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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양쌤 Jun 01. 2023

길거리 캐스팅

딸 챙기기


전화를 받자마자 요란스러운 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엄마, 엄마 어떤 여자분이 나한테 명함 주고 갔어, 그리고 엄마 전화번호 물어봐서 알려줬고 엄마한테 연락 갈 거야, 친구랑 셋이 걸어가고 있었는데 나한테 주셨어"


"그래? 너한테만 주셨다고? "


"엄마, 이게 길거리 캐스팅이야?"


"응, 근데 비슷한 방법으로 사기 치는 곳들이 많으니까 알아봐야 할 듯해"


더 현실적으로 자세히 말해주고 싶었으나 일단 기분 좋은 감정으로 조금 즐기게 두고 집에 와서 더 자세히 얘기하기로 마음먹고 있던 중 에이전시 대표로부터 장문의 카톡이 왔다. 누구 학생 부모님 걱정하실 것 같아 카톡으로 먼저 인사드리는 점 양해 바랍니다.로 시작해서 단정하고 모범적인 이미지에 예의 바른 학생이라고 매니저가 말해줬다고 하면서 회사소개와 학원형 기획사처럼 비용을 요구하지 않는다라는 식의 글까지 모두 문장을 마친 다음 마지막 문단은 실물 미팅을 해보면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여기 회사에서 찍었던 광고영상물 하나하나 웹주소와 회사 주소도 함께 보내주셨다. 


'참~~ 요즘엔 부모마음 안심시키려고 감성글을 파는구나' 문자를 한참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설사 우리 딸이 비주얼이 되거나 몸매가 된다 한들 바로 활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연기며 노래며 춤이며 배워야 하는 건데 배우는 것 자체가 다 돈인 것인데 쉽지 않아~' '그런데 대표가 직접 이런 글을 보낸다고?' 내 선에서 컷 하고 싶었지만 딸이 직접 경험한 것이니 오면 물어보기로 했다.


집에 온 딸에게 문자를 보여주며 너의 생각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딸 역시 세 친구 중에 선택된 그 기분을 즐겼던 것이 틀림없었다. 그래도 이내 현실적으로 돌아와 생각을 해보더니 그곳에 가는 게 문제가 아니라 가고 난 후 본인이 해야 할 일이 많을 것 같고 사진 찍는 것도 귀찮다고 해서 미팅 안 한다는 답문을 보내드렸다.


그리고 대표의 답문이 왔다.

'네 그럼 연락처 정보는 삭제하겠습니다.

저희는 아이가 관심이 있다고 해서 연락드린 것뿐입니다. 오해 없으시면 좋겠습니다.'

사실 딸이 관심을 보인게 아니라 매니저가 관심 있으면 연락 달라고 명함을 주며 다가온 것인데 말이다.


대표가 맞다면 정말 옹졸하고 대표가 아니라면 사기각이니 거부 문자를 보내길 참 잘했다고 우리 모녀는 입을 모았다. 요즘 루트가 많은데 누가 아직도 길거리 캐스팅을 하나? 내가 대표라도 SNS에서 얼마든지 얼짱 몸짱 찾을 수 있는데 말이다. 


신랑도 고등학생 때 길거리 캐스팅을 받아 찾아갔더니 사진 찍어야 한다며 돈을 요구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 얘기를 함께 해주면서 딸과 대화를 했다.

"딸아 세상은 이렇게 사기 쳐서 남의 돈 뜯어먹고사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돈을 버는 사람이 정말 많아, 이 사람이 사기꾼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정말 대표였더라도 소중한 딸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는 대표에게 맡기고 싶지는 않네" 


"엄마, 이렇게 문자 보내서 실체를 좀 알게 되니 다행인 것 같아. 그래도 기분은 좀 좋았어"


"그럼, 사기를 치는 것도 어느 정도 눈에 들어오는 사람에게 명함을 주기 때문에 우리 딸이 그래도 매력은 있다는 거니까 그거까지 거짓은 아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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