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음식 일러스트
7층 계란말이 주먹밥
by
그림 그리는 양순이
Feb 11. 2024
각 집마다 조금은 특별한 추억의 요리가 하나씩 있을 것이다.
우리 집은 바로 '계란말이 주먹밥'이다. 내가 초등학생일 때 엄마는 종종 김밥대신 계란말이 주먹밥을 만들어주셨다.
만드는 법은 간단하다.
1) 소고기 볶음밥을 만든다.
2) 볶음밥을 뭉쳐 작은 주먹밥들을 만든다.
3) 계란 지단을 주먹밥을
감싸줄
크기로
구워준다.
4) 구워진 지단 위에 주먹밥을 또르륵 굴려준다
.
이때, 지단 윗면은 약간 덜 익어야 주먹밥이 잘 달라붙는다.
작은 사이즈의 지단 만드는 것이 꽤나 손이
가지만
만들어놓고 보면 귀엽고 맛있다. 어린 나는 처음 보는 음식이 신기했고 나중에는 소풍 갈 때 김밥 대신 계란말이 주먹밥을 만들어달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성인이 된 후론
우리 집 식탁에 이 음식은 더 이상 오르지 않고 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몇 년 전, 갑자기 추억에 젖어 내가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는데 역시 엄마 손 맛은 못 따라간다.
계란말이 주먹밥을 만들던 엄마, 신나게 소풍 가방을 싸던 어린 나, 그리고 오빠랑 아빠. 따뜻한 햇빛이 들어오고 놀이터가 보이던 7층 우리 집.
오빠는 뭐가 그리 급했는지 먼저 세상을 떠나버려 이제는 우리 가족
4명이 함께 계란말이 주먹밥을 먹을 수가 없다. 그래도
현재의 슬픔이
포근한
계란 지단 같은 추억과 행복으로
조금은 달래져서 감사하다.
keyword
계란
일러스트
그림에세이
23
댓글
2
댓글
2
댓글 더보기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그림 그리는 양순이
11년 차 대기업 영어 강사. 일상툰을 그리다가 수강생님들께 도움 되시라고 2초 영어만화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그리는 것들이 소소한 도움과 재미를 드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구독자
94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떡국
크래커와 리코타 치즈의 기적
매거진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