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퇴사한 지 3개월이 지났다.

by 양루키

내가 퇴사한 바로 다음 날 재입사했다는 후배에게서 연락이 왔다.
“루키님, CTO로 잘 계시죠? 저는 드디어 어제부로 수습이 끝났습니다.”


그 메시지를 읽는 순간에서야,
아—벌써 세 달이 이렇게 지나갔구나, 하는 생각이 뒤늦게 밀려왔다.
바쁘게 살면 계절이나 날짜 같은 건 정말 금방 사라진다.


후배가 퇴사할 때, 대기업에서는 본인이 원하는 개발을 못 해서 나간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정말 개발을 좋아하는구나, 멋있다’라고 생각했다.
이 친구는 안드로이드 개발을 진짜 좋아했다.
혼자서 앱도 많이 만들고, 누구보다 성실했다.


그랬던 그가 결혼하고 다시 S사로 돌아오다니.
아무래도 안정감이 필요했나 보다.
나와는 반대의 길을 선택했다는 사실에,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이 스쳤다.
… 아니, 실망감이라기보다
그 감정의 뒤에 숨어 있는 건 아마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그 친구가 우리 회사에서 앱을 맡아줬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다시 S사라니—
이제는 더 이상 ‘꼬실 수는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조용히 들었다.

수습… 내 기억으로는 3개월 동안 월급의 75%만 받는 기간이었다.
무언가 징계를 받으면 바로 잘릴 수도 있는,
약간은 서늘한 느낌의 시간.


10년 전 그 시절의 나는,
그 기간을 그냥 월급이 적은 시기 정도로만 기억한다.
무언가를 배우고 적응하는 시간이라는 생각은
솔직히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생각해 보면 CTO, 컴퓨터 선생님이라는 이름으로 보낸 지난 3개월도 비슷하다.
큰 사고 없이 지나갔다는 건,
아마 나도 모르게 적응을 했고
어쩌면 수습이 끝난 것처럼
이 역할 안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거의 매일 새로운 기능을 하나씩 붙이고 있다.
그 바쁨 속에서,
나는 잘 견디고 있는지
잘 살아가고 있는지
잠깐 멈춰서 돌아보게 되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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