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선복 Jul 26. 2023

옥희언니

아주 가끔 진한 커피가 먹고 싶은 날, 카누 두 세 봉지 털어 넣고 물은 반컵정도만 부어서 홀짝일 때가 있다.

입안 가득 전해지는 쌉싸름하고 진한 커피 향은 어김없이 누군가를 떠올려준다.


옥희언니!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을까.. 그녀는...

20년이 흐른 지금에도 그녀의 모습이 생생하다.




우리는 어느 해물탕집에서 함께 일을 하던 사이었다.

아침과 점심식사 끝에 늘 커피 한잔하고 일을 시작하고는 했었는데

그때만 해도 믹스커피가 그리 흔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일일이 커피, 프림, 설탕을 취향대로 넣어서 타먹던 시절이었으니 동료나 손님들 커피 타는 것도 은근히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막내였던 내가 주로 커피담당이었는데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커피 둘, 프림 둘, 설탕 둘의 다방커피를 즐겨 먹었었다. 그런데 옥희언니만은 예외였다.

그녀는 커피 3~4스푼에 물만 가득 채워서 달라고 주문을 했다.


"언니, 쓰지 않아요?"


프림만 빼도 엄청 세련된 취향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탕까지 빼달라는 그녀의 취향은 고상해 보이기까지 했다. 더불어 엄청 쓸 것 같은 노파심에 자꾸 커피를 덜 넣기도 했다.

그러면 옥희언니는 단박에 알아채고는 싱겁다고 했다.


그녀의 커피를 군소리 없이 타는 데까지 꽤 시간이 걸렸다.

매번 쓰지 않냐고 나는 물었고 그녀는 매번 괜찮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다.


"선아, 너 나중에 아마 이러고 있을걸. 옛날에 옥희언니는 시커멓고 찐한 커피를 그렇게 좋아했는데... 참 특이한 언니였지... 그러면서."


근데 정말로 세월이 이렇게나 많이 흘렀는데 그녀의 말처럼 가끔 나는 그녀를 이렇게 추억한다.

한 집 건너 커피전문점인 요즘 같은 때에도 그녀의 커피취향은 그대로일지..

언젠가 만나게 되면 맛있는 커피 한잔 꼭 대접하고 싶다.




#옥희언니 #커피 한잔의추억 #별별챌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작가의 이전글 내가 좋아하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