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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서연 May 24. 2018

[미얀마] 똥강아지들

시뽀에서 만난 미얀마 아이들


160122

할머니 집에 항상 놓여 있는 종합캔디처럼 알록달록한 포장지에 꽁꽁 싸 놨다가 

오늘같이 삶에 치이는 날,

하나씩 꺼내먹는 그런 기억.




그렇게 보이지 않겠지만 나는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이다.

키자니아 알바를 하기 전만 해도 '나는 애들이 좋아!'라고 확실하게 말할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알바를 하면서 수많은 자라나는 새싹악마들을 겪었고 지금은 '그런 편' 정도로 타협을 했다 . 







16 s/s 트렌드 짱구눈썹



여행을 하다보면 골목골목 아이들을 자주 만난다. 아이들 웃음은 항상 마음 찌르르하게 소중해서, 나도 뭔가 해주고 싶어진다. 그러나 딱히 줄 수 있는게 없기에 언제부터인가 주머니에 사탕을 꽉꽉 채워넣고 다닌다. 사실 절반은 내가 먹는다. 





엄마:  웃어야지/ 애: ( ...)



미얀마의 산간지방 작은마을 시뽀는 트레킹을 목적으로 갔었다. 그러나 인도에서도 건강했던 나의 대장은 그만 미얀마에서 워터싯의 저주에 걸리게 되었다. 밤 낮할것 없이 미얀마의 모든 화장실에 영역표시를 하느라 트레킹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마치 대장이 자기의지를 가진 독립적 기관으로 느껴졌다. 뇌는 진정하라는 명령을 계속 내렸지만 그의 폭주를 막을 수 없었다.... 트레킹을 취소하고 슬픔에 물먹은 25살 양장염은 그 날 정처없이 시뽀 구석구석을 걸었었다.









터덜터덜 걷던 나는 한 기찻길 옆 마을에 들어섰다. 그곳에서 개나리색으로 가득 핀 가난을 처음 보았다.


이제껏 가난은 무채색인 줄만 알았다. 짙은 회색과 옅은 회색 그 어디쯤 있으리라 생각했다. 걸려있는 빨래, 말간 하늘, 밥 짓는 냄새, 어디선가 들리는 꺄르르- 소리. 어느하나 채도가 낮은 것이 없었다. 그 조잡한 마을이 내뿜는 쨍한 색들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계속 두리번 거렸던 것 같다.





이리저리 기웃거리는 내 앞으로 어디서 하나 둘 똥강아지같은 미얀마 아이들이 고개를 빼꼼 내민다. 얼굴에 다나까를 바르고 뭐가 그렇게 좋은 지 꺄르르거린다. 눈높이를 맞춰 사진을 찍으려고 내가 무릎을 꿇자 자기들도 따라 바닥에 엎드린다. "뭐야 따라하면 어떡해"하며 일어나라는 손짓을 하자 그 손동작을 따라하며 또 좋다고 바닥을 구른다. 그 모습이 우스워 나도 좋다고 같이 바닥을 구른다. 한참을 웃다 즉석인화기로 뽑아 감기약 맛나는 미얀마 사탕과 함께 건네주었다. 사진을 받은 똥강아지들은 서로 머리를 맞대더니 자기 얼굴을 찾고는 다시 꺄 하며 자지러진다. 장염의 저주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아, 그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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