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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림 그리는 양순이 Feb 11. 2024

7층 계란말이 주먹밥


각 집마다 조금은 특별한 추억의 요리가 하나씩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은 바로 '계란말이 주먹밥'이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엄마는 종종 김밥대신 계란말이 주먹밥을 만들어주셨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1) 소고기 볶음밥을 만든다.


2) 볶음밥을 뭉쳐 작은 주먹밥들을 만든다.


3) 계란 지단을 주먹밥을 감싸줄 크기로 구워준다.


4) 구워진 지단 위에 주먹밥을 또르륵 굴려준다. 

이때, 지단 윗면은 약간 덜 익어야 주먹밥이 잘 달라붙는다.


작은 사이즈의 지단 만드는 것이 꽤나 손이 가지만 만들어놓고 보면 귀엽고 맛있다. 어린 나는 처음 보는 음식이 신기했고 나중에는 소풍 갈 때  김밥 대신 계란말이 주먹밥을 만들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성인이 된 후론 우리 집 식탁에 이 음식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몇 년 전, 갑자기 추억에 젖어 내가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역시 엄마 손 맛은 못 따라간다.


계란말이 주먹밥을 만들던 엄마, 신나게 소풍 가방을 싸던 어린 나, 그리고 오빠랑 아빠.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고 놀이터가 보이던 7층 우리 집.


오빠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먼저 세상을 떠나버려 이제는 우리 가족 4명이 함께 계란말이 주먹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래도 현재의 슬픔이 포근한 계란 지단 같은 추억과 행복으로 조금은 달래져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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