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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양쌤 Mar 30. 2023

감기

딸 챙기기

큰 일교차 주의, 미세먼지와 안개가 뒤섞이고 대기가 건조한 날이 잦았던 요즘 아침이면 목을 긁는 소리의 기침을 여러 번 한다. 조금만 추워도 내복 챙겨 입고 바람 들어오지 않게 잘 껴 입는 남동생과는 딴 판인 딸이다. 중학교도 들어갔으니 교복으로 최대한 꾸미고 싶어 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아침 등굣길에 나설 때는 항상 이중 삼중으로 말한다. "나시 입어라" "반팔 입어라" "따뜻하게 입어라" "목 감싸라" 듣기 싫어해도 계속 말한다. 선택은 딸의 몫이다. 입었다고 대충 얼버무리고 나가려 할 때 확인하면 안 입은 거 바로 들통나서 한 마디 더 얻어먹어 배부른 상태로 나선다. 나도 안다. 나도 그때만 할 때 맨 살에 교복치마 입고 동장군 나타나셔도 멋을 부렸던 나의 전성시대가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 나도 얼어 죽진 않았다. 그리고 따뜻하게 입고 다녀라 라는 말이 귀에 못이 막혀라 들었어도 귀 담아 듣지 않았다. 내 딸도 그러하겠지, 그러면서도 내심 아침에 하는 기침은 사라졌음 하는 마음이다.


엄마가 우리 딸 챙기는 이유를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를 내기엔 현실 엄마티가 너무 날 듯하여 문자로 얘기했다. <응애응애 갓난 아기 때부터 감기 걸리지 말라고 항상 따뜻하게 입히고 씻기고 다치지 않게 신경 쓰면서 키웠고 아프면 밤새 지키면서 감기 빨리 떨어지길 기도하면서 키워왔던 내 딸, 이젠 네가 너 자신을 따뜻하게 보호하지 않으니 엄만 화가 나네~~ 너의 몸인데 네가 알아서 한다는 건 자유인데 그 자유엔 네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까지가 자유에 포함인 것을 알아야 해. 자유란 '내 맘이야'가 자유가 아니라 책임까지 져야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는 거야. 네가 소홀히 너의 몸을 대해서 병이 나면 병을 스스로 치료할 책임도 너에게 있다는 거야! 알겠느냐>라고 문자를 보냈다. 딸이 답장을 보내왔다. <나도,,, 이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이후로 말을 잊지 못한 딸이다. 무얼 느끼든 그건 딸의 몫이다.


자식 없고 신랑 없이 산으로 도 닦으러 가라고 하면 아주 잘 닦을 것 같다. 하지만 진짜 도를 닦는다는 건 현생에서 지지고 볶고 부딪히면서 도를 닦아야 진정 도를 닦는 게 아닐까? 오늘도 잘 싸웠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잘 싸우고 잘 타협할 것이다. 그게 진정 딸을 사랑하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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