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먼저인지 모르겠으나 심신이 고달프다는 이유로 모든 게 귀찮아진김에 겁도 없이 손위 형님한테 이런 문자메시지를 보내버렸다.
벌써 며칠 전 일이다.
"나도 그러고 싶은데 일단 얘기해 볼게. 나도 죽을 맛이다 동서야."
아주버님한테 잘 얘기해 보겠다며 형님은 바로 답장을 보내왔지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평소 시아주버님 성격으로 봤을 때 이런 꼴을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되든 안되든 한번 시도라도 해보고 싶었던 것 같다. 죽을 만큼 아픈 김에.
결혼생활 20년이 넘어가니 없던 용기도 생기는걸까. 이제는 누가 날 미워하든 싫어하든 별로신경 쓰고 싶지 않다. 시댁식구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억지로 잘 지내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싶다. 이런 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한다고 한들 뭐 어쩌겠는가. 이제 와서.
형님으로부터 아직 아무 얘기가 없는 걸로 보아하니 내 건방진 제안은 씨알도 안 먹힌 게 분명하다. 예나 다름없이 장사하는 틈틈이 형님은 혼자 차례음식을 준비했을 테고 나는 내일 꼭두새벽에 온 식구 챙겨서 형님네로 가서 부랴부랴 차례를 지내고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대충 이른 아침을 먹고 난 뒤 각자 장사하러 가게로 향할게 뻔하다.
명절에 이런 글이나 쓰는 나도 참 한심하지만 장사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정작 살아계신 시어머니는 뒷전이면서 돌아가신 분 차례상에그토록 집착하는 우리 아주버님도 나만큼이나 한심하고 이상한 것 같다.
진통제 털어 넣으며 오늘도 가게에서 종종거리다 또다시 스멀스멀 올라오는 통증에 이렇게 삐딱해진 마음을 삐딱한 글 한 한편으로 달래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