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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Jul 23. 2021

1-2. 대통령궁 열병식과 달콤한 잉카콜라의 맛

[리마]

리마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



택시에서 내리자 유럽식 건축 양식이 담긴 건물들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며 우리 앞에 서 있었다. 대통령 근위병 교대식이 관람하기에 앞서, 아르마스 광장 주변을 둘러보기로 했다.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것처럼 하늘이 흐려 한낮인데도 어두웠다.


아르마스 광장 내 정원에 심은 형형색색의 꽃들과 우뚝 솟아 있는 야자수, 리마 대성당을 비롯한 여러 건물들에서 흘러 나오는 아우라가 광장을 한껏 풍성하게 만들었다. 광장 곳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한낮의 여유를 즐기는 사람들도 보였고, 우리처럼 관광객의 신분으로 대성당을 배경삼아 사진 찍는 사람들, 제 갈 길을 향해 바삐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광장 일대는 생동감으로 가득했다. 근처에서 잉카콜라를 사들고, 대통령궁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이미 궁 앞에는 행사를 관람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북적였다.



아르마스 광장과 리마 대성당
대통령궁




대통령궁(Palacio de Gobierno)
    리마 구시가지 메인 이벤트, 근위병 교대식



철창 너머로 보이는 대통령궁 내부 광장에는 군악대의 연주가 진행되고 있었다. 근위병 교대식에 앞서 관객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연주회가 진행되는데, 대중에게 친숙하고 경쾌한 곡들(스타워즈 sound track, Coldplay의 viva la vida 등)을 연주한 덕분에 어깨가 절로 들썩이고 흥이 오르기 시작했다. 페루 국기가 펄럭이는 대통령궁 주위를 맴돌던 독수리들도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자리잡고 앉아 연주회를 감상하는 모습도 볼거리 중 하나였다. 군악대의 연주가 끝나자 곧이어 근위병 교대식이 시작됐다. 근위병들이 발 끝을 코 높이까지 차올리는 큰 걸음을 하며 대열을 맞추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들의 절도 있는 동작과 흐트러짐 하나 없는 자세가 분위기를 압도했고, 관객들은 숨죽이며 그 모습을 관람하고 있었다. ‘얼마나 노력했길래 다리가 저렇게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걸까...?’ 이 행사를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준비했을 그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행사가 진행 중인 대통령궁
제복을 입은 근위병들


30분 동안 진행된 근위병 교대식이 막을 내리자 대통령궁 앞에 모여 들었던 인파는 각자 제 갈 길을 갔고, 대통령궁 곳곳에 방패를 들고 서있던 무장경찰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많은 인원이 모이는 곳인 만큼 치안 유지에 더욱 신경 쓰는 듯 했다. 우리도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식당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한 가족이 우리에게 오더니 여자아이의 어머니가 사진을 찍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여자아이는 조금 쑥스러워하며 머뭇거리는 모습이었지만, 어머니께서 부추기는 듯했고, 우리는 흔쾌히 사진을 찍었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여자아이는 유튜브에 자신이 직접 쓴 자작곡을 5~6곡이나 올렸을 만큼 음악을 좋아하는데, 특히 K-pop과 한국 아이돌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는 아이돌과는 거리가 아주 먼 비주얼인데다가 입고 있던 옷도 딱히 화려한 편이 아니었는데, 왜 우리와 사진을 찍고 싶어 했던 걸까? 아무래도 젊은 아시아인 남성 4명이 모여 다니는 건 흔치 않은 모습인가보다 생각하고, 그들과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그래도 내심 기분이 좋았다. 자랑스러운 한류..! K-pop 화이팅~



고기를 든든하게 먹고 싶으면 Norky로 오세요


점심을 먹기 위해 이곳저곳 둘러보다 페루의 패밀리 레스토랑 Norky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유심히 살펴본 끝에 4인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점심시간대라서 식당은 손님들로 붐볐고, 직원이 여럿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장사가 잘 되는 식당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우리가 주문한 4인 세트는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시지, 안티쿠초(소 심장 구이)와 감자튀김이 푸짐하게 나왔고, 샐러드는 다소 적은 양이 나왔다. 고기 겉면은 기름이 좔좔 흘러 아주 먹음직스럽게 보였고, 한껏 들뜬 마음으로 신나게 고기를 먹었다. 기름기가 많은 것에 비해 고기 식감은 질겼고, 샐러드가 워낙 적은 탓에 금방 물린 느낌이 올라왔다. 이 때 잉카콜라 한 잔을 마시며 고기의 느끼함을 씻어 내렸다.



보라, 이 푸짐한 고기산을!
cheers!



잉카콜라


잉카콜라로 말할 것 같으면, 오직 페루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수인데, 코카콜라에서 생산을 담당하는지 뚜껑 표면에는 코카콜라의 레터링으로 ‘Inca Cola’라고 적혀 있었고, 디자인이나 라벨도 코카콜라를 연상케 했다. 잉카콜라만의 독특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병뚜껑과 라벨은 파란색으로 꾸며져 있었다. 잉카콜라는 노란빛을 띄고 있었는데, 첫 맛은 불량식품의 단맛처럼 달콤하지만, 끝 맛은 깔끔하고 개운했다. 일반 코카콜라보다 단맛도 적고, 탄산도 약한 편이지만 마시면 마실수록 끌리는 묘하게 매력적인 음료다. 최근에 출시한 펩시 제로 콜라와 맛이 유사하다.

페루에서만 마실 수 있다는 희소성 때문에 더 맛있게 느껴졌던 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우리는 여행하는 내내 잉카콜라의 매력에 빠져 지내게 된다. 잉카콜라 없인 못 살아


잉카콜라의 영롱한 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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