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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Jun 02. 2023

그것이 알고 싶다... 두리안!

벌써 10년도 더 된 얘기다.

그때 나는 네 살 난 아들을 데리고 오랜만에 중국 친정에 방문했다.     


어느 날, 아이를 친정엄마한테 맡기고 시내에 나가서 쇼핑하게 되었다.

혼자 하는 쇼핑이 너무 신나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루 종일 시내를 쏘다니다가 저녁 무렵에야 백화점 식품관들렀다. 아이가 먹는 한국 우유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기도 했고 겸사겸사 저녁 찬거리도 살 겸 들른 백화점은 입구부터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사람들 사이를 기웃거리며 살펴보니 열대과일 행사를 하고 있었는데 과일 모양새가 특이했다.

점원한테 물었더니 두리안이라고 했다. 반값 행사를 하는 거라서 지금 안 사면 손해라는 말에 나도 얼른 하나 구매했다.     


그날 저녁.


"어머. 이거 무슨 냄새야!!"


처음 보는 두리안을 신기해하며 도마에 올려놓고 반을 쪼개던 엄마가 갑자기 기겁하며 뒷걸음질 쳤다.


"냄새? 무슨 냄새?"


가까이 가서 킁킁 냄새를 맡으려다가 이내 코를 틀어막았다. 엄마에게 얼른 봉지에 싸라고 했다.


"근데 얘 정체가 대체 뭐니?"


냄새나는 와중에도 엄마는 궁금한가 보다.


"몰라. 오늘 백화점 갔다가 과일 행사한다고 사람들이 하도 몰려있길래 나도 한번 사봤는데. 두리안이라고 했나? 근데 썩었나 봐. 내일 반품하게 얼른 싸놔."


여전히 코를 틀어막은 채 나는 마구 재촉을 했다.

알았다고 하면서도 엄마는 결국 두리안을 반 쪼갰다.


“어머. 이거 신기하게 생겼다. 완전 고농축 영양덩어리 같아.”


엄마는 경이로운 표정을 지으며 과도로 조심스레 한 귀퉁이를 잘라 입에 넣고 가만히 음미하셨다.

“음.... ”

고개를 갸웃하더니 주섬주섬 비닐봉지에 도로 담기 시작했다.


“봐! 내가 상했다고 했잖아.”


나는 멀찌감치 서서 코를 틀어막은 채 말했다,

창문이고 현관이고 다 열어 환기를 시켰지만, 냄새는 금세 빠지지 않았다.

청국장보다도 강하고 삭힌 홍어보다도 고약한….

취두부는 거기에 비하면 애교인, 그렇다고 구린내라고 하기에도 뭔가 애매한!!

강력한 그 녀석을 봉지에 꽁꽁 싼 채 밖에 내놓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아침 댓바람부터 백화점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에서 10년 넘게 사는 동안 중국어를 거의 하지 않다 보니, 기본 소통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클레임 전화를 하기에는 어딘가 좀 부족한 상태였다. 그래도 굴하지 않고 잔뜩 화가 난 채로 따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썩은 과일을 판매할 수 있냐? 악취가 나서 미치겠다, 어제 행사한다고 한 이유가 따로 있었던 거냐며 마구 흥분한 채 떠들어 댔다. 직원은 그럴 리가 없다고 반복해서 얘기했고 나는 나대로 펄펄 뛰었다. 결국 직원은 두리안을 가져오면 환불해 주겠다고 했다.

그제야 나는 개선장군처럼 으스대며 전화를 끊고 백화점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버스 타고 한시 간 거리를 가기 위해 두리안을 비닐봉지에 싸고 또 싸고 몇 겹을 쌌는지 모른다. 그래도 냄새나는 것 같아 쇼핑백에 넣고 그 위에 신문지를 마구 구겨 넣었다.

버스 타고 가는 내내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에 조마조마했지만  다행히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백화점에 도착했더니 사무실로 나를 안내했다.

보아하니 직급이 있는 분이었는데 그는 웃으면서 말했다.


“두리안은 아무나 먹는 과일이 아닙니다. 마니아층이 따로 있는데 아마도 어제 그런 분들이 많이 사 가는 걸 보고 구매하신 것 같은데 솔직히 저도 두리안은 못 먹습니다.”


생각지도 않던 얘기라 순간 당황했다.


“아니. 그래도 그렇죠. 이건 사람이 도저히 먹을 수도 맡을 수도 없는 냄새던데…. 그리고 그런 얘기 전화로 얘기했으면 제가 잘 알아들었을 건데….”


나의 횡설수설에 그분은 사람 좋게 하하 웃었다.


“어떻게 환불해 드릴까요?”


그는 정중하게 물었고 나는 손사래를 치며 얼른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비닐봉지에 겹겹이 싸여있는 그 두리안으로부터 얼른 도망치고 싶었다.




가끔 마트에서 두리안을 마주칠 때마다 그때 그 두리안의 운명이 궁금해지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심정이다.

글을 쓰다 보니 그 맛미치게 궁금해진다.

조만간 두리안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두리안 #그것이알고싶다 #열대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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