국 여자에게서 "양파 님은 치우는 걸 귀찮아하고, 움직이고 적당히 먹기보다 안 움직이고 과하게 드시니 살이 찌고 집이 지저분해지는 거지요." 라는 소리 들었다. 으하하. 무려 여자였다. 참고로 난 20년 넘게 58킬로 나갔다. 이번 해 책 출간 전후로 처음으로 65 찍었고, 지금은 또 60으로 내려왔다. 그러니까 난 거의 평생 평균적인 66 사이즈였다. 청바지 28 입는다. 나라는 인간이 딱 나 정도의 식탐에 나 정도의 게으름과 나 정도의 생활 습관으로 지금 현재 내 덩치로 살고 있는 것인데, 보는 사람들의 환경과 배경에 따라서 관리 잘 해서 날씬한 아시아계 여자 vs 안 움직이고 과하게 처먹어서 살이 찐 중년 돼지가 된다. 말했지만 둘 다 나 한 사람이다. 동일인. 원 퍼슨.

(아, 영국 여자 사이즈 평균이 16 (99 사이즈)에 허리 36인치란다. 그러니까 거기에 비교해서 날씬 쿨럭;;)     


한국어 구사자에게 영어는 어렵다. 시간이 훨씬 더 오래 걸린다. 여기 박지원 씨(가명)는 지원 씨의 머리 수준과 지원 씨 레벨의 노력으로 영어를 공부하여 해외에 취업하였다고 하자. 똑같은 사람을 두고 한국 사람은 오, 영어 잘 하네! 능력 있다! 라고 볼 수 있겠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은 "우와 중고등 학교부터 영어 배운다는데 왜 저렇게 영어 못하지? 머리가 나쁜 걸까 아니면 언어에 재능이 없는 걸까?" 생각할 수 있다. 똑같은 사람이다. 판단하는 사람들의 경험과 이해와 편견이 다를 뿐. 

그 옆의 서원 씨는 영어를 잘 한다고 하자. 서원 씨가 더 노력했을 수도 있지만, 어렸을 때 이민 나갔을 수도 있지. 아니면 지원 씨는 코딩을 더 좋아해서 코딩을 했고, 서원 씨는 언어를 더 좋아해서 그 공부를 더 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판단하는 사람은 영어 실력=자기관리/실력/지능으로 치환해버렸다.     


사람은 타인에 있어서는 보통 먼저 편견 가득 찬 판단을 내리고 그것을 합리화한다.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고 식탐 넘칠 거라 생각하고 있으므로, 내 기준에서 뚱뚱한 사람은 게으르고 식탐 넘친다고 욕한다. 반대로 나보다 날씬한 사람은 식이 장애 있을 거다, 너무 외모에만 신경 쓴다, 코르셋 낭낭이다는 식으로 욕할 수도 있겠다. 실제로는 그냥 사람이다. 나름대로의 이야기가 있고 나름대로의 배경과 경험과 사정이 있는. 

난 영어로 정규교육을 받았고 내 학창 시절에는 셰익스피어 모르고는 졸업 못 했다(한국서는 송강 정철?? 인가 모르고는 졸업 못 한다고 들었다). 그러나 날 보고 아시아 출신 여행객을 상상한 사람은 어? 이 사람 의외로 문학에 조예가 있네라고 착각할 수 있겠다. 아냐 그냥 고등학교 졸업하면서 기본만 배운 거 쿨럭;; 나 예술에 조예 그런 거 엄써;; 대신 한국 정규교육 내용은 잘 모르므로, 날 잘 모르는 사람은 우와 조낸 무식하다 어떻게 서른 넘도록 산낙지가 산에서 사는 낙지라고 알고 있었지? (<- 양파 나야 나) 

물론 여기서도 나는 그냥 딱 내가 살아온 배경과 환경 만큼에 어울리는 그냥 한 사람이다. 나를 보고 무식하다고 욕하는 이나 문학에 관심이 많았나보다 착각하는 이나 둘 다 자신의 편견을 투사했을 뿐이다.     

아무래도 눈에 띄는 부분을 가지고 판단을 내리다 보니까 제일 손해 보는 이들은 몸무게 많이 나가는 사람들. 특이하게 생긴 사람들. 말 어눌하거나 장애가 있거나 그 외 이유로 주류에 끼지 못하는 사람들. 돈 없어 보이는 사람들.     


누가 좀 과체중이라고 하자. 그 사람은 가족 간병에 시간을 썼을 수도 있고, 아님 나처럼 남는 시간에 운동하느니 웹툰 보고 페북에 글 올리는 거 좋아할 수도 있고 (...), 호르몬 문제 있는 사람도 있고, 부상으로 운동 쉬고 있을 수도 있지. 난 젊었을 때도 운동이나 다이어트보다는 씰데없는 책 읽는 거 글 쓰는 거 좋아했으니 안 날씬했을 거다. 어떤 사람들은 친구들과 어울리는 거 좋아할 수 있고. 한국과는 비만의 척도가 완전 다른 곳에 살아서 신경 안 썼을 수도 있고. 반짝반짝 집 청소하는 이도 있고, 요리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 수백만 가지의 가능성 중에 우리는 제일 만만한 편견을 가져온다. "뚱뚱한 거 보니 게으르고 자기 관리 못 하는군" "상식이 모자란 거 보니 공부 못했나 보군" "가난한 거 보니 노력 안 했나 보군" 뭐 등등. 남이 나를 그렇게 평가하면 그렇게도 진저리를 치면서, 당장 우리도 나가면 평가질을 한다. 아니, 편견 가득한 결론부터 내리고 거기에 제일 만만한 이유를 갖다 붙인다.     


진실은, 60억 인구가 60억의 다른 꿈을 꾸고 다른 삶을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다. 다들 각각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찌질하고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열심히 즐기고 놀고 일하고 산다.     


결론: 

그니까 악플 당신, 내가 좀 게으르고 많이 먹는 건 맞는데, 당신은 맥락맹이니 뭐 대략 당신이나 나나 유니끄하게 못났다고 하고 넘어가자. 쓰고 나니 20분 지났는데 이 시간에 뛰었으면 살이 더 빠지긴 빠졌겠네ㅋ 이번엔 내 뒤끝 땜에 못 뺀 걸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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