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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하루

오랜만의 외출

by 순임이




난생처음 30분 넘게 웨이팅이란 걸 해봤다. 시어머니의 제안으로 찾아간 콩국수 맛집은 소문처럼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이름을 적고 땡볕에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마주한 콩국수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순 토종 콩으로 만든 우리 집 콩국수와 비교했을 때 뭔가 기교를 부린듯한 맛이었지만 그만하면 맛집으로 봐줄만했다. 액젓맛 진한 겉절이와 상큼한 양파 절임까지 곁들여 든든하게 배를 채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아직도 대기손님이 꽤 있었다. 찾아오는 손님을 다 품기엔 가게가 작아도 너무 작았다.


귀여운 가게를 뒤로 하고 내친김에 삽교천으로 향했다. 좁은 트럭에 셋이 다닥다닥 붙어서 한참을 달려 바닷가에 도착했다. 얼마만의 외출인지 뜨거운 태양아래 시원한 바닷바람이 새삼스러웠다. 오랜만에 탁 트인 바다를 보니 시어머니와 함께하는 휴일도 그럭저럭 괜찮은 것 같았다.


옹졸했던 마음이 아주 살짝 넓어진 기분이 들었다.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 나란히 앉아 여유도 부려보고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깔깔 웃어보는 시간, 스쳐 지나는 친정 엄마 생각에 멈칫하다 커피 한 모금과 함께 이내 삼켜버린다.



우리 엄마와는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것들을 시어머니와는 참 잘도 하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공세리 성당에 들러서 성당 박물관까지 둘러보느라 뜻하지 않게 하루를 꽉 채우고 말았다.

"오늘 즐거웠어."

헤어지며 손 흔들어주는 시어머니에게 하루 더 주무시라는 얘기 따윈 하지 않았다.





#휴일 #맛집 #고부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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