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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Feb 27. 2023

엄마의 미용실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

동네 한가운데에 조그마한 미용실이 있다.

엄마의 미용실이다.


학교를 가려면 그 미용실을 지나야 한다.

미용실 앞을 지나치는 게 싫어서 가끔 먼 길로 돌아가기도 하지만 친구들과 다닐 때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오늘도 나는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며 미용실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고개를 반대방향으로 돌린 채, 최대한 자연스럽게 지나가려 했다.


"얘 선아, 잠깐만..." 등뒤에서 엄마가 불렀다.


마지못해 돌아보니 엄마 미용실 문어귀에서 날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적대며 가까이 가니 앞치마 주머니 속에서 지폐 몇 장을 꺼내건네준다. 잠시 망설이다 그것을  받아 들고 기다리고 있던 친구들에게 뛰여갔다.


"누구야?"


친구가 물었다.


"어...  엄마."


"새엄마야?"


친구는 두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어? 아니..."


"너 할머니랑 사는 거 아니었어? 너랑 하나도 안 닮아서 새엄마인 줄 알았지.. 미안!"



나는 엄마랑 같이 살지 않는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동생은 엄마가, 나는 할머니가 맡아서 키우게 됐다. 처음부터 같은 동네에 살았던 건 아니다. 할머니와 여기저기 이사 다니며 살다 3년 전에 이 동네로 오게 되었다.


그동안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가 되어버린 나는 어디에도 엄마의 아이 같은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으니 새엄마냐고 묻는 친구의 말이 전혀 이상할 건 없었다.





#별별린지 #글로성장연구소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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