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며느리들 화나게 하는 풀 이름
#7 시어머니와 며느리, 그 아찔한 관계
추석을 맞아 본집에 왔다. 오랜만에 엄마와 아빠와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웠다. 내 이야기, 엄마 아빠의 이야기, 명절 이야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난생처음 접하는 옛날이야기도 듣게 된다. 20대인 나에게 60대인 엄마 아빠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꽤나 신선하고 흥미롭다.
그런데 이번에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고부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엄마가 한 마디를 던졌다. "그래서 옛날에는 '며느리밑씻개'라는 풀이 있었어!" 처음에는 어리둥절했던 나는 엄마의 설명을 듣고 이내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덩굴식물 중 하나인 며느리밑씻개는 일본 이름 '마마코노시리니구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계모의 학대를 받는 아들의 엉덩이 닦기, 또는 의붓자식을 왕따 시키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 자체로도 아주 불쾌한 이름이다. 그런데 이것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며느리 밑 닦을 때 쓰는 풀"이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이다.
며느리밑씻개는 줄기에 가시 같은 게 껄끄럽게 돋아나 있어 상당히 날카롭다. 맨살에 스치면 상처가 나기 쉬워서 텃밭을 가꾸는 엄마 아빠도 이 풀을 항상 조심한다고 말했다. 옛날 꼰날 시어머니들이 그렇게 '악질'인 풀을 좋아할 리 없다. 그래서 '미운 며느리는 이걸로 밑이나 닦아라'라고 말하면서 며느리밑씻개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것이다.
아... 2020년에 이런 이야기를 듣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며느리를 구박하는 시어머니도 과거 한때는 누군가의 며느리였을 텐데, 어째서 시어머니는 며느리를 힘들게 했던 것일까. 어째서 세상은 며느리를 얕잡아보며 한낱 풀떼기에 그런 이름까지 붙였을까.
나는 고부갈등을 목격한 적이 없다. 아빠의 친어머니는 아빠를 낳고 얼마 후에 돌아가셨고, 아빠의 새어머니는 내가 중학교 때 돌아가셨다. 엄마는 새할머니가 살아 계실 적 고부갈등이 없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젊었을 적 고생을 많이 한 것을 알기에 고부갈등이 없었다는 엄마의 말이 다행스럽게 들렸다. 이기적인 생각으로는 '시어머니가 없는 게 좋은 것 같다' 싶었다.
그런데 아빠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다. '시어머니'가 안 계셔서 엄마의 걱정거리는 조금 덜었더라도, 아빠는 한평생 '엄마'라는 존재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을 테니까. 맞아, 시어머니라는 사람도 시어머니가 되기 전에 누군가에게는 엄마였지.
여자에서 출발해 누군가에게는 엄마, 누군가에게는 시어머니가 되는 가족 문화. 어디서부터 문제인지 알 수는 없지만 바꿀 수 있다고, 바꾸면 된다고 믿는다. 앞으로의 세상은 불편하지 않은 고부관계가 더 많아지길 바란다. 비혼으로 시어머니와 며느리 관계를 성립시키지 않을 수도 있겠다.
추석을 맞이해 TV에서는 '한가위 대기획'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붙은 '나훈아 콘서트'가 방송되고 있다. 모쪼록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일이 적은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