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으면 좋겠네....

의식의 흐름대로 써본 글

by 순임이


나는 요리하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단지 의무감으로 아이들을 굶기지 않기 위해 할 뿐이지, 안 하고 살 수 있다면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게 요리다.

하더라도 초간단 요리나 찌고 삶고 데쳐서 조리시간과 조리과정을 최대한 단축시키는 게 좋다.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요리에 정성을 들인 날에는 영낙없이 온몸이 아프고 쑤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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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가 요리하는 남자를 만났다.

신기한 건 그의 가족들은 하나같이 요리에 진심이라는 것, 심지어 4남 1녀 중 네 명이 요리사이고 한 명은 학교급식실에서 근무한다.

시어머니는 음식점을 경영하신 적도 있다.

어쩌다 모이면 다들 음식얘기에 열을 올린다.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 심오해서 나 같은 요리고자는 감히 낄 수조차 없다. 로 끼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말이다.


아무도 내게 요리솜씨를 기대하지 않아서인지 가뜩이나 별 볼 일 없는 내 요리솜씨는 그들 속에서 점점 퇴화되는 듯하다.(핑계도 가지가지ㅎㅎ)

잘하고 싶은 마음도, 못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도 없.


당연히 명절이나 제사에 대한 부담감도 별로 없다. 음식을 거하게 많이 하지도 않지만 엉덩이 가벼운 이 집 식구들은 뭘 해도 다 같이 하기 때문이다.

이것 하나는 정말 맘에 든다.ㅎㅎ

내가 이 남자랑 사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




요즘 부쩍 시간이 많아진 이 남자는 이것저것 음식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 나는 슬쩍 자리를 비켜주고 그가 만들어준 음식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받아먹는 다.


그러면서 이런 상상을 하기도 한다.

만약 내가 돈 좀 버는 능력 있는 여자였다면...? 남편더러 집에서 살림하라고 하지 않았을까..??

그가 차려주는 식탁 앞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내 모습 상상하는 게 그리 불편하지 않다.


하지만.... 이내 도리머리를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아직 꿈만 야무진 보통의 주부이며 그는 가장으로서 경제활동을 왕성하게 해 나가야 할 시점에 있다. 이것이 현실이다.



요즘 그는 꿈을 꾼다.

자신의 요리실력을 빛내줄 아이템을 찾고 있다.


1년 전 내가 수산시장을 떠났듯 그도 그곳을 떠나려 한다. 그는 그곳에 환멸을 느낀다고 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이미 그의 영혼은 그곳 있지 않았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러니 무슨 말로 그를 말릴 수 있겠는가...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


그의 요리실력을 꽃피울 수 있고 조금이라도 마음에 와닿는 일을 찾을 수 있길 기도할 뿐이다.


그의 방황이 길지 않았으면 좋겠다.

남편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





우리 가족이 늘 평안하길!










#비오는날 #의식의 흐름 #기도 #소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