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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복 Mar 12. 2023

일요일마다 도시락을 쌉니다

맛있어져라~ 맛있어져라~

새벽 5시 반, 알람소리에 눈이 번쩍 떠졌지만

한참을 이불속에서 뭉그적대다가 일어났다.


밥부터 안치고 어제 미리 삶아놨던 소고기사태살을 먹기 좋게 찢어서 보온통에 미리 담아놓았다.

고기가 수북하니 네 명이 먹기에 모자람이 없겠다.

글벗 현주님의 레시피대로 봄동 겉절이를 무쳐서 반찬통에 넉넉히 담아내고 지난번 여수여행 때 사 왔던 갓김치도 잘라서 정갈하게 담았다.


얼마 전 푹 끓여서 냉동실에 얼려놨던 사골국은 어젯밤 미리 꺼내놨더니  밤새  녹아있다.

냄비에 넣고 팔팔 끓여서 보온통에 담아놨던 사태살 위에 들이부었다. 뽀얀 국물에 고기가 푸짐하게 잠기니 그 진하고 수한 냄새에 저절로 침이 고인다. 이런 걸 진국이라 하겠지...

행여 열기가 빠질세라 뚜껑을 잘 닫아서 한편에 두고 대파 송송 썰어서 미니 반찬통에 담았다. 곰탕에 대파가 빠지면 섭섭하니까.


그새 밥이 다 되었다.

고슬고슬 잘 지어진 밥을 주걱으로 골고루 저어서 네 개의 용기에 나눠 담았다. 윤기 반지르르한 네 개의 밥 위로 차례로 뚜껑이 닫히고 곧 보냉백에

가지런히 자리를 잡았다. 그 뒤를 이어 반찬통과 숟가락 젓가락, 국자가 차례로 담겼다.


맞다! 소금과 후추를 빼먹을뻔했다.

작은 양념통에 소금과 후추를 각각 담아 보냉백에 쏙 집어넣고 나니 오늘의 식사 준비가 끝났다.

이제  출근하는 남편한테 들려 보내기만 하면 된다.



가게 식구들의 일요일 아침 식사가  문제었다.

시장 내 백반집이 일요일이면 문을 닫기 때문에 아침 시켜 먹을 데가 영 마땅치 않다. 해장국이나 국밥종류도 한두 번 먹으면 질리고 그렇다고 아침부터 기름진 중식을 시켜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늘 밥이 문제였다.

그러던 중  전업이 되었고 이렇게 일요일 아침 식사를 집에서 챙겨 보내게 되었다.


요리솜씨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진수성찬도 아니다. 금방 한 밥과  따끈한 국이나 찌개에 반찬

두세 가지가 전부지만 그 음식들이 식을까 봐 보온에 무진장 신경을 쓴다.  한 끼라도 따뜻하게 대접하고 싶은 마음이다. 맛이 없을까 봐 전전긍긍하지만 다행히도  직원들은 항상 맛있다고 해준다. 


출근하는 남편의 양손에 도시락을 들려 보내고 나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오늘도 남편은 한 손에 보온통을, 다른 한 손엔 보냉백을 들고 출근길에 나섰다. 그런 남편의 뒷모습을 이제 나는 가벼운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다.




#도시락 #가게 #아침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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