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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Jul 23. 2021

1-3. 리마 보고 먹고 즐기기

[리마]

리마 대성당(Cathedral of Lima)



리마 대성당으로 향했다. 아르마스 광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 웅장한 외관은 이곳이 대성당임을 드러내고 있었다. 대성당은 외관 못지 않게 내부 모습도 화려했다. 특히 제단 한 가운데 화려한 장식으로 치장한 성모상과 예수상은 빛을 받아서인지 신성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듯 했다. 제단 양 옆에 설치된 나무 조각상은 중앙의 장식물의 위엄을 돋보이게 만들었다. 적갈색의 나무 조각상들은 여러 수호성인을 본 떠 만들었는데, 살아 숨쉬는 듯한 디테일이 인상적이었다. 종교를 믿지 않는 나조차도 엄숙하고 웅장한 분위기로 인해 경건한 마음이 생겼다. 종교 관련 지식이 부족해 아는 게 없어서 혼자 대성당을 관람했다면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을 것이다. 종교 지식이 풍부하고 아는 게 많은 친구들에게 작품 설명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관람한 덕분에 더 풍성하게 둘러봤다. 


리마 대성당 내부 모습



카타콤(Catacomb)



카타콤은 리마에 자리잡고 있는 거대한 지하무덤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명소인데, 특정 인물이 홀로 잠들어있는 무덤이 아니라 일종의 공동 묘지에 가까웠다. 카타콤은 가이드 투어를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었기 때문에 투어 신청을 하고, 15분 정도 기다렸다. 8~10인으로 팀을 이뤄 시간대별로 입장하는 식으로 관람이 이루어졌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했다. 초반부는 과거 스페인 선교사들과 군인들이 페루에 들어와 포교활동을 하는 모습과 무력으로 페루인들을 탄압하는 참혹한 장면이 보였다. 과거의 아픔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에서는 엄숙해질 수 밖에 없었다. 본격적인 관광지인 지하 무덤 입구에 도착했다.


카타콤은 선교사, 대주교, 부유층 등 상류층들의 유골이 안장된 무덤이었다. 당시 권력자 혹은 부자들은 자신의 죄를 씻어 내리고, 죽어서도 천국에 가겠다는 목적으로 돈을 지불하고서 카타콤에 자신의 시신을 묻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이곳에는 약 25,000여 구의 유골이 묻혀 있다고 하는데, 수많은 유골을 실제로 보니 등골이 서늘하고 오싹했다. 흔히 박물관에서 볼 법한 가공된 뼈가 아니라 실제 유골들이었다. 뼈 위로 켜켜이 쌓인 먼지들은 세월의 흔적을 보여주는 듯 했다. 두개골, 정강이뼈, 척추뼈, 허리뼈 등 부위별로 뼈를 차곡차곡 모아둔 구역과 깊은 우물에 무질서하게 쌓인 유골 더미를 목격했을 땐 탄식이 절로 나왔다. 


그토록 부와 권력을 모두 거머쥔 채 세상을 주름잡던 사람들도 결국 죽고 나니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는 한낱 뼈에 불과했다.. 인생의 무상함을 느꼈다.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사람들은 언젠가 반드시 죽게 되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살아있다기 보다 매일 죽음을 향해 한 발짝 나아가고 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잊고 산다. 특별한 사건을 마주하거나 내적 변화가 생겼을 때 비로소 죽음을 바라보곤 하는데, 카타콤에서 짧게나마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인생은 짧고, 우리는 결국 죽기 마련이다. 그러니 남은 나날들을 즐겁게 사는 게 답이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다.



카타콤 외관 / 내부는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다.


남미에서의 첫 노을


카타콤 관람을 통해 죽음을 간접적으로 마주한 우리들은 한껏 차분해진 상태로 밖으로 나왔다. 거리에 정차해 있던 택시를 타고 신시가지로 돌아왔다. 근처 마트에서 맥주 몇 병을 사 들고 길을 나섰다. 숙소로 돌아가기 전 사랑의 공원 근처에 있는 크레페 가게 Beso Frances Creperia에 들러 크레페 하나를 샀다. 크레페를 한 입 베어 물자 입 안에 퍼지는 단맛 덕분에 기운이 나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보는 일몰이 미라플로레스 명물이라고 하니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하며 기다렸다. 가게 주변은 우리보다 먼저 일몰을 보러 온 사람들이 진작 명당 자리를 차지한 상태였다. 하늘이 금방 어두워졌고, 수평선 저 너머로 지고 있는 노을을 감상했다. 첫 일정이 강행군이었기에 몸은 지치고 기진맥진했지만, 쌓여 있던 피로가 조금 풀릴 만큼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숙소에 들러 잠시 쉬었다가 저녁을 먹으러 식당으로 이동했다.


인기 많은 크레페 가게  Beso Frances Creperia
남미여행 첫 노을



Punto Azul에서 맛보는 새콤시큼 세비체


구르메 한인민박 숙소 직원의 추천을 받아 저녁 식사는 세비체 맛집으로 유명하다는 Punto Azul에서 해결했다. 이 식당은 이미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한 곳이었다. Punto Azul은 각각 Punto는 '점', Azul은 '푸른, 청색의' 라는 뜻이니 '푸른 점'으로 해석하면 되겠다.

식당 외관부터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느낌이 났다. 우리는 믹스 세비체, 세비체 조금 매운 맛, 해산물 볶음밥과 먹물 볶음밥과 함께 곁들여 마실 음료수를 주문했다. 모든 음식에는 고수가 들어 있었지만, 고수 향이 은은하게 퍼져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세비체는 생선회, 새우, 전복, 홍합 등 각종 해산물이 풍부하게 들어있었고, 소스와 해산물이 조화로웠다. 우리나라 음식 중 물회와 비슷한데, 초장이 듬뿍 들어가 새콤달콤한 맛으로 먹는 우리나라 물회와는 달리, 페루식 물회 세비체는 시큼하고,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었다. 이 레스토랑은 대중성을 고려했는지 외국인인 우리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음식이 입맛에 맞았고, 고수의 향도 그리 강하지 않아 좋았다. 4가지 메뉴 중 먹물 볶음밥이 가장 맛있었는데, 버터 풍미가 진했고, 먹물의 고소함이 입안에 오래 남아 있었다. 가격은 다소 부담됐지만, 전반적으로 해산물이 신선해서 식감이 좋고, 양도 푸짐하고, 음식도 아주 맛있어 비싼 식비가 아깝지 않은 식당이었다.


숙소로 복귀해 샤워를 마치고 나와 맥주를 마시면서 오늘 다녀온 곳에 대해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날 여행 계획을 세웠다. 역시 하루의 마무리는 맥주다!






오늘의 가계부


우버택시(리마 신시가지 시청 앞 ~ 리마 구시가지) 17.5솔

잉카콜라 2병 6솔 (1병당 3솔)

NORKY 점심식사 95.6솔

대성당 입장권 40솔 (1인당 10솔*4)

카타콤 수도원 입장권 60솔 (1인당 15솔*4)

일반택시 (리마 구시가지 ~ 리마 신시가지 시청 앞) 20솔

PUNTO AZUL 200솔

크루즈 델 수르 버스표 구매 200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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