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비 오는 날이면 , 할머니는 가끔 가마솥에 옥수수를 안치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더운데 불을 왜 때냐고 얼굴 한가득 불만을 표했지만 가마솥에 옥수수가 익어갈 때쯤이면 나도 모르게 코를 킁킁대며 부뚜막을 맴돌았던 기억이 난다. 덥지만 보송한 방바닥에 엎드려 달큼한 옥수수를 한입 가득 씹으며 소설책을 읽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밖에서 들려오는 빗소리는 왜 또 그리 아름다운지!
희한하게 나는 군것질할게 생기면 꼭 읽을거리부터 챙겼다. 그냥 먹으면 약간 심심하니까 뭔가를 읽으며 먹어야 더 맛있게 느껴졌던 것 같다.
꼭 책이 아니어도 상관없었다. 글밥만 있으면 다 괜찮았다. 설령 그것이 방바닥에 나뒹구는 할머니의 약 설명서라 할지라도.ㅎㅎ
그랬었다. 그때는....
하루종일 비가 온다.
하도 꿉꿉해서 보일러를 틀었다.
더운데 보일러를 왜 틀었냐고 아이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하고 나는 덥지만 보송했던 그때 그 여름을 떠올리며 할머니를 추억한다.
#여름 #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