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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양쌤 Aug 08. 2023

신랑 까고 싶은 날


그런 의도였는지 아닌지 나는 상관없다. 오늘은 그냥 내가 생각하고 느낀 대로 신랑을 까고 싶은 날이다. 그래야 속 시원할 것 같다. 잠시 오늘의 글은 나의 감정쓰레기 통이 될 예정이다.


며칠 전 형님네 집에서 나와 신랑은 실랑이가 있었다. 신랑은 스마트폰에 샴푸를 검색해 쇼핑하고 있었다. 1리터 샴푸를 고르길래 우선 용량 적은 것으로 구입 후 써보고 맞으면 큰 것으로 주문하라고 했다. 그런데 귓등으로 듣지도 않았다. 그전에 있었던 샴푸들 다 대용량이고 끝까지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쓰던 샴푸 사는 게 아닌 새로운 샴푸 사는 거니 작은 것으로 먼저 사라고 말했다. 그런데 대용량 샴푸 안 쓴 거는 다 선물 받은 거라는 것이다. 선물을 받든 안 받든 다 쓰지 못하고 버린 샴푸들이었기에 한 말이었다. 새로 사는 샴푸도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이다. 선물 받은 것도 새로운 것이었던 것처럼 다 사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대화중 나는 매번이라는 말을 했었고 신랑은 그 매번이라는 단어에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나는 탈 플라스틱, 탈 육식을 위해 노력하는 아내이다. 샴푸도 샴푸바로 이용하고 플라스틱 용기를 사고 싶어 하지 않는 아내이다. 신랑까지 나처럼 쓰라고 하진 않는다. 다만 환경호르몬을 걱정해 우리 아이들은 나의 가치관을 싶어 주고 싶은 엄마이다. 그런 노력들이 3년 이상 됐으니 함께 동참은 하지 않더라도 찬물을 끼얹지는 말아야 하는 거 아닌가,,,


오늘 딸과 아빠와 어떤 대화를 하다가 아빠가 딸에게 말했다. "샴푸도 너에게 맞는 거 여러 종류를 써봐" 아이들은 샴푸바를 이용하거나 제로웨이스트샵에서 구입한 샴푸를 쓰고 있는 중인데 말이다. 앞 전에 한 말들은 들리지 않았는데 그 한 마디가 내 귀에 딱정이 붙듯 딱 붙었다. 딸은 아빠한테 말한다. "엄마는 성분을 보고 안 좋다는 말을 자주 해"라고 말을 하니 아빠는 또 딸에게 말한다. "화학자도 아니고,,,"

이 둘의 대화는 나를 너무 화나게 했다. 특히 신랑은 말을 잘못했다. 며칠 형님네서 했던 실랑이에 대한 작은 복수 같기도 했다. 아이들이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미 유난스러운 엄마이지만 이건 나를 하나도 도와주지 않는 처사 아닌가? 굉장히 화나고 외로운 밤이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노력해서 뭐든지 할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 친환경적인 생활도 노력하면 그런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는 세상 말이다. 지금은 노력해도 사회환경이 도와주지 않는 세상이다. 노력해도 안 바뀌고 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매일 행동이 변하면 언젠가는 바뀔 것이라 믿는다. 지금 우리가 있는 세상자체가 반환경 세상이다. 반환경 사회를 반환경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지금은 기후위기로 많이들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행동하지 않으면 진짜 아는 게 아니다. 알고 있으나 나 자신과 연결 짓지 못하면 실천도 할 수도 없다. 


신랑 때문에 생긴 이 기분 나쁜 감정은 쓰레기 통에 넣으려고 한다. 언젠가는 감정 쓰레기 통에서 다시 꺼내 말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내 말을 진지하게 들어줄 준비가 되면 그때 꺼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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