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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양쌤 Nov 14. 2023

학교에서 하는 대토론회는 원래 이런 건가요?

학부모 일상



어제는 딸아이 중학교에서 학생생활지도에 대한 대토론회가 있었습니다. 학부모님 모시고 함께 토론을 한다고 하여 참석을 했습니다. 주제별 다섯 모둠으로 나눠 한 모둠에 하나씩 주제를 다르게 배치했더군요. 앞으로의 생활지도에 있어 개정될 사항과 추가될 사항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알고 갔습니다.


한 모둠에 학생 3명+ 학부모 2명+조장(선생님) 구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학생생활지도 규정을 만드는 일이라면 중대한 토론회라고 생각 드는데 기존 규정 자료를 나눠주지도 않은 채 자유롭게 얘기를 하라고 하셔서 어디부터 어떻게 얘기를 나눌지 애매했습니다. 현재 규정을 보지도 않은 채 어떻게 의견을 낼 수 있지? 그리고 학부모와 학생을 한데 모아놓고 20분의 토론시간을 주는 게 말이 되나? 모 하자는 거지?

학교는 토론회라 부르고 저는 간단한 토의라 부르고 싶습니다. 교육부에서 지침이 내려와 부랴부랴 토론회를 구성하고 후딱 해버리고 인증 남기고 끝내는 형식상 절차에 함께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요즘 학생인권조례로 언론이 시끄럽습니다. 학교나 교육부에서는 어떤 액션이 필요했겠지요. 형식적인 것은 없애고 진정성 있게 반영할 의지를 가지고 진지하게 학부모를 초대했다면 이런 씁쓸함을 느끼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국민이 정부나, 기업 그리고 지자체에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근거자료들이 필요합니다. 반대로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국민을 설득하려면 '이 만큼 노력했다'는 근거자료가 필요합니다. 이런 형식적인 근거자료를 모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 제시한 근거자료를 얼마큼 믿을 수 있을까요? 악순환되는 불신의 씨앗을 키우는 거나 다를 게 없습니다. 이는 곧 서로가 서로를 못 믿는 사회를 만드는 과정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학교는 진정성이 없는데 학생인권조례가 왜 문제며 왜 폐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릴까요? 학생인권조례는 도 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눈 씻고 찾아봐도 문제가 없습니다. 교권추락이 문제라면 교사의 교육할 권리와 교사의 교육활동을 존중해야 하는 교사인권을 더 강화시키면 되고 학교장과 교육부는 교사들의 편에 서서 우산 역할을 해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글 <오줌,,, 무책임>에서 살짝 언급했지만,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면 그때 그 시절로 후퇴하는 일이며 더 많은 문제가 발생될 것입니다. 학생인권도 교사인권도 모두 중요합니다. 지금 분위기는 갈등과 혐오를 키우고 있어 안타깝기만 합니다. 교사들은 언제 행복한 웃음과 활력을 가지고 학생들을 지도할 것이며 학생들은 언제쯤 교사들을 믿고 존중하며 즐겁게 배울 것인지요. 


저희 딸 학교는 그래도 동네에서 공부를 시키는 학교라고 소문나 있다고 하지만 막상 실체는 아닌가 봅니다. 대부분의 과목이 유튜브 영상을 틀어주고 선생님의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은 정말 짧고 학생들은 자고 배울 게 없다는 말이 딸 입에서 술술 나옵니다. 그래서 학원을 안 다니면 안 되는 거라고 스스로 깨닫고 옵니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으니 학원을 가는 이 현상이 언제까지 일까요? 그래서 요즘 고등학생들은 한 학기를 다녀보고 내신이 안 나올 것 같으면 자퇴를 한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그 시간에 수능에 맞춰서 공부계획을 짜고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 합니다. 교육이 이런 방향으로 나간다면 제 살 깎아먹는 상황 아닐까 싶습니다. 


학생이 교육의 주체로 인정해야 하는 건 당연한 건데 당연한 것을 하지 않는 현상이 계속된다면 결국 교육도 각자도생인 것입니다.

하~~~~ 안 참 멀었지만 갈 때까지 가서 곪고 터져 교육 개혁이 진정성 있게 되길 바랍니다. 현재를 살고 있는 나의 자식 교육은 결국 한 개인인 저, 부모의 몫인 것만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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