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은 오늘 점심메뉴로 무엇을 먹을지 결정하셨는지 궁금하다. 나는 점심메뉴 걱정이 적은 편이다. 이유는 일주일에 2~3번 먹는 고정된 점심메뉴가 있어 고민할 필요가 없다. 고정된 점심메뉴는 참깨빵 위에 고기패티, 소스, 양상추, 치즈 피클 양파까지 들어있는 그 음식이다. 맞다 햄버거이다. 나는 햄버거를 정말 미친듯이 좋아한다. 내가 햄버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사례를 하나 설명하고자 한다.
약 2년 전 결혼허락을 받으러 약혼자의 집에 방문하기로 되어있었다. 예비장모님은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시고 싶은 마음에 약혼자에게 "김서방은 어떤 음식좋아해?" 라고 물어봤다고 한다. 그때 약혼자의 대답은 `햄버거`였다고 한다. 나중에 내가 이 사실을 알게되고 약혼자에게 "왜그렇게 말했냐?" 물어봤더니 햄버거 밖에 생각이 안 났다고 한다. 그만큼 햄버거를 좋아한다.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밸런스가 맞는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햄버거 특히, 나는 푸근한 이미지의(몸도 푸근한) 하얀 머리와 수염이 다소 깔끔하게 내려온 아저씨 한 분이 마스코트로 있는 햄버거집을 좋아한다. 맞다 쫀쫀한 켄터키후라이드치킨 KFC이다. 제주도라는 섬도 도시이기 때문에 많은 프랜차이즈 매장이 들어와있고 KFC역시 제주도에 입점해 있다.
KFC는 다른 햄버거 집과 달리 패티가 치킨패티가 들어간다. 햄버거 빵 사이 노릇노릇한 튀김옷을 입은 통 닭다리살을 양상추가 감싸고 소스가 튀김옷으로 뜨거워진 닭다리살을 식혀주어 고기의 식감이 산뜻해진다. 무엇보다 11가지 비밀소스로 만들어진 치킨(패티)은 어렸을 적부터 내 입맛을 돌게했다. 나에게 치킨(패티) 대통령은 KFC였던 것이다. 또한 외국계 치킨프랜차이즈 중 국내에 살아남은 유일한 브랜드라는 KFC의 유일무이한 점도 맘에 든다. 11가지 비밀소스, 나만의 치킨(패티) 대통령인 KFC 햄버거를 먹은 내 주변의 제주도민들은 다들 이렇게 평한다.
“한 시간 반 걸려 먹은 햄버거”
한 시간 반... 적지 않는 시간이다. “미국의 쉑쉑버거가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의 그 느낌인가?”, “얼마나 맛있길래 한 시간 반이나 기다렸다 먹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아니다. 제주도에는 KFC가 하나밖에 없다. 바로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있는 KFC제주서귀포중문점이다. 그래서 KFC햄버거를 먹으려면 왕복 한 시간 반을 걸려 다녀와야 한다. 도시의 프랜차이즈 맛에 길들여진 육지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KFC서귀포중문점을 방문하곤 한다. 마치 파블로프의 강아지처럼 우리는 또 한 시간 반을 걸려 KFC 징거버거를 먹고 오는 것이다. 먹고 나서는 “아 이맛이었지. 아는 맛이었어.”하고 또 운전해서 집에 돌아갈 생각에 눈물 흘리고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집에 있다가 먹고 싶어 지는 그런 악순환이 반복되고는 한다.
그런데, “한 시간 반 걸려 먹은 햄버거”라는 평을 받는 햄버거집이 제주도에 또 하나 있다. 바로 버거의 왕 버거킹이다. 왕 큰 햄버거 사이즈, 두툼한 고기패티로 유명한 버거킹도 제주도에 매장이 하나밖에 없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버거킹은 제주시에 있다. 그래서 서귀포에 사는 사람들은 반대로 `한 시간 반`이라는 시간을 투자해야만 버거킹을 맛볼 수 있다. 제주시에 하나, 서귀포시에 하나, 남북으로 각각 하나씩 균형을 맞춘 햄버거집은 프랜차이즈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숨겨진 맛집처럼 묘한 유니크함을 선사해준다. 제주도를 햄버거 왕국이라 하면, 북쪽에는 햄버거의 왕이 남쪽에는 햄(치킨)버거의 대통령이 존재하는 것이다.
북쪽엔 버거킹이, 남쪽에 KFC가 자리 잡고 있다.(사진출처:구글지도)
사진 1. KFC 서귀포중문점(해녀복장의 켄터키 할아버지가 인상 깊다.)
사진 2. 버거킹 신제주이마트점(KFC와는 달리 노포 맛집처럼 생겼다.)
글을 쓰다 보니 `제주시`, `서귀포시`에 대한 잠깐의 설명이 필요할 듯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의 정식 명칭은 제주특별자치도로 지방자치단체에 속한다. 제주도라는 지방자치단체 아래 제주시와 서귀포시가 존재한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치권과 독립된 세원을 갖고 있는데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자치단체가 아닌 행정시로 제주도라는 자치단체의 하부행정기관이다. 정리하자면 제주도 행정편의상 북쪽을 제주시, 남쪽을 서귀포시로 구역을 나누고 관리하고 있다.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재빠르게 다시 햄버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제주도에는 앞서 설명한 프랜차이즈 햄버거 가게 이외에도 곳곳에 위치한 다양한 수제버거 가게들을 찾아볼 수 있다. 제주도가 도시긴 해도 관광지로 유명한 것은 사실, SNS에 한 번쯤 이름을 올린 유명세 있는 햄버거 맛집들이 동서남북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SNS에 올라오는 사진을 보면 한 번쯤 먹고 보고 싶긴 하지만 용기가 나질 않는다. 나는 엄연한 제주의 직장인이기 때문에 가성비를 중요시할 수밖에 없다. 유명한 수제버거집들은 24시간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매장에 비해 매장 운영시간도 짧고 막상 가고 나면 대기시간이란게 늘 존재한다. 대기 번호표가 20번대가 된 기분은 겪어본 사람만 알 것이라. 특히 주말엔.. 어후... 30번대로 밀려나기도 한다. 이런 오랜 기다림 끝에 먹고 오고 하다 보면 주말과 저녁시간은 어느새 없어져있다. 시간이 늘 촉박한 제주도의 직장인에게는 수제버거를 먹기란 다소 버거운 미션인 것이다. 그래서 수제버거집은 잘 가지 못하는 편이다.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 주말에 유명한 맛집을 가고 싶어도 몸이 피곤하여 또는 밀린 잠을 자느라 주말 시간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에, 프랜차이즈 햄버거집에 자연스럽게 발걸음이 옮겨진다. 사실 제주도 KFC와 버거킹 매장은 내가 사는 곳과 다소 거리가 있어 수제버거집만큼이나 발걸음을 내기가 힘들다. 그래서 대안을 찾았다. 제주도의 햄버거집을 관찰한 결과 한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신기하게도 제주도 KFC와 버거킹 인근에 꼭 맥도날드 매장이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 맥도날드 매장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사는 곳 인근에도 있을까? 정말 마법처럼 내가 사는 곳에서 걸어서 3분 거리, 맥도날드 매장이 존재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제주도에 맥도날드 매장이 8개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내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것이다.
직장생활(자취) 중 끼니를 간편하게 해결하고 싶을 때, 배가 고파 아침은 먹고 싶은데 출근은 빨리해야 하는 시간이 촉박한 상황. 3분 거리 맥도날드의 맥모닝이 내 배를 늘 안심시켜주고는 한다. 마법처럼 말이다. 더욱이 고마운 것은 요즘 맥도날는 자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매주 쿠폰을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많게는 약 50~10% 된 가격으로 맥도날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자취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마운 부분이다. 하지만 제주도는 맥도날드의 가격이 다르다. 특수매장으로 분리되어 운반료가 추가로 붙기 때문인데. 일부 메뉴 제외긴 하지만 버거류의 대부분이 300원이 추가된다고 보면된다. 그래서 쿠폰의 가격이 다르다. 3000원 햄버거를 20% 할인하여 2400원에 팔고 있다면 최종 결제 가격은 2700원이 된다. 쿠폰 할인가가 절반 정도로 떨어져 버린다. 슬픈 사실일 수가 없다.
제주도도 도시인데. 나 나름대로의 항의를 이렇게 해본다.
※ 2022년 1월 기쁘게도 제주시에도 KFC가 생겼다. 이제 버거킹도 서귀포에 생길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