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v양쌤 Oct 13. 2022

여성과 우유와 고기

나는 여성입니다. 좁은 틀 안에 갇혀있습니다. 나의 아기를 출산한지 3일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아기는 제 옆에 없습니다. 내 젖은 기계가 유축 합니다. 매일 반복됩니다. 나는 누굴까요?


몇 달 전 강제 임신을 하고 원치 않았던 나의 아기를 배에 품고 시멘트 바닥에서 나 홀로 출산을 했습니다. 출산의 고통을 고스란히 겪으며 미쳐가는 나를 누군가 지켜봅니다. 옴짝 달싹할 수도 없습니다.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며칠 안 되어 아기와 나를 강제로 떼어 놓습니다. 젖 생산량이 많아지는 촉진제 주사를 맞습니다. 그리고 아기에게 줄 젖을 기계가 빼앗아 갑니다. 아기는 영영 볼 수 없습니다. 임신이 될 수 있는 한 나의 인생은 임신과 출산 그리고 젖 착취를 반복합니다. 나는 젖소입니다.


사회적 동물이든 생물학적 동물이든 여성 이라는 입장에서 동물에게서 우유를 얻는 과정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봤던 영상이 기억난다. 이 영상을 계기로 동물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환경관련도서를 찾아 읽게 되었고 비건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스터디를 하게 되었다. 가려진 진실을 하나씩 파헤쳐나가며 나의 무지함 속에 얼마나 수많은 동물들이 학살 되고 있었는지 알게 됐다.


‘가축의 도살장이 유리벽으로 되어있다면 우리는 아마 육식을 하지 못할 것이다.’라는 말은 비건 관련 도서를 읽다 보면 자주 마주하는 문장이다. 고기가 어떻게 우리 손에 쥐어지게 되는지 과정을 알지 못한 채 나 또한 마트에서 국내산, 투플을 찾으며 장을 봤었다.


우리 남매의 이유식이 시작될 무렵 관심 없었던 소의 부위에 대해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 이유식은 안심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책을 보았고 최상의 안심을 찾아 소문난 정육점으로 향했다. 그 당시 안심을 판매하는 곳이 우리 동네에서는 몇 안 되었다. 소에서 안심이 워낙 적은 양이기 때문이기도 했고 이유식용 안심이 판매되는 곳을 찾아가야 했었다. 저장하면 상할까 봐 그날그날 만들때 마다 가서 조금씩 구매해 정성스럽게 이유식을 만들었다. 쌀 미음부터 시작해 채소 그리고 고기 이유식을 거치면서 아이의 건강한 발육과 때에 맞춰 먹여야 한다는 것에 온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유식에서 유아식으로 넘어가며 고기의 중요성은 더 강조되었다. 소근육과 대근육 발달을 하는 시기이며 단백질 섭취를 신경 써야 하는 발달단계이기 때문에 유아식을 만들며 채소는 거들 뿐 소, 닭, 돼지에서 얻는 고기를 사용한 요리가 끊이지 않았다. 매일 요리하는 이 동물들의 고기는 어떻게 얻어지는가?라는 의문 보다 마트에 포장된 고기 중 어느 것이 질이 좋은가를 고민하느라 바빴다.


아이들이 돌이 되면서 시판 우유로 갈아탔다. 출산을 할 때는  엄마의 몸이 아기를 키우기 위한 몸으로 변한다. 신기하다. 가슴에서는 아기 생명줄인 젖이 나왔고 시간이 지나면 아기가 배고플 때쯤 또 젖이 돌았다. 아기의 성장과 동시에 젖도 서서히 줄어들었다. 이런 출산을 겪었음에도 젖소의 젖은 항상 나오는 것이었고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우유라고 생각했다. 송아지가 먹을 자신의 엄마 젖을 인간이 빼앗아 왔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젖이 나와서 젖소가 아니라 젖소도 교배를 하고 출산을 해야 젖이 돈다. 자연의 원리다.


나에게 육식 이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좋아하는 음식이다. 나 역시 30대 후반까지 돈까스를 정말 좋아 했다. 친구와 만남의 장소와 가족 모임 장소가 대부분 고깃집 이었다.


‘육식을 한다‘라는 이 문장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다만 육식을 하려면 어떠한 것들의 희생이 따르는지를 생각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뒤따른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그들의 생을 보게 되었고 육식이 초래하는 사회,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게 되었다.


기후난민 발생에 육식이 영향을 미친다. 사람이 먹는 곡식과 물보다 사료와 축산업에 들어가는 물이 더 많이 필요하다. 우리가 육식을 하면 할수록 동물의 기본권과 생명권은 착취당한다.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내가 먹는 것과 기후위기가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알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었을 뿐인데, 지구에서 인간이 더 이상 살 수 없는 뜨거운 온도로 변하게 된다? 우리는 의문을 가져야 한다. [잡식 가족의 딜레마] 영화를 보면 99%가 공장식 축산업이고 1%만이 농장식 축산업 형태다. 황윤 감독은 공장식 축산업 한 번 견학 하려 해도 쉽지 않았다. 지금은 많은 활동가들과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 의해 여러 정보가 많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가 모르는 일들, 알면 경악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인간의 미식을 위해 동물들이 인위적으로 태어나 살다가 인도적이지 못한 도살로 생을 마감한다. 인간이 너무도 잔인하게 동물을 착취하고 있다고 생각되어 비건 지향을 선택했다. 동물 위에 군림 하는 종이 인간이 되는 게 마땅한가? 철학적인 생각으로 전환이 되었고 환경 책을 통해 모든 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내 인생의 격변기는 결혼과 출산이 가장 큰 맥락이 될 줄 알았다. 환경 공부를 하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게 된 지금 이 시점이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 닭 볶음탕이 나를 설레게 했던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