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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Aug 08. 2021

5-4. 잉카 제국의 역사를 간직한 대성당

[쿠스코]


쿠스코 대성당 (Cusco Cathedral)


대성당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 관람했다. 가이드는 본인의 영어실력이 그렇게 좋지 않다고 말했는데, 이 점을 의식했는지 쉬운 단어로 풀어서 차근차근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자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었다. 가이드 투어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보고 지나쳤을 작품 속 숨은 이야기를 들으며 감상했다.


성 바실리카 대성당은 스페인의 식민 지배 시기에 지어졌는데, 설계는 스페인 사람들이 했지만, 건축 과정에는 잉카인들의 노동력이 투입되었다고 한다. 성화를 제작할 때도 잉카의 예술가들이 작업에 참여했는데, 잉카인들만 알아볼 수 있는 그림 암호를 그려 넣었다고 한다. 그중 하나가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작품인데, 언뜻 봐도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기 예수 얼굴에 콘도르가 숨어 있었다. 콘도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에는 콘도르가 선명하게 보이는 재밌는 작품이지만, 잉카인들이 잉카 고유의 문화를 지켜내기 위한 일종의 투쟁 활동이었다는 슬픈 사실이 담겨 있었다.


잉카인들이 예수님을 대지진의 신으로 모셨다고 한다. 그 이유는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쿠스코에 대지진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 성 바실리카 대성당이 있는 지역만 지진으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스페인 사람들은 신의 은총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고 믿었고, 대성당에 있던 예수상을 받쳐 들고 광장으로 나가자 놀랍게도 지진이 멈췄다고 한다. 잉카인들 또한 예수님이 대지의 기운을 관장하는 신묘한 힘을 지녔다고 생각해 대지진의 신으로 신봉하게 되었다. 가톨릭과 주술신앙이 결합하여 독특한 결과가 탄생한 셈이다.


성모마리아와 아기 예수의 초상화에도 재미있는 장치가 숨어 있었다. 성모 마리아의 눈을 보면서 움직이면, 성모 마리아의 시선이 나를 따라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동안 그림 앞을 떠나지 않고 몇 번씩 움직이기를 반복했다. 내가 어디를 가든 항상 나를 지켜보고 보살펴 준다는 그런 의미가 담긴 걸까?


다음 작품은 검은 예수. 기도를 드리러 온 신자들이 피운 촛불 때문에 그을린 자국이 예수상을 검게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었지만, 이는 거짓이었다. 검은 예수는 라마의 가죽과 마호가니 나무로 제작됐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검게 변한 거라고 한다. 누가 일부러 칠한 거라고 해도 믿을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채색되었고,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마지막 작품은 천장에 그려진 벽화. 여기서 포인트는 동물들의 얼굴이 매우 부자연스러웠다는 점이다. 동물을 우스꽝스럽게 묘사한 이유는 잉카인들이 사자나 원숭이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을 대신 그려 넣은 거라고 한다.


식민 지배를 받은 국가는 식민 시기 겪었던 아픔의 흔적을 없애고, 자국 정체성과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우리나라만 봐도 조선 총독부 건물을 폭파시켰고, 일제의 식민 통치 시기에 일제에 가담했던 친일 인사를 청산하는 작업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하지만 페루는 오히려 식민의 아픔을 문화유산으로 남겼다. 스페인으로부터 식민 지배를 받은 기간이 약 300년에 달할 만큼 너무나도 길어서 그런 걸까?


기념품 상점에서 일어난 일


대성당 관람을 마치고 나오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남미 날씨였다. 빗줄기가 약해질 때까지 대성당 내부에서 기다렸다. 소나기였는지 다행히 비가 금방 그쳤고, 우리는 길을 나섰는데, 익숙한 얼굴을 봤다. 바로 와카치나에서 동행했던 A를 만났다. A는 다른 동행과 어디론가 향하는 길이었고, 우리는 쿠스코 한복판에서 우연히 만났던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짧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참 사람 일이라는 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순타(Asunta)라는 기념품 상점에 들렀다. TV 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 나온 상점이라고 한다. 이곳은 남미를 대표하는 민족의상인 폰초(poncho)를 판매하고 있었다. 형형색색 화려한 색깔과 독특한 문양으로 꾸민 폰초는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모를 정도로 종류가 다양했다. 이외에도 바지, 옷, 머리띠, 팔찌, 각종 장신구와 노트, 동전지갑, 체스판 등 여러가지 기념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기념품을 구경하던 중 매장 입구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른 친구들이 모자, 폰초, 장갑 등 기념품 세트를 모두 착용한 채 직원들과 사진을 찍고 있었다. 정신차리고 보니 나도 옷을 입고 있었다. 졸지에 우리 네 명은 마네킹이 되고 말았다. 우리와 함께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외국인들도 있었고, 우리를 보고 웃으며 관람하는 외국인들도 있었다. 이색적인 체험을 해서 조금 즐겁기도 했지만, 조금 떨떠름하기도 했다. 








파비앙 여행사에서 라면을 구매하고, 숙소 근처 마트에서 와인을 비롯한 식재료를 사서 돌아왔다. 마트는 작은 구멍가게와 비슷한 규모였지만, 있을 건 다 있었다. 사장님은 와인에 일가견이 있었는지 우리에게 와인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건 바로 잉카콜라 냉장고였다. 냉장고부터 잉카콜라 전용 냉장고였고, 병의 크기에 따라 다양한 잉카콜라가 있었다. 영롱한 잉카콜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큰 병으로 하나 구매했다. 마음 같아선 냉장고 통째로 가져오고 싶었다.






오늘 저녁은 한국 라면! 불닭볶음면과 짜파게티에 와인을 곁들여 마셨다. 식사 후 마트에서 사온 코카잎을 우려내어 코카차를 마셨다. 코카차가 고산병에 효과가 있다고 하여 마셔보았으나 맛과 향은 내 취향은 아니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맥주와 함께 하루를 마무리했다.






오늘의 가계부


맥도날드 79.8솔

바실리카 대성당 입장료 및 가이드 90솔 (1인당 18솔*4)

파비앙 여행사에서 한국 라면 구매 43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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