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SJ Jul 29. 2021

2-4. 짜릿한 샌드보딩, 선셋을 기다리며

[와카치나]


스릴만점, 샌드보딩(sandboarding)


드디어 샌드보딩 포인트에 도착했다. 관광객들은 각자 보드를 받고 양초를 받아 바닥에 닿는 면에 양초를 골고루 문질렀는데, 이렇게 사전 작업을 해야 더욱 매끄럽게 모래 언덕을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탑승 요령은 다음과 같다. 양초를 문지른 부분이 바닥에 닿도록 보드를 놓고, 배가 보드에 닿게 엎드린 다음 두 팔을 모아 몸을 지탱해야 한다. 이 자세를 유지한 채로 다리로 살살 밀다가 내려가면 된다. 내려갈 때는 다리는 Y자로 벌려 지면에 닿지 않게 살짝 들어야 한다.





샌드보딩은 총 6번 탑승했는데, 처음 3번은 낮은 모래 언덕에서 연습하며 샌드보딩에 대한 감을 잡았다. 나머지 3번은 높고 가파른 구간에서 실전 체험을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졌다. 초보자 코스는 경사가 너무 완만해서 싱거웠다. 보드를 들고 다음 코스로 걸어서 이동하는 게 더 힘들고 오래 걸렸다. 버기카 한 차량에 대략 13~15명의 인원이 탑승했고, 두 대의 버기카로 함께 이동했으니 투어 인원은 어림잡아 30명 남짓했다. 5~6초의 즐거움을 위해 몇 분 동안 기다려야 했다. 조금 실망스러웠다.





상급자 코스로 넘어가자 경사와 길이가 확연하게 달라졌다. 이제야 샌드보딩의 진가를 맛볼 수 있었다. 초보자 코스는 기껏해야 5~6초밖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짧고 단조로웠다. 반면 상급자 코스는 상당히 높은 모래 언덕을 내려와야 했는데, 조금 아찔할 만큼 높았다. 놀이터 미끄럼틀에서 놀이공원 후룸라이드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된 셈이다. 내려오는 데까지 대략 15~16초가 걸릴 만큼 길었다. 짜릿했다! 모래 언덕을 활강할 때 짜릿한 쾌감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경사가 가파른 만큼 속도가 너무 빨라 내려가는 도중에 옆으로 튀어 나가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한창 재미있어지려는 찰나에 샌드보딩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원래 재미있는 건 짧은 법이다.


마지막은 Final Round 답게 코스가 무척 길고 아주 높았다. 보드를 타고 모래 언덕을 내려오는 순간만큼은 자유로움을 만끽했다. 하지만 즐거움도 잠시, 버기카가 주차된 지점까지 보드를 짊어지고 언덕을 올라가는 길은 아주 죽을 맛이었다. 보드 타고 내려온 높이만큼 사막 산을 걸어서 올라가야 했다. 내려갈 땐 재밌는데, 올라갈 땐 안 재밌다.



오른쪽 상단에서 보드 타고 내려온다. 그리고 이곳까지 걸어 올라와야 한다.



동행, 그리고 선셋을 기다리며


버기투어 마치고, 일몰을 구경할 계획을 가졌다. S를 제외한 나머지 세 명은 숙소로 돌아가 맥주를 챙겨왔다. 사막으로 돌아왔는데, S가 누군가와 이야기 중이었다. 그녀(A)는 우리와 버기투어를 동행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와 동갑내기이며 혼자서 남미 여행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동갑내기라서 그런지 공감대가 빠르게 형성됐고, 대화가 잘 통했다. 혼자 여행을 온 이유부터 앞으로 여행 계획, 대학 등 여러 주제로 꽤 오랜 시간 동안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모래에 발을 푹 담근 채 맥주를 마시고 있으니 피로가 사르륵 녹아내리는 듯 했다.



모래 속은 따뜻하다



해가 질 때까지 대화를 나눴지만, 구름이 너무 많아서 정작 일몰은 볼 수 없었다. 대신 다양한 컨셉으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앉아서 모래를 뿌리는 찰나의 순간을 담은 사진을 찍기도 하고, 맥주병을 모래에 박은 후, 원근법을 이용한 영상도 찍었다. 영상을 촬영할 때는 멀리뛰기 하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는데, 영상을 보니 재미있는 결과물이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단체 사진도 원없이 찍었다. A의 참신한 아이디어 덕분에 사막에서 다채로운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여담으로, 우유니에서 사진 찍을 때 많은 도움이 됐다.



모래 마술
우리의 시그니처 포즈



해가 저물어 어둠이 서서히 깔리고 있었다. 모래 언덕에서 내려다 본 와카치나의 저녁 풍경은 방금 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어스름한 저녁과 영롱한 불빛을 뿜어내는 가로등이 조화를 이루었고, 휴양지 특유의 감성을 자극하는 분위기였다. 이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 한 장 남겨둘걸..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사진 찍지 않고 그냥 내려온 게 너무 아쉬웠다.




와카치나에서 맞이한 유쾌한 저녁


저녁식사를 하러 와카치나 도심으로 나왔다. 그래봤자 숙소에서 걸어서 3분 거리였다. 와카치나에 1박2일 동안 머물며 발견한 점은 와카치나 사람들은 유독 한국사람들에게 호의적이라는 사실이다. 보통 외국인이 동양인을 보면, 중국인 아니면 일본인으로 알아보기 마련인데, 이곳에서는 항상 우리를 보면 “꼬레아노~” 라고 말한다. 식당을 지나가면 종업원들은 예상치 못한 한국어 실력으로 우리를 놀라게 했다. 찐구(친구), 이리와, 어서오세요, 반가워 등 한 두번 해본 솜씨가 아니었다. 심지어 BTS, 존맛탱, 대박 등 신조어까지도 구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전에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들이 알려준 듯 했다. 호객행위에 특화된 어휘 실력이었고, 좀처럼 보기 드문 광경에 유쾌했다.


5명이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했다. 로모 살타도는 소고기, 토마토, 양파를 간장 소스 시야오(sillao)로 볶아낸 요리인데, 밥 한 공기는 가볍게 해치울 수 있는 밥도둑이다. 로모살타도 피자는 피자 토핑으로 로모살타도 재료가 올라가 있었는데, 치즈와 어우러지니 더 맛있었다. 사실 일반 피자도 맛있는데, 고기 볶음이 토핑으로 올라갔으니 말 다했다. 타코를 제외한 모든 음식에 고수가 들어 있었지만, 부담없이 먹을 수 있었고, 양이 제법 많아 든든하게 먹었다.






바나나호스텔로 돌아와 칵테일을 홀짝이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와카치나의 밤을 마무리했다. A가 혼자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고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혼자서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건 참으로 낭만적인 일이다. 그러나 여행 시 요구되는 모든 결정을 스스로 내려야 하고, 문제가 생기면 온전히 본인이 해결해야 한다. 이래저래 진입장벽이 높고 쉽지 않은 일인 건 분명하다. 아무나 쉽게 도전할 수 없는, 홀로 남미 여행을 하고 있는 A의 얼굴이 유독 밝게 빛나보였다. 좋은 동행을 만나 다채로운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오늘의 가계부


와일드올리브게스트하우스 식사 72솔

바나나호스텔 맥주&레모네이드 33솔

수건 대여 20솔

바나나호스텔 점심(파스타, 피자) 91솔

사마라나 저녁식사 136솔 (+팁 3솔)
















매거진의 이전글 2-3. 느긋한 와카치나의 아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