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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r 23. 2018

운명 같은 선물. Serendipity.

2018년 1월 30일

-한 6년 전에 결혼반지를 잃어버렸다. 엄마는 누가 훔쳐갔을 거라 하셨다 -     


글피, 목요일 출국이라 일이 정말 미친 듯이 넘쳐났다. 집을 세놓아서 이번 주 주말에 이사 올 세입자들이 쓸 이케아 침대를 사와 조립하던 중, 이베이 내놓은 공구를 사러 온 사람이 도착해서 남편은 잠깐 나갔다 오겠다며 내려갔다. 그런데 공구만 주고 온다던 이 사람이 올라올 생각을 안 하네. 혼자서 뚝딱뚝딱 계속 조립하는데 밖에서 까르르 웃는 소리가 들린다. 뭐야, 이제 둘이 사귀나 -_-? 한참을 웃다가 들어온 남편에게 뭔 일이었냐 물으니 그 사람이 자기 부인에게 프러포즈했던 얘기를 하더란다.     

큰맘 먹고 다이아 반지를 사고 프러포즈를 했는데 하필이면 장소가 숲속. 어쩌다가 반지를 떨어뜨렸는데 찾지를 못하겠더란다. 여섯 시간을 찾다가 포기하고, 금속탐지기를 사서 다시 와서 친구와 뒤졌으나 못 찾았다. 결혼하면서 담배 끊으려고 했었는데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담배 한가치 꺼내 들었다. 자리에 주저앉아 담배에 불붙이고 지는 해를 하염없이 보다 보니까 저 구석에 뭔가가 반짝 하더란다. 그렇게 찾아도 안 보이던 반지였다고.     

아니 뭐 다 좋은데, 그 얘기를 왜 하냐고.     

이 폴란드 남자가 공구를 가지러 오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왔다. 이게 박스가 상당히 큰데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가 걱정이었다. 남편은 안 쓰는 배낭과 가방 등을 갖다 버리려고 내놓은 거 있으니 그거 하나 주겠다고, 거기에 넣어서 가라고 까만 배낭을 꺼내왔다. 먼지가 잔뜩 쌓였고 해서 탈탈 털었는데.... 떨어진 것.     

결혼 반지 ㅋㅋㅋㅋㅋㅋㅋㅋ 헉, 이게 모...야? 설마? 혹시? 진짜 잃어버린 그 반지??     

그래서 그 구매자가 우와 나도 그런 적 있었는데!! 하면서 자기 얘기를 해줬고, 그래서 말이 길어졌다고.     




한참을 잊고 살았다. 가방은 다 갖다 버리려고 쌓아뒀고 차에 자리가 없어서 못 갖다버렸다. 공구도 그냥 미국으로 다 가져갈까 하다가 변압기 써야 하고 뭐 그럴 거 같아서 갖다 버리려다가, 상당히 괜찮은 브랜드 공구라서 기쁘게 가져갈 사람도 있겠다 싶어 이베이에 올렸다. 그 사람은 이런저런 일이 있어서 가지러 오는 날짜를 자꾸 미뤘다. 가방을 버리려고 챙겨놓은 건 어제였다. 원래대로 저번 주 목요일에 왔으면 이럴 일 없었겠지. 오토바이 대신 자기 보통 몰고 다니는 차를 가져왔어도 이럴 일 없었을 거고. 그 큰 봉지 안에 배낭만 열 개 정도 있었고, 하필이면 그걸 집었다. 게다가 먼지 많다고 탈탈 털지 않았어도 떨어져 나오진 않았겠지. 그런데 마침 비슷한 사연을 가진 사람이라니.     

뭐 그렇게 떠나기 삼일 전 결혼반지를 찾았다. 운명 같은 건 믿지 않지만, 그래도. 너무 장난같이 결혼한다고 엄마가 다이아 반지는 꼭 하라고 해서 했던, 우리 부부가 결혼식에 유일하게 하나 준비한 게 이 반지. 보석상에서 사면 비싸니까 간단히 디자인 주면 다이아 알만 취급하는 곳에서 싸게 맞출 수 있다 해서 남편이 디자인했고, 엄마가 하도 사이즈에 집착하길래 제일 싸면서 알 큰 걸로 했더니 상당한 저퀄이라 아주 반짝이진 않는다.     

그렇게 돌아온 반지 끼고. 며칠 뒤에 출국한다. 뭔가 좀 더 마음이 든든하다.     

  



정말 오랜만이지요. 페이스북에 거의 안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자잘한 일이 너무 많아서 정말 너무 정신이 없었어요. 내일은 차 팔아야 하고 거실 천장 고친 부분 페인트칠해야 하고 수요일에 이삿짐 업체 오기 전에 마지막 분류 다 끝내야 하네요. 세금 서류 핸드폰 처리 아직 남았고 그 외에 자잘한 일 수십 개. 그러던 중에 이런 일이 있어서 잠깐 쉬러 앉아서 겸사겸사 인사도 하고 갑니다 :) 잘 지내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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