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다니면서도 사이드 프로젝트에 대한 관심은 늘 컸다.
언젠가는 내가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해보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운 좋게 1년 휴직을 하게 되면서, 두 곳의 스타트업을 경험할 기회를 얻었다.
하나는 꽤 오래 운영되어 왔지만 유저가 점점 줄어들어
새로운 방향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놓인 서비스였다.
엑싯이나 피벗의 타이밍을 놓쳐 어쩔 수 없이 오래 버티는 싸움이 되었고,
주주들의 압박은 점점 커졌다.
이전의 영광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던 대표는 점점 지쳐가는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그의 열정과 감각은 배울 점이 많았다.
다른 하나는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신생 서비스였다.
고객 니즈에 정확히 초점을 맞춘 덕분인지
신기하게도 자체 수익이 꽤 잘 나고 있었다.
‘이제 투자받고 스케일 업하면 되겠다’는 분위기였지만
그 결정 또한 이상하게 시기를 놓쳤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운영하는 서비스는
가장 필요한 기능만 담은 MVP 형태로 빠르게 만들었고,
운 좋게 대표의 능력 덕분에 초기 고객을 확보하며 조금씩 자리 잡아갔다.
우리는 고객을 직접 만나고, 그들이 원하는 기능을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제공하고 있다.
수익이 나는 구조라 투자는 최대한 미루고,
대신 고객이 원하는 방향에 집중해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실패를 통과하는 일>에서도 그랬고,
최근 만난 선배 역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성장이 더뎌졌다고 투자자의 압박에 흔들리기보다
지금 내 앞의 고객에 집중해 꾸준히 키워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그래서 정말로,
우리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고객의 요구사항이 명확하지 않은 듯한 상황을 마주하면서
생각보다 큰 기능들을 계속 추가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그리던 방향과 정말 일치하는지
의문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는 빠른 개발과 그에 대한 고객의 즉각적인 피드백에
어쩌면 조금 중독된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의 방향과 다소 다르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보았지만,
우리는 일단 고객 만족이 우선이니까 계속 개발을 하고 있다.
정말 고객의 니즈에만 집중하는 것이
언제나 옳은 걸까.
다행히도 또 다른 코파운더는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고,
우리는 그 사이에서 절충안을 찾아가고 있다.
브랜드의 정의나 슬로건을 명확하게 세워두고,
흔들릴 때마다 돌아보아야 한다는 글을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의 슬로건은 무엇이었던가.
이런 넋두리는 대표에게 선뜻 꺼내지 못해
이렇게 여기에 조용히 적어본다.
(물론 소통이 가장 중요하니까 조만간 말하리..)
이 또한
나와 우리 회사가 겪는 성장통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