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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Sep 08. 2021

8-5. 여기는 우유니인가, 우주인가?

[우유니]


우유니 스타라이트 투어


야심한 새벽, 피로가 덜 풀린 상태에서 주섬주섬 나갈 준비를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오아시스 여행사로 향했다. 일교차가 큰 지역인지라 새벽에는 찬바람이 불어 무척이나 추웠기에 얇은 패딩까지 걸쳐 입어야 했다. 여행사 앞으로 모이니 우리와 함께할 동행 두 분과 가이드를 만날 수 있었는데, 심야 투어 가이드도 조메르였다. 반가운 마음에 웃으며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차에 탔다. 체력 회복이 덜 되기도 했고, 잠도 덜 깬 상태여서 차에 타자마자 눈꺼풀이 스르륵 내려앉았다. 차량 내부는 한기가 맴돌았지만, 쏟아지는 잠을 깨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눈을 잠깐 감았다가 떴을 뿐인데, 우리는 어느새 소금 사막 한가운데 도착해 있었다. 


기대에 찬 마음으로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이게 왠걸.. 하늘에는 별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우유니 야간 투어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무엇인가! 수없이 많은 별들이 밤하늘에 흐드러지게 피어나 보석처럼 빛나는 장관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눈 씻고 찾아봐도 별은 어디에도 없었다. 별빛이 샤랄라하게 떨어지는 하늘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스타라이트(starlight)라는 투어명이 무색할 정도로 밤하늘은 매정하리만큼 어두컴컴하기만 했다. 



우유니의 보름달



사방이 온통 고요했다. 고요하다 못해 적막감이 무겁게 내려 앉았다. 달을 차지한 공간만 제외하고 나머지는 전부 어둠이 집어 삼킨 것처럼 주변은 칠흑같이 깜깜했다. 우주를 떠돌다 낯선 행성에 불시착한 우주인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아무것도 없는 환경에 홀로 덩그러니 떠 있는 달과 걸을 때마다 찰박거리는 물소리 때문에 더더욱 우주에 있는 것만 같았다.





사실 별이 보이지 않았던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가 투어를 했던 시점은 보름이었는데, 보름달의 빛이 너무 밝고 강한 나머지 주변에 떠있는 별빛을 앗아가 별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보름은 스타라이트를 하기에 가장 좋지 않은 시기라고 한다. 동행한 팀원이 가져온 카메라로 별을 찍어보았지만, 무수히 쏟아지는 별 사진은 찍을 수 없었다. 은하수처럼 흐르는 별들은 볼 수 없었지만, 대신에 두둥실 떠 있는 밝은 달을 실컷 감상하며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보름달만 질리도록 보다가 조금 지루해질 즈음, 카메라를 활용해 여러 컨셉샷을 찍었다. 조메르의 지시에 따라 핸드폰을 켜고 신호에 맞춰 핸드폰을 마구 흔들었다. 불빛과 카메라의 타임랩스 기능을 활용해 “HOLA”, “남미”, “UYUNI” 등 형광펜으로 글자를 쓴 듯한 결과물이 나왔다. 핸드폰으로는 사진을 담을 수 없었을 텐데, 고급진 카메라 덕분에 멋진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다년 간 쌓은 노하우 덕분인지 조메르의 아이디어는 물 흐르듯 흘러 나왔다. 





태양을 기다리며


시간이 흐르자 저 멀리 경계선으로부터 빛이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었다. 깊고 깊은 어둠 속에서 코 끝이 빨갛게 변할 정도로 사막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오랫동안 버틴 우리에게 하늘이 선물을 주는 듯 했다. 도화지 한 면에 물감으로 칠한 뒤 반으로 접었다가 펼치면 나타나는 데칼코마니처럼 지평선을 기준으로 정확히 대칭을 이루었다. 태양이 지평선을 넘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낼 때 우리는 태양을 배경삼아 다양한 그림자 놀이를 했다. 태양이 나타남에 따라 달라지는 주변 환경에 착안하여 인류의 진화 과정을 나타낸 컨셉으로 찍기도 했다. 그리고 별의별 포즈를 취하고 놀면서 태양이 떠오르기를 기다렸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진다.
인류의 역사
무림 고수


고수들의 싸움





검은색 밤하늘에 파스텔톤 푸른색과 붉은색이 희미하게 더해졌다. 온 세상에 ‘부드러움’ 필터를 씌운 듯 파스텔톤으로 뒤덮였다. 하늘은 저마다의 빛을 되찾아 가듯 서서히 색이 물들고 있었다. 하늘과 땅의 경계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몽환적이었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곳이 꿈 속인가, 현실세계인가? 하늘에 떠 있는 달이 진짜 달인가, 아니면 아래쪽에 보이는 달이 진짜 달인가? 태어나면서 처음 보는 광경에 무어라 할 말을 잃었다. 선셋의 우유니와는 또다른 매력을 지녔다. 오후에 만났던 우유니는 역동적이고 활발한 분위기였다면, 깊은 밤부터 동이 트는 새벽까지의 우유니는 정적이고, 차분하며 우아하기까지했다. 





타임랩스를 활용한 스냅샷을 찍었다. 이 스냅샷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백조가 물 위를 유유히 헤엄치는 것과 같다. 한 자세로 1분~1분 30초 동안 버티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촬영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영상의 결과물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무슨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한 것처럼 일반 핸드폰으로 찍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고퀄리티를 자랑했다. 사진으로 봐도 아름답지만 타임랩스로 보면 더 아름답다.







태양이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내 어둠은 사라지고, 따스한 햇살로 온 세상이 뒤덮였다. 그와 동시에 우리의 우유니 투어는 끝이 났고, 시내로 돌아와야 했다. 그토록 기대했던 우유니 투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날이 좋아 2일 동안 소금 사막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고 감사했다.


피곤하더라도 배는 채워야 했기에 숙소로 돌아와 간단히 씻고, 조식을 먹었다. 시리얼, 커피, 차, 토마토, 채소, 스크램블 에그, 빵, 햄, 우유 등 조식은 어느 호텔에서나 볼 법한 구성이었다. 따뜻한 차를 몇 모금 들이켜 몸을 좀 녹이고 시리얼과 빵으로 배를 채웠다. 그러고는 숙소로 돌아와 침대로 몸을 던져 꿀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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