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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그리는 양순이 Jan 30. 2024

이웃집 땅콩버터 샌드위치

20대 때 미국에서 회사를 다녔었다. 회사 근처에서 혼자 살다 월세를 아끼려 한인 교회에서 만난 지인과 룸메이트가 되었다. 룸메이트와 새로 이사 간 집은 엘리베이터가 없는 3짜리 아파트였는데 우리 집은 3층, 1층에는 우리와 같은 교회를 다니던 한인 부부가 살고 계셨다.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종종 우리를 보면 많이 반가워해주셨다.


'으악 회사 늦겠다!'


3층부터 우당탕탕 뛰어내려 가던  어느 날 아침,

갑자기 1층 한인 부부 댁의 문이 열리더니 은박지에 쌓인 무언가를 던져주신다.


" 아침 못 먹었죠?? 회사 가서 먹어요!"


"어머나!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정신없이 회사에 도착하여 한숨 돌린 후 은박지를 열어보니 바삭하게 구운 식빵에 과일잼과 땅콩버터를 바른 샌드위치다. 아직 온기가 남았다. 옆자리 인턴에게도 한 조각 나눠주며 저녁에 과일이라도 사다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계단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고 하셨다. (방음이 얼마나 안 됐길래...^^;;)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그 소리가 안 들리면 허전하다고 하시더라.


항상 후다닥 내려가는 소리에 아침이나 챙겨 먹었으려나 걱정이 되셨다고 한다. 그 뒤로도 종종 아침에 밝은 미소와 함께 아침을 챙겨주셔서 나도 간단한 간식거리로 인사를 드리곤 했다. 외로운 타국 생활에 큰 힘이 되어주시던 나의 1층 이웃.


시간이 너무 흘러 이제는 그분들의 얼굴도 가물가물하다. 하지만 지금도 땅콩버터를 보면 '1층 한인 부부댁 땅콩버터 샌드위치'가 생각나곤 한다. 어디 계시던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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