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5일
* 페이스북에서는 여성 독자분으로 제한했던 글입니다
얼마 전에 리나 던햄이라고, 미국에서 Girls 라는 시리즈 작가로 꽤 알려진 사람이 있습니다. 페미니스트고, 몇 달 전만 해도 피해자가 강간당했다고 하면 좀 믿으라고 트윗했던 사람인데, 같이 일하던 남자 작가가 강간 혐의를 받자 그럴 사람 아니라고 감싸고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엄청난 공격을 받고 피해자를 믿어야 하는 게 맞다고 사과했죠.
같이 일하는 좋은 동료가 강간범이라고 생각하는 거 쉽지 않을 거예요. 뭔가 머릿속에서 연결이 되지 않거든요. 전 20년 가까이 컴퓨터 쪽에서 컴사 외에도 여러 공대 출신 남자들과 일했고, 정말 좋은 남자 동료 상관 후배 선배 친구 많이 만났습니다. 한국분도요. 남편도 공대남자고 대학교 대학원에서도 공대 남자 잔뜩이었군요. 한국은 아니라는 말 들었어도, 내가 만난 남자들은 괜찮았기 때문에, 한국 남자 개발자분들 꽤 만나봤는데 거의 다 좋은 분이었기 때문에 선입견이 단단히 있습니다. 개인 레벨로는 여혐발언 충분히 합니다. 몰라서도 하고 숨기지 못해서도 하고요. 하지만 남초 조직 계속 있으면서 최소한 겉으로는, 공식적으로는 단호하게 PC 했습니다. 사건 사고가 나면 그래도 원칙을 지키는 척이라도 하고요.
모든 삶을 살 수는 없죠. 저는 제가 겪은 것만 알고 제 밖의 환경은 들어서만 압니다. 한국 분위기는 다르다는 거 많이 들었어도, 아무래도 제가 아는 환경이 더 우선순위로 떠오르는 거겠죠. 그래서 "아냐 공대남은 그렇지 않하아아아아!! 여자를 많이 접하지 못해서 헛소리 할 땐 있어도 악의적으로 저렇게 페미 죽어라고 나서진 않아!!! 그럴 수가 없어!!"
한양대 앞으로 빨간줄이라는 말을 이렇게 길게.
예전에 분명히 한양대 개발자분도 만난 거 같은데 ㅡㅡa 페이지 통해서 만나서 그럴 수밖에 없었던 건가요??
와. 진짜. 아무리 그래도 공대가 여혐의 본진이라는 건. 아. 적응 안 된다. 물론 과마다 좀 다르고 토목 쪽 쫌 심한 거는 알고, 남초라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여혐 분위기는 알지만 저렇게 공격하면서 덤비는 태도가 공대 캠퍼스에서 나온다니. 아. 진짜 적응 안 되네.
덧:
이 정도로 분위기 파악 못하면서 난 지금까지 무슨 글을 쓴 거지란 근본적인 정체성 혼란에 빠져서 괴로워하며 주말을 보내고 있습니다.
혹시 앞으로도 제가 뭔가 초점 못 잡는 거 같걸랑 사정없이 피드백 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