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잘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이 말이 듣기 좋았다. 나의 미래가 승승장구 할 것만 같은 느낌. 그 느낌은 대학에 들어간 후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가장 듣고 싶지 않은 말이 되어버렸다.
어릴 적 친구들 눈에 나는 공부도 잘하고 리더십도 있고 운동도 잘하는 친구였다. 선생님들 눈에도 나는 언제나 '모범생'이었다.
스포츠가 좋아서 체대에 진학했더니 공부 잘하고 리더십 있고 운동 잘하는 친구들만 모여 있었다. '모범생' 프레임으로 잠시 빌려 입은 옷이 발가벗겨진 기분이었다.
그 무렵 내 마음 속에는 청개구리가 자라고 있었다. 남들이 나를 보를 시선이 싫지 않으면서도 그들이 정한 프레임에 맞춰지고 싶지 않았다. 나를 그렇게 바라볼수록 나는 더 모난 길(딱히 모난 것도 아닌데)을 가고 싶은 오기가 생겼다.
오늘 낮에는 코스피가 아래에서 위로 치솟아 사상 최초로 장중 3000을 돌파하며 뜨겁다 못해 데일 지경이었다. 그런데 밤에는 위에서 아래로, 폭설이 몰아치더니 기온은 영하 10도 아래로 뚝 떨어졌다.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남들이 "눈을 높여라", "눈을 낮춰라" 하며 세상을 위아래로 바라볼 때 나는 좌우로 바라보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온 세상이 위아래로 난리인 마당에 좌우로 고개를 돌리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내 인생의 상한가는 언제일까, 어디일까. 상한가가 오긴 오는 걸까. 아차,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것이라 배웠다. 다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음을 비운다. 고개는 좌우로.
우물 안에 있는 개구리는 눈을 아래에서 위로 치켜들고 있다. 그건 내가 아니다(아니어야 한다). 우물 바깥에서 열심히 뛰어노는, 타인의 시선 따라 움직이지 않는 청개구리. 그게 내 꿈이다.
안정적이고 확실한 미래가 펼쳐져 있어도 불안하다.
인생의 앞날이 불투명해도 불안하다.
어차피 불안하다면 하고 싶은 일을 거침없이 하는 편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