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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v양쌤 Oct 19. 2022

마라탕과 사춘기

마라탕이 음식인가요?


"사장님, 혹시 마라탕 국물은 어떤 재료로 만들어요?"


"소, 돼지, 닭 뼈를 우려서 만듭니다."


"아 ~~ 네~~~"


최근 딸 때문에 처음 마라탕을 먹어봤다. 초6 나의 딸은 본인 의지로 알아서 채식을 하고 있다. 사춘기가 찾아아오며 친구와 노는 시간이 우선순위가 된 딸은 최근 친구들에 의해 마라탕을 접했다. 그 후 친구들과 만나서 항상 들리는 곳이 마라탕 집이었다. 친구랑 함께 가는 마라탕 집을 이 날은 엄마와 함께 했다. 딸과 함께 들린 마라탕 집에서 야채를 담고 카운터에서 계산을 하며 사장님께 육수를 뭘로 만드는지 여쭤봤었다.


시킨 마라탕이 나왔다. 국물의 비주얼은 맛있어 보이나 어떻게 끓여야 저런 국물이 나올 수 있는지,,,,야채만 담았고 고기는 다 뺐는데도 기름이 둥둥 떠 있었다. 가장 속상한 건 채식을 실천하는 나의 딸은 친구들과 함께 어울리기 위해서는 함께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홍대나 광화문쪽은 채식 마라탕을 선택할 수 있는 집이 있기 때문에 너무 좋다. 전국의 마라탕 집들도 채수를 선택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아쉬웠다.

마라탕 국물이 어마어마한 나트륨 폭탄이라는 것과 세 종류의 동물뼈를 우려낸 물이라는 사실만으로 입에 댈 수가 없었다. 최대한 건더기만 건져 먹고 다 먹지 못하고 나왔다. 





딸에게 마라탕을 먹지 말라고 적극 말할 권리는 나에게 없다. 그 국물이 육수로 우려낸 줄 모르고 먹고 있었다는 점과 마라탕 재료를 그릇에 담을 때 고기만 선택하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딸에게 정확한 정보 전달은 필요하다고 판단되었다. 친구와 어울리는 게 좋고 두 다리가 더 자유롭게 움직이는 시기에 먹는 것 하나하나 잔소리를 할 수는 없지만 채식을 스스로 행하면서 바깥에서 접하는 음식들이 얼마나 교묘하게 좋지 않은 재료들이 섞여 있는지 육안으로는 알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그런 정보조차 말해주는 것도 잔소리로 느낄 사춘기라 고민이 많은 요즘이다.


과유불급, 조절을 못하는 아이들 때문에 '세상에 마라탕은 전부 없어져라' 주문을 외우기도 한다. 마약이 섞여 있기라도 한 건지, 왜 그렇게 어린 나이에 독하고 쎈 맛에 중독이 되어가는지 알 수가 없다. 


나에게 마라탕은 나의 딸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준 음식으로 평생 기억될 것이다. 밖에서 파는 음식들을 마음 놓고 먹어도 되는 세상이 오기는 할까? 밖에서 파는 음식들 때문에 인간이 질병으로 고생하는 시간이 앞당겨진다는 것을 대부분 사람들도 알 것이다. 바쁘게 살고 정신없이 살아내느라 바쁜 사회에서 패스트 음식들을 배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내 소중한 몸으로 들어가는 음식들에는 엄격하지 않으면서 식품보조제는 엄격하게 고르며 몸이 건강하길 바라고 있는 건 개인의 잘못인지 사회의 잘못인지 생각해본다.


<'음식'이란 사전적 용어는 사람이 먹을 수 있도록 만든 밥이나 국 따위.라고 정의되어 있다.>


마라탕은 과연 사람이 지속적으로 먹을 수 있는 음식일까? 계속 먹는다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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