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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그리는 양순이 Feb 03. 2024

나는야 초코퐁듀 장인

얼마 전 초등학생 조카가 우리 집에 놀러 왔다. 조카가 오면 뭘 만들어줄까. 참, 예전에 사놓은 퐁듀 그릇이 있지!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할 때 한번 쓰고 서랍장에 고이 모셔둔 퐁듀 그릇. 거창한 건 아니고 미니캔들로 데워 쓰는 작은 빨간색 사기그릇이다.


'초코 퐁듀 만들어줘야겠다!'


영하 13도의 추위를 뚫고 집 앞 마트에서 퐁듀 재료를 둘러본다.


'퐁듀에 뭘 찍어 먹더라...'

잠시 머리가 멍하다. 브로콜리에 초장은 찍어먹어도 초코에 뭘 찍어 먹을 일은 별로 없다.


'아 맞다. 딸기!'


초코퐁듀는 역시 딸기지. 요즘 과일은 손 떨리는 가격이지만 조카 먹을 거니 과감히 제일 예쁜 딸기를 집는다.


'나 좀 멋진 고모...!!'를 속으로 외치는 순간 옆에 더 비싼 장희 딸기가 보인다. 음... 너무 비싸다. 미안하다, 조카야. 저건 네가 나중에 출세해서 사 먹으렴.


퐁듀의 주 메뉴인 초콜릿을 바구니에 넣고 마트를 휘 둘러본다. 생각보다 찍어먹을 게 없다.

오, 마시멜로우가 있네. 비스킷도 하나 사서 스모어같이 해줘야지.


퐁신한 마시멜로우에 따뜻한 초코를 묻히면 마시멜로우가 녹기 시작한다. 딸기와 초코는 안 어울릴 듯 어울리는 묘한 맛이다.


"고모, 진짜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초코 퐁듀를 처음 먹어보는 조카가  손에는 퐁듀꼬치를, 입술에는 쪼꼬를 가득 묻히고 즐거워한다.

 

그래, 네가 즐거우면 됐다.

평소에는 조카에게 단거 먹지 말라는 잔소리를 하지만 이번만큼은 초코퐁듀를 만들며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싶었다. 먼 훗날, 조카가 내 나이가 되었을 때, 가족들과의 추억이 많길 바란다.


퐁신한 마시멜로우와 따끈한 초콜릿 같은 추억들이 우리를 버티게 해주는 힘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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