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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angpa Mar 23. 2018

니네가 그러고도 사람이냐

2018년 2월 20일

이윤택 관련 기사를 쭉 읽었다.    


화가 난다. 이딴 놈들은 몇십 년 동안 자신의 권력을 즐기고, 대접받고, 아랫사람들은 알아서 여자 구해 바치고, 최소한 눈감아주고, 피해자에겐 다 그런 거라 윽박질러주고, 선생님은 그럴 분이 아니라 실드 쳐줬잖아. 거기서 황제로 군림했잖아. 악랄한 성범죄자 주제에. 추앙받고 대접받고 곧바로 돌아서서 십 대 소녀 그루밍하고 강간하고 대상 받고 훈장 받고 교수님 선생님 소리 듣고는 여배우들 가슴 마음대로 쥐어 잡고 성기 잡고. 

트럼프는 grab them by the pussy라고 말한 걸로 난리였는데, 진짜 막 그러는 사람이 있다는 거 이제야 알았다. 그렇게 지 맘대로 칠십 가까운 나이까지 잘 먹고 잘살다가, 고작 몇 시간 기자들 앞에서 자기가 부족했니 어쩌니 우물우물 변명 좀 늘어놓고 돌아서서는 또 "아이고 요즘 여자애들이 이상해졌어요 연극계 거장님께서 그렇게 가시면 어쩌나요" 이딴 우쭈쭈 받을 거잖아. 몇 달 지나면 슬슬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피해자들한테 보복할 거고.     


저딴 인간 잘 먹고 잘 살게 하려고 희생된 사람들은. 십 대부터 그루밍 당해서 이제야 그게 성폭행이었음을 알게 된 사람들은. 그 수백 수천수만의 시간은. 처참하게 망신당하고, 나는 이제 사랑받을 가치가 없다 자책하고, 남자는 원래 그런 거라 자신이 나서서 가해자 이해해주고, 그래도 존경하는 선생님이라 했던 이들은. 그 수백만 시간들은. 그래놓고 사과 몇 마디 우물우물하고는 끝인가. 인생은 그런 건가. 그렇게 많은 폭로 후에 실제로 쇠고랑 찬 사람은 몇인가. 감옥에 간다 하더라도 그들이 행한 성폭력으로 생겨난 그 수백만 시간의 고통은 보상되나.     

화가 난다. 아직도 자기가 어떤 고통을 초래했는지보다는 여자들이 이렇게 과거사를 들추는 것이 더 짜증 나는 이들이 사회 도처 지도자로 포진해 있다는 것이. 미투 폭로는 쏟아지는데 그때 분명히 그의 옆에서 조력했을 이들이, 오히려 여자를 탓했을 그들은 모른 척 딴청 부리고 있음에 화가 난다. 

    

그리고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렇게 성희롱 성추행 얘기를 해도, 자신들도 다 뻔히 알고 있었으면서 모른 척해온 것이, 여자들이 정말 우르르 푸닥푸닥을 해야 모든 남자가 그런 건 아닌데 어쩌고저쩌고, 꽃뱀이 어쩌고, 역차별이 어쩌고, 여자들이 행실을 똑바로 하면 어쩌고 해온 것이. 너네 다 알고 있었으면서 그랬냐. 너네 '선생님'에게 여자 갖다 바치면서도 그랬냐. 너네 당했다는 애들이 울면서 말하는 거 보면서도 눈 한번 깜빡 안하고 여성 상위 시대가 어쩌고 그런 거냐. 

니네가 사람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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