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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그리는 양순이 Feb 12. 2024

크래커와 리코타 치즈의 기적


냄새가 나지 않는 음식을 찾고 계십니까?

 크래커와 리코타 치즈를 추천드립니다.


단순히 맛있어서 추천드린 건 아니다. 만약 예민해진 후각과 극심한 오심으로 음식물 섭취가 어렵다면 크래커와 리코타 치즈의 조합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나의 오빠는 이른 나이에 긴 시간 암투병을 하다가 세상을 떠났다. 약 5년간 투병을 하였는데 수십 번의 항암과 신약 처방 등으로 다양한 부작용이 나타나고 몸이 점차 망가져 갔다.


184cm의 건장한 체구는 투병이 길어지며 뼈만 남게 되었고 결국 음식 섭취가 어려워져 문자 그대로 굶어 죽을 것 같은 지경에 이르렀다. 도대체 암이 무엇이길래 건장했던 젊은 남자를 저리 만들었을까.


어떤 음식을 가져다줘도 냄새가 난다며 토하고 구역질을 했다. 어느 날은 액체로 된 환자식조차 역겹다며 거부하길래 뭐라도 사올게 없을까 하여 일단 마트로 달려가봤다.


대형 마트를 참담한 마음으로 둘러봤다. 이렇게 음식이 많은데 냄새에 극도로 예민해진 오빠가 먹을 수 있는 건 없다.


아,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담백한 플레인 크래커 위에 크림치즈보다 훨씬 가볍고 덜 느끼한, 몽글몽글한 질감에 무향인 리코타 치즈를 발라줘 봐야겠다!


마트에서 돌아와 급하게 장바구니를 내려놓고 손을 씻은 후, 의자에 앉아 리코타 치즈를 크래커 위에 하나씩 바른다. 이 음식에 기적이 담기길 바라면서...


맙소사! 3개나 먹는다!!


그때의 기분은 노벨상 탄 것 마냥 기쁘더라. 오빠가 크래커 몇 개 먹은 걸로 기뻐할 날이 올 줄 누가 알았을까.


그 뒤로 몇 주간 우리 가족 장바구니에는 크래커와 리코타 치즈가 필수가 되었었다. 물론 그 사이에 상태가 더 나빠져 크래커도 먹을 수 없게 되었지만...




만약 누군가 냄새에 예민해져 음식 섭취가 어렵다면 크래커와 리코타 치즈 조합이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참고로 크래커는 대형마트에서 해외 직수입한 콜루시 크래커가 당분, 기름기가 적어 매우 담백하다. (*찾아보니 현재는 수입자 변경으로 인해 쿠팡에서만 구매 가능 한 것 같다.) 크래커, 아이비, 에이스 등 보다 더 담백한 편이다.


리코타 치즈는 대부분 비슷한 듯 하지만 개인적으로 매일유업 제품이 신선하고 좋았다.


물론 밀가루가 환자에게 좋지 않지만 뭐라도 먹여야 하는 상황이면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적어본다.


크래커고 뭐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겪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힘내라는 말도 도움 안 된다.


그저 고통이 하루속히 덜해지길, 어제보다 호전되는 기적이 있기를, 우리 가족에게는 없었던 기적이 누군가에게는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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