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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Jul 29. 2021

2-3. 느긋한 와카치나의 아침

[와카치나]


와카치나의 아침


와카치나의 아침이 밝았다. 하지만 그다지 쾌적하지 않았다. 지난 밤 사이 바람 한 점 불지 않고 더워서 잠자리가 불편했다. 다른 친구들도 숙면을 취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나와는 다른 이유에서였다. 듣자 하니, 야심한 새벽에 우리 방 앞에서 어떤 관광객이 큰 소리로 통화를 했다고 한다. 게다가 누군가 방을 착각한 나머지 우리 숙소 문을 열려고 시도했고, 휴대폰 플래시를 켜서 숙소 내부를 확인했다고 한다. 다행히 그 사람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갔지만, 잠귀가 밝은 다른 친구들은 반쯤 뜬 눈으로 밤을 샌 모양이다.



문 열면 바로 공용공간이다



바나나호스텔 조식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조식 메뉴는 골든 에그, 팬케이크, 과일 샐러드였다. 골든 에그는 알맞게 잘 익었고, 과일을 풍족하게 먹을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지만, 배를 든든하게 채우기에는 양이 턱없이 부족했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근처 와일드 올리브 게스트하우스에서 파는 오믈렛이 맛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곧장 길을 나섰다. 오믈렛과 스크램블 에그를 주문했다. 오믈렛과 스크램블 에그는 계란만 덩그러니 나왔고, 다른 사이드 메뉴는 빵말고는 없었다. 구성이 너무나 빈약했고, 맛도 평범한 수준이었다. 왠지 뒤통수 한 대 강하게 맞은 느낌이었다.



바나나호스텔 조식
흔한 오믈렛이었다.



밖에 나온 김에 오아시스 주변을 산책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불구하고, 태양이 무척 강렬했다. 오아시스 주변으로 나무가 무성했고, 그늘을 따라 거닐었다. 오아시스 주변은 예상과는 달리 지저분했고, 모기가 제법 많았다. 오아시스는 멀리서 볼 때 아름다운 듯 하다. 오아시스 바로 옆 모래 언덕을 거닐었다. 태양의 열기를 머금어 무척 뜨거웠고, 황급히 샌들을 신었다. 주변을 조금 더 구경하다가 햇살이 너무 강해서 금방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주요 일정은 버기투어&샌드보딩이었고, 투어 시작은 오후 4시였는데, 숙소에 돌아왔을 때 시계는 오전 9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동안 뭐하지? S는 풀장에 들어갔고, 나머지 세 명은 해먹에 누워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졌다. S는 풀장으로 들어오라고 유혹했지만, 우리를 해먹으로부터 꺼내기엔 부족했다. 해먹에 너무 오래 누워있어서 허리가 아플 때 즈음 풀장으로 향했다.


풀장은 넓지 않아서 수영하기엔 적합하지 않았고 시원한 물에 몸을 담그고 있는 수준이었다. 튜브에 몸을 싣고 물의 출렁임에 몸을 맡긴 채 불어오는 바람을 느꼈다. 수면 위에 누워 유유자적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만한 힐링이 없었다. 한참 동안 물속에 오래 있었더니 추워서 밖으로 나왔다. 점심식사는 바나나호스텔 식당을 이용했는데, 볶음밥과 로모살타도 파스타를 주문했다. 유명한 식당 못지 않게 아주 맛이 좋았다. 어쩌면 우리가 수영을 하고 난 다음 먹었기 때문에 더 맛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로모살타도 파스타와 볶음밥



신나는 버기투어


버기투어에 참여하기 전 숙소 앞에서 인원수를 검사하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한국인이 정말 많았다. 정말 가평에 온 것처럼 투어 인원 중 절반 이상이 한국인이었다. 버기카가 주차되어 있는 지점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샌드보딩을 탈 생각에 한껏 마음이 들떴다. 원래 계획은 4명이서 뒷자리에 타려고 했으나 안전상 이유로 3명밖에 탈 수 밖에 없었고, 결국 B는 다른 버기카에 탑승해야 했다. 모든 인원이 차량에 탑승을 마치자 우렁찬 엔진 소리와 진동이 전신에 울려 퍼졌고, 버기카는 모래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버기카 주차장



버기카 승차감은 놀이기구를 타는 듯 스릴 넘쳤다. 굴곡진 모래 언덕을 지날 때마다 역동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즐거움은 오래 가지 않았다. 맨 뒷자리에 앉은 데다 완충 시스템이 전혀 없어서 충격과 진동이 고스란히 몸으로 전해졌다. 허리와 엉덩이가 무척이나 아팠다. 게다가 차량에 바람을 막아줄 유리가 없어서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다. 이동하는 내내 손잡이를 꽉 움켜쥐고, 온 몸에 긴장을 유지했더니 몸이 뻐근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곧장 스트레칭부터 해야 했다.






어느새 와카치나 마을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은 온통 사막으로 둘러싸여 있어 마치 망망대해 한가운데에 놓여 있는 느낌이었다.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은 높낮이만 다를 뿐 온통 모래 언덕으로 가득했고, 태어나서 처음 보는 장면을 마주하니 그저 넋을 놓고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사막 한 가운데에 홀로 떨어진다면 어떤 기분일지 알 것 같았다. 아무리 큰 소리를 외쳐봐도 모래가 빨아들이고 나의 존재를 지워버릴 것 같은 그런 막막함이 들었다.



여기도 사막
저기도 사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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