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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SJ Jul 26. 2021

2-1. 가자, 사막으로!

[와카치나]


안전한 여행을 책임집니다, 크루즈 델 수르(Cruz del Sur)


리마에서 와카치나로 이동하는 날이다. 좀 더 느긋하게 리마를 둘러보고 싶었지만, 비행기 결항으로 인해 일정에 차질이 생겼고, 남미 여행 특성상 지역 간 이동해야 하는 거리가 상당히 멀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했다. 앞으로 방문할 다른 지역을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음 목적지인 와카치나로 향했다.


우버 택시를 불러 크루즈 델 수르 터미널로 이동했다. 택시비는 17.5솔이 나왔는데, 18솔을 지불했고, 거스름돈을 팁으로 드리기로 했다. 1분에 1솔로 계산하면 괜찮은 가격대에 택시를 탄 셈이니 0.5솔을 팁으로 드리는 건 부담스럽지 않았다. 택시비와 함께 남은 돈은 팁으로 드리겠다고 말했더니 기사님 얼굴에 밝은 미소가 퍼졌고, 유쾌하게 인사도 해주셨다. 오히려 우리도 덩달아 기분이 좋았다.


도착한 버스 터미널은 수도에 있는 터미널치고는 규모가 작은 편이었다. 버스 탑승 시간까지 한참 남아서 시간을 보낼 겸 2층 작은 카페로 이동했다. 진열대에는 엠빠나다(empanada)라고 하는 남미의 대중적인 빵과 샌드위치, 케이크 등 다양한 빵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음 같아선 종류별로 먹어보고 싶었지만, 버스에서 간단하게 허기를 달랠 빵 몇 개만 고른 후 내려갔다.          


리마 버스터미널


크루즈 델 수르는 페루에서 유명한 버스 회사인데, 보안도 철저하고, 시스템도 잘 되어 있어서 이카까지 가는 교통수단으로 선택했다. 탑승 수속도 체계적인 절차에 따라 진행됐다. 가방 무게를 측정하고, 짐 주인의 정보가 적힌 태그를 가방에 부착했다. 버스에 탑승할 때조차도 여권과 개인 소지품 검사를 받았다. 좌석에 앉아 있으면 직원이 작은 캠을 들고 와서 좌석번호와 해당 좌석에 앉은 사람의 신상정보를 대조해가며 검사했다. 무엇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철두철미함에 다소 번거로웠지만, 크루즈 델 수르에 대한 신뢰도가 더욱 높아졌다. 남미 여행 중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치안 혹은 도난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는 후기를 종종 봤는데, 다행히 우리는 그런 불안을 한시름 덜어낼 수 있었다.


크루즈 델 수르 버스, 우리나라 우등버스와 비슷함



이카로 가는 길


리마에서 이카까지 걸린 시간은 4시간 30분. 버스 타고 이동하는 동안 창 밖 풍경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리마에서 점점 멀어지자 낙후된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윽고 황량한 벌판과 사막지대가 펼쳐졌고, 저 멀리 호수도 간혹 보였다. 그러고는 줄곧 황무지만 펼쳐져 금방 흥미를 잃었다. 풍경을 조금 감상하다가 좌석 앞에 있는 스크린에 시선이 갔다. 영화를 볼 수 있었으나 스페인어만 지원되는 까닭에 간단한 게임만 하면서 지루한 시간을 보냈다.


버스 안에서 본 이카의 모습은 상당히 낯설었다. 마치 수많은 고초를 겪어 폐허가 된 지역을 연상케 했다. 하지만 흥미로운 부분이 있었는데, 바로 자동차였다. ‘태국에는 뚝뚝이 있다면, 이카에는 모토택시가 있다.’는 말이 있을 만큼 모토 택시는 이카를 대표하는 교통수단이자 지역 명물인데, 모토 택시의 차종이 바로 ‘티코’였다. 그런데 티코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여기를 봐도 티코, 저기를 봐도 티코, 온통 티코 천지였다. 우리나라에 있던 그 많던 티코가 어디 갔나 했더니 전부 여기로 모인 게 분명했다.


티코는 페루 땅에서 달리고 있다.


이카 버스터미널에서 내려 와카치나로 가는 방법과 이틀 후 나스카로 이동할 교통 수단에 관해 의논하던 중 어떤 사내가 어눌한 발음으로 “친구”를 외치며 우리에게 다가오더니 10솔에 와카치나로 데려다 주겠다고 제안했다. 일반 승용차보다 조금 큰 카렌스였기에 배낭을 맨 성인 남성4명이 편하게 탈 수 있을 것 같아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저씨의 이름은 후안(Juan)인데, 주로 동양인 관광객을 상대로 나스카 라인 투어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많은 한국인 관광객이 직접 남기고 간 방명록과 상품 후기를 훑어보니 대체로 평이 좋았다. 이걸 보고 나서 후안 아저씨가 적어도 우리를 상대로 사기치려는 나쁜 마음을 품고 있진 않다고 생각했다. 가격은 상당히 비쌌다. 하지만, 나스카로 향하는 교통수단과 나스카 라인 투어를 모두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후안 아저씨와 계약하기로 했다.


이카 버스터미널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웅장한 사막 산이 눈에 들어왔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레저용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늘어서 있었고, 곳곳에 여러 숙박업소와 식당이 보였다. 와키치나에 대한 첫인상은, B의 표현을 빌리자면, 가평을 사막에 가져다 놓은 듯한 느낌이었다. 마침내 우리가 2박3일 동안 묵을 숙소 바나나호스텔에 도착했다.


바나나호스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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