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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Jul 30. 2021

3-1. 감탄의 연속, 신비로운 나스카 라인

[나스카]


스릴 넘치는, 후안 아저씨의 차량 투어


와카치나를 떠날 시간이 왔다. 간단히 조식을 먹고, 모든 짐을 챙긴 후 체크아웃을 마치자 숙소 앞에서 후안 아저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약속시간에 딱 맞춰 와주셔서 감사했다. 오전 8시 나스카를 향해 이동했다. 나스카까지 가는 데만 대략 4시간 정도 걸렸다. 후안 아저씨 투어 덕분에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좋았지만, 아름다운 풍경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창 밖 풍경은 마치 게임에서 스테이지가 바뀌는 것처럼 30분마다 테마가 달라졌다. 끝없이 펼쳐진 황무지를 지나자 살아 숨쉬는 듯한 돌산이 산맥을 이루고 있었다. 돌산 사이를 굽이굽이 지나 비좁은 돌산 터널을 통과하니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마을이 나왔다. 고산지대 구간을 지나는 중에 창 밖을 내다보니 바로 앞에 가파르게 깎인 절벽이 보였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었다. 심장이 쫄깃해지는 순간이었다. 찬란한 남미의 대자연을 원없이 감상할 수 있어 참 좋았다. 풍경을 감상하느라 오랜 시간 차를 타고 이동했는데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페루의 자연경관만큼 놀라웠던 건 후안 아저씨의 운전 실력이었다. 와카치나에서 나스카까지 이어진 길은 잘 포장된 2차선 도로로만 이어졌다. 큰 화물 트럭이 앞에서 달리고 있으면 빠르게 트럭을 제치고 나가느라 역주행을 해야 했다. 아저씨는 익숙하다는 듯이 엑셀을 밟고 치고 나갔다. 그 때마다 사고 나면 어쩌나 걱정스러웠는데, 이것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니 익숙해졌다. 다행히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나스카 라인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감탄이 절로 나오는, 신비한 나스카 라인 (Nasca Lines)


나스카 라인을 관람하기에 앞서 여권을 검사 받고 체중을 측정했는데, 경비행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한다. 탑승 수속을 마치고 결제 내역서를 받았다. 이 종이에는 어떤 노인의 사진이 있었다. 이 분은 마리아 라이헤(Maria Reiche)라는 독일인 학자인데 홀로 나스카 라인을 연구하고 보존하는 데 평생을 바쳤고, 나스카 라인을 세상에 소개한 인물이다. 그 당시에 나스카 라인이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 

대기 장소로 이동해 잠시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 차례가 왔다. 드디어 나스카 라인을 마주한다!





경비행기에 올라 타니 너무 설레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가이드가 투어 경로에 대한 안내방송을 마치자 곧이어 파일럿은 이륙 준비에 돌입했다. 시동을 켜자 프로펠러가 덜컹거리며 돌아갔다. 덩달아 내 심장 박동도 더 빨라졌고, 입꼬리는 슬금슬금 올라갔다. 드디어 이륙이다. 일반 비행기보다 흔들림이 심하고, 이륙하자마자 뱃속 어딘가에서 올라오는 간질간질함도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한참을 날아올라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레고 장난감처럼 보이고, 웅장하던 산맥이 내려다 보일 정도로 높은 고도에 다다랐을 무렵, 헤드셋에서 가이드의 음성이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가이드의 안내를 따라 창 밖을 유심히 바라보니 나스카 문양이 눈에 들어왔다. 두 눈은 휘둥그레 커졌고 자꾸만 감탄이 터져 나왔다. ‘오…오오!’ 정교하게 그려낸 형상은 아주 선명했고, 그 규모 또한 거대했다.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가 나스카에 잠시 들러 그려놓고 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고 있으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황홀했다.






나스카 문양은 고래부터 시작해서 삼각형, 우주인, 원숭이, 개, 벌새, 콘도르, 거미, 손 등 다양한 그림으로 구성됐다. 육안으로 감상하는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웠다. 가이드의 설명에 따르면, 잉카인의 자부심이라고 할 수 있는 콘도르도 나스카 지상화로 새겨졌는데, 부리에서 꼬리 깃털까지의 길이가 무려 3km에 이를 만큼 거대하다고 한다. 도로 개발로 인해 일부 나스카 문양들은 훼손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도마뱀 문양은 꼬리가 잘려 나갔음에도 웅장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우주인은 널찍한 언덕에 누워서 우리에게 손짓하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스카 라인 경로
고래 Ballena (Whale)
우주인 Astronauta (Astronaut)
원숭이 Mono (Monkey)
개 Perro (Dog)
벌새 Colibri (Humming bird)
콘도르 Condor
거미 Arana (Spider)
왜가리 Alcatraz (Heron Bird)
앵무새 Papagayo (Parrot)
나무 Arbot (Tree)
손 Manos (Hands)
나스카 라인 투어 끝
나스카 라인 수료증



40분 동안 진행된 투어를 마치고 항공기 주기장으로 돌아왔다. 착륙하는 과정에서 좁은 활주로를 따라 내려오는데, 창 밖으로 건물이 아주 가까이 있어 부딪히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놀라움의 연속이었던 나스카 라인 투어였다.


나스카 라인을 허락해 준 대자연을 향한 감사함과 경외심이 충만해졌다. 도대체 누가 이토록 거대하고 세밀한 그림을 그렸는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정말이지 인간이 그렸다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너무나도 광범위하고, 형상 하나하나가 생동감 넘치게 살아있는 것만 같았다. 사실 남미에 오기 전, 경비행기 사고에 관한 영상을 보고, 나스카 라인 투어를 굳이 해야하나 싶었는데, 안했으면 땅을 치고 평생 후회할 뻔 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페루에 간다면 반드시 나스카 투어를 꼭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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