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SJ Dec 12. 2021

11-6. 신비로운 공중도시

[마추픽추]

마추픽추를 둘러보자


이곳의 건축물은 하나같이 돌을 촘촘히 쌓아서 만든 덕분인지 600여 년의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형태가 온전히 보전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여러 유적지를 방문했지만, 마추픽추가 가장 신비로웠다. 물론 산봉우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도 한몫하긴 했다. 만약 목조 건축물이었다면, 어땠을까? 왠지 잉카인의 지혜와 기술력으로 만든 건축물이라면, 목재로 만들었어도 모진 세월의 풍파 앞에서도 끄떡 없었을 것 같다.

변화무쌍한 마추픽추의 날씨를 감안하면 이만한 상태로 보존한 것도 대단하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철저하게 관리를 한 덕분에 지금까지 온전한 상태로 이어져 오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세계적으로 가치 있는 문화유산이자 휘몰아치는 감동을 선사한 작품인만큼 큰 사고 없이 이 형태, 이 아우라, 이 웅장함이 오래도록 보존되길 바란다.



마추픽추에서도 점프샷



우선 우리는 사제 거주지로 향했다. 돌의 크기가 사제가 지녔던 권위를 상징하는 듯 마추픽추에 있는 다른 건축물과 비교했을 때, 밑단에 사용된 돌의 크기가 상당히 거대했다. 이곳은 현재 건축물이 지어졌던 터와 벽면만이 남아 있었다. 그 옆에 태양의 돌이 있었는데, 비석처럼 보이는 돌이 네모 반듯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처음 태양의 돌이 있다는 걸 들었을 때, 그 이름에 걸맞게 화려한 문양이 새겨져 있는 거대한 비석을 예상했는데, 예상과는 달리 작고 아담했다. 인위적으로 평평하게 만든 바위에 의식을 치를 때 공물을 바치는 데 사용되는 제단의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였다. 단 위에 제물을 바치고 사제가 주술 의식을 펼쳐 태양신과 대화한다고 잉카인들은 믿었으리라 짐작해본다.



사제 거주지 터
태양의 돌
태양의 돌 측면



학생 기숙사 건물은 사제 건물에 비해 조금 작은 돌로 만들었다. 지붕과 창문, 대문만 추가한다면 지금이라도 거주할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해 보였다. 돌과 돌 사이에는 그동안 켜켜이 쌓인 세월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곳곳에 이끼가 끼어 있었다. 콘도르 신전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신전의 형태가 아닌 거대한 돌 아래에 자리 잡은 조그마한 제단처럼 보였다. 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콘도르의 형상이 어렴풋이 보인다고는 했지만, 솔직히 잘 모르겠다. 하지만 외관만 놓고 보면 독특하긴 했다.


마추픽추를 관람하는 방식은 재미있었다. 사제 거주지에서 내려와 미로처럼 생긴 돌담길(학생 기숙사 건물)을 지나며 산의 지형에 맞게 생겨난 길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마추픽추를 즐길 수 있었다. 그러다 우리가 지나왔던 길을 돌아보니 제법 높은 곳에서부터 내려왔음을 알 수 있었다. 마치 테마파크에서 보물찾기하는 것처럼 구석구석 둘러보는 재미가 아주 쏠쏠했다.



미로처럼 생긴 돌담길
일단 카메라에 담고 보는 중



콘도르 신전 관람까지 마치고 공터에서 잠시 쉬었다. 저 멀리 와이나픽추가 보였다. 와이나픽추에서 내려다보는 마추픽추도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마추픽추에서 와이나픽추를 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마추픽추도 그렇고, 남미를 여행하며 봤던 산들은 가파르고 험준한 산맥이 고스란히 보였는데, 하나같이 살아 숨쉬는 듯 보였다. 대자연이 무엇인지 제대로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토록 거대한 산과 비교 하면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사실을 남미에 와서 오롯하게 느낄 수 있었다. 



콘도르 신전



마추픽추는 거주 목적 시설보다는 요새나 종교적 신전에 가까웠던 것으로 추측해본다. 군사시설인 성벽, 막사, 군수창고 등이 특징적이고 무엇보다 태양을 묶어두었다고 전해지는 태양의 돌, 콘도르 신전, 태양의 신전, 제사장의 집 등 종교적 의미가 담긴 시설이 매우 촘촘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약 600여년전 존재했던 지역이지만, 잉카의 뛰어난 석조 기술력 덕분에 심각한 훼손 없이 지금까지 그 모습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느끼고 감탄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우리가 지나온 길을 눈으로 천천히 훑어보면서 한때 번영하였을 잉카의 모습을 상상해보았다. 정말.. 이곳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하산길에 돌아본 마추픽추



마추픽추는 지붕 없는 박물관 그 자체였다. 이곳은 발길이 닿는 곳에서 마주하는 모든 것에 세월의 흔적이 깃들어 있었고, 신묘한 기운까지 뿜어져 나오고 있었으니.. 영상/사진으로 담아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직접 마주해야만 느낄 수 있는 희열과 감동이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달았다. 정말 감사하게도 날씨도 완벽했고, 구석구석 잘 둘러봤다. 완벽한 마추픽추 투어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운 점이 좀 있긴 했다. 우선 투어 시간이 2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 가이드의 설명이 시원치 않은 데다가 급하게 마무리하고 다른 팀을 인솔하려고 떠나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무엇보다 마추픽추는 일방통행(one-way)이기 때문에 지나간 자리는 되돌아갈 수 없었다는 것. 이렇게 아쉬움이 남기에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투어라고 생각해본다.


다시 볼 수 없을 거라는 생각에 그 순간의 분위기, 느낌,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고자 다른 날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사진을 찍었고, 내려오는 길에도 지나온 자리를 돌아보면서 최대한 음미하며 천천히 내려왔다.





맑은 날씨에 마추픽추를 직접 볼 수 있다는 건 크나큰 행운이다. 마추픽추 기후는 워낙 변덕이 심하고, 흐리거나 비 내리는 날이 많다고 하는데, 우리는 운이 참 좋았다. 여행 첫날부터 여러 차례 악재에 시달려 남미 여행의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겠구나 싶었는데, 결정적인 순간마다 행운의 여신이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어 주었다. 게다가 이 멋진 순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그저 감사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11-5. 마추픽추 Machu Picchu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